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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찜찜한 행정소송과 불안한 출구전략

  • 천승현
  • 2024-05-16 06:17:47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제제) 환수협상 명령을 둘러싼 행정소송에서 불안한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선고가 나온 모든 재판에서 고배를 들면서 환수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형국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종근당 등 제약사 10곳이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 협상명령 취소 소송에서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보건당국의 콜린제제 환수협상 1차명령 취소소송의 2심 선고다.

콜린제제 환수협상 명령을 둘러싼 행정소송은 1차명령과 2차명령으로 구분된다. 2020년 12월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콜린제제를 보유한 업체들에 '임상시험에 실패할 경우 처방액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요양급여계약을 명령했다. 제약사들은 환수협상 명령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2개 그룹으로 나눠 제기했다. 당초 제약사들이 협상을 거부하자 복지부는 2021년 6월 2차 협상 명령을 내렸다. 제약사들은 또 다시 2개 그룹으로 나눠 소송전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제약사들은 1차명령 취소소송 1심 2건과 2심 1건, 2차명령 1심 2건 등 5건의 행정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제약사 2곳이 청구한 협상명령 등 위헌확인 소송에 대해서도 각하 판결을 내렸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제약사들은 콜린제제 임상재평가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번 환수협상 명령을 둘러싼 소송전은 콜린제제의 효능 논란에서 촉발됐다. 콜린제제는 효능 논란이 불거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6월 콜린제제 보유 업체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제약사 57곳이 재평가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제약사들이 콜린제제의 임상시험에 착수하자 보건당국이 환수협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협상 명령 8개월만에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재평가 임상 실패로 최종적으로 적응증이 삭제될 경우 임상시험 계획서를 승인받은 날부터 삭제일까지 처방액의 20%를 건보공단에 돌려주겠다고 합의했다. 제약사들은 환수협상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급여 삭제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울며겨자먹기로 합의를 했고 소송전을 동반 진행했다. 그러나 소송 전략은 점차적으로 꼬이는 형국이다. 오히려 이미 협상을 완료했다는 점이 소송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사들은 행정소송에서 번번이 고배를 들면서 임상재평가 실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콜린제제는 효능 논란에도 불구하고 처방 시장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콜린제제의 외래 처방시장 규모는 6226억원으로 지난 2018년 3088억원에서 5년 새 2배 이상 확대됐다.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는 2025년 이후 결론이 도출될 전망이다. 만약 콜린제제가 매년 600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고 5년에 걸친 임상시험에서 실패할 경우 제약사들이 물어야 하는 환수액은 6000억원에 달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콜린제제의 처방액이 큰 제약사는 1000억원 이상의 청구서를 받을 수도 있다. 대형제약사의 연간 영업이익에 근접하는 금액으로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보건당국 입장에서도 유례없는 거액의 환수를 진행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임상시험 실패시 보건당국이 환수를 요구하면 또 다시 소송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업의 사활을 건 사생결단의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콜린제제의 사전 약가인하로 환수 리스크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등장한 상태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은 콜린제제의 재평가 임상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약가 자진인하를 선택했다.환수협상을 통해 약가 일부를 인하하고 추후 임상시험에 실패하면 처방액의 일부만 돌려주는 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임상 실패 시 거액을 물어주는 것보다는 사전에 리스크를 분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시장 생존을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약물에 대해 임상실패를 대비한 자발적인 처분을 선택한 이상한 현상이다. 그만큼 제약사들이 정부의 콜린제제 환수 정책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반증이다.

심지어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는데도 환수 리스크에 대비해 시장 철수를 고민하는 업체도 있다고 한다. 콜린제제의 환수협상은 건보공단과 개별 제약사와의 합의를 통해 체결됨에 따라 업체 간 내용이 상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방액 대비 20%의 환수율은 공통적으로 적용하면서 시기별 환수율은 다르게 합의한 사례도 있다. 상당수 업체들은 환수율을 점차적으로 커지는 구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 실패 시 환수율을 올해 10%로 설정하고 5년 뒤에는 30%로 적용하는 합의 내용도 가능하다. 콜린제제의 처방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어 환수율을 점차적으로 높인 업체는 시장 성장에 환수금액이 기하급수로 확대될 수 있다.

사실 제약사들은 환수협상에 대해 이상한 정책이라고 주장해왔다. 식약처의 정식 허가를 받고 판매한 제품인데 재평가를 위한 임상시험이 목표에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판매를 부당 수익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임상재평가는 판매 중인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최신 과학기술을 기준으로 점검하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다. 임상재평가를 진행하는 기간에도 식약처의 허가가 유지되기 때문에 임상재평가 실패시 판매액을 되돌려주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최근 제약사들은 옥시라세탐, 세프테졸, 날록손염산염 등 임상재평가에서 번번이 고배를 들었다. 다만 이들 제품은 정부와 환수협상 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임상 실패에 따른 환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가 임상재평가 실패로 환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의약품마다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콜린제제의 임상시험 종료일이 다가오고 있다. 임상재평가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만약 임상시험 결과 적응증 1개라도 삭제되면 제약업계 전반에 거쳐 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정부의 전례 없는 무리한 정책 강행이 제약업계를 혼돈에 빠리고 있다. 보건당국과 제약사들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출구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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