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2 23:39:52 기준
  • 규제
  • AI
  • 약국 약사
  • #수가
  • 인수
  • 허가
  • #제품
  • GC
  • #의약품
  • 의약품

"싸인의 박신양 뒤엔 우리가 있었다"

  • 김정주
  • 2012-09-14 06:44:48
  • [국과수 이상기 약독물과장]

국민의 공복 공직약사들을 만나다 [3]

국과수 이상기 과장
O월O일O시, 원인모를 사망사건 발생. 경찰이 보내온 부검 생체시료를 바탕으로 독극물과 혈액, 간 조직 등을 검사해 사인을 밝혀내야 한다. 제한시간은 단 7일.

'막걸리 사망사건'부터 '우유주사',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까지 TV 뉴스를 장식하는 사건사고들을 조사하고 파헤치고 분석하는 핵심 요직에도 어김없이 약사가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이상기(52·성균관약대) 약독물과장은 이런 이슈의 정점에서 20년 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약사다. 드라마 싸인의 법의학자, 현실의 '박신양들' 뒤에 있는 숨은 주역들 중 하나인 것.

"TV나 신문에 사건들이 터질 때면 '아, 우리 일이네. 곧 연락이 오겠군'하는 생각부터 들죠. 경찰 수사 중에 원인규명이 필요한 상당수 일들이 국과수로 넘어온다고 보면 돼요."

이상기 과장을 만나러 갔던 날도 어김없이 그랬다. 병원에서의 돌연사, 의문의 사고사, 약물 중독 등 진상을 밝혀달라고 아우성치는 수십 개의 사건들이 그의 컴퓨터 속으로 순간순간 빨려들어오고 있었다.

그가 국과수에 터를 잡은 것도 언 20년. 1987년 약대를 졸업하고 제약사 연구소에서 6년 가량 제제 연구와 시험법을 개발하던 열정 가득한 청년은 전공인 위생약학을 살리기 위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서면서 국과수의 문을 두드렸다.

"독성학이나 약물 분석학을 중요하게 다뤘던 전공을 살리고 싶던 차에, 때마침 국과수에서 약사를 모집하고 있었죠. 운이 좋았어요."

그만큼 국과수는 약사들에게 문턱이 높은 편이다. 현재 국과수에 근무하고 있는 약사 인력은 총 35명 내외에 불과하다. 약독물과 10명을 비롯해 마약분석과, 지방 4개 분원에 각각 포진돼 실무 최전방을 사수하고 있다.

작년 한 해만 국과수 약독물과에서 처리한 사건 수만 4000여건. 사인을 밝혀내기 위한 관련 증거물 종류 수만 무려 2만79종에 달했다.

최근에는 우유주사 사건을 도맡아 원인을 규명하는 데 밤낮을 합해 꼬박 4일이 걸렸다고. 요즘에는 늘어나는 성범죄 탓에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화학적 거세' 약물 투여를 위한 실험 전담 약사 충원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조사하는 것은 약물뿐만이 아니에요. 웅담 같은 고가 생약, 화장품, 농약, 식품 등 각종 사건사고에 얽힌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하죠. 한 15년 전인가요? 콩나물 잔류농약이 매번 신문 사회면을 장식할 때도 그랬고, 사인 물질을 찾기 힘든 막걸리 사망사건들까지 종류를 헤아릴 수 없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건을 하나하나 밝혀내는 과정에 희열과 보람을 느끼면서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생길 때면 꿈에 나타날 정도로 사건이 머릿속을 멤돈다는 것이 이 과장의 설명이다.

그만큼 눈에 띄지는 않지만 범죄의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또는 국민 생활 깊숙한 곳에서 기여한다는 사실은 이 과장에게 가장 큰 힘이자 공직약사로서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약사들이 약국이나 병원, 제약 등 한정된 영역에 편중되지 않고 더 넓은 영역으로 얼마든지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도 엿본다고.

"요즘은 국가적으로 공공분야나 사회안전분야 업무가 강화되는 추세에요. 약사로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영역에서 현재보다 진가를 더 크게 발휘할 가능성을 의미하는 셈이죠."

이를 위해 이 과장은 직능을 살린 '명품 프로페셔널'을 강조한다. 그 핵심은 사명감과 지구력. 특히 면허를 보유한 약사들에게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약사면허증에 대한 유혹을 버려야 진정한 약사가 될 수 있어요. '수 틀리면 이직하겠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무력하게 만들면서 일에 전력을 다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죠. 사명감을 갖고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세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