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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권장해 놓고…" 정책은 흔들리는 '갈대'

  • 이탁순
  • 2011-10-06 06:45:00
  • 장기 계획없는 '땜방'이 문제...일관된 시그널 절실해

이번 약가인하 조치에 제약산업계의 실망하는 목소리가 남다른 것은 일관되지 못한 제약산업 육성정책도 한 몫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에 보낸 시그널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한때 열풍이었던 '개량신약'이란 말이 꼬리를 감추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정부가 그간 해온 조치들을 보면 그때 그때 환경 변화에 따라 우대정책도 달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은 미운 오리 새끼가 된 국산 제네릭도 2000년대 의약분업 초기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대접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생동성품목 #약가우대 조치가 있었다. 정부는 의약분업 정착과 대체조제 활성화 차원에서 생동성품목에 대해 오리지널 약가의 80%를 인정해주는 우대정책을 2003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제네릭 장려하던 시절, 당근은 달콤했다

이 정책은 감사원 권고로 2005년 6월 폐지되기까지 약 2년여 동안 존속했다.

당시 제네릭 약가는 기등재 품목수가 5품목 이하일 경우에는 최고가의 80%를, 6품목 이상일 경우 최저가의 90%를 산정했기 때문에, 생동성시험만 통과하면 최고가인 80%를 주는 생동성품목 약가우대 조치는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정부 입장에서도 생동성이 인정된 제네릭이 많아질 필요가 있었다. 2001년 생동인정 품목수는 고작 186개로, 이 숫자 가지고는 '성분명 처방을 전제'로 한 대체조제를 시행하기 어려웠다.

이에 정부는 2006년까지 생동인정품목 2000여개를 목표로 #생동 활성화정책을 썼고, 그 결과 약가우대 조치가 끝나기 전에 목표치를 넘어설 수 있었다. 2004년 12월 기준으로 생동인정품목수는 2555개를 기록한다. 이로인해 사용량이 늘어나던 고가 오리지널에 맞서 건보재정을 절감하는데 제네릭이 나름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약가우대가 적용된 2003년과 2004년 생동인정 품목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전까지 연간 200여개 품목만 나왔던 생동인정품목 수는 2003년 490개, 2004년에는 무려 1648개가 쏟아졌다.

약가우대 조치와 더불어 공동·위탁 생동성시험을 허용한 것도 목표달성에 주효했다. 2004년 직접생동과 위탁생동품목을 비교해보면 각각 276개와 1287개로 격차가 컸다. 당시 제약업체는 공동생동사로 이름만 올려놓으면 80점짜리 제네릭을 손쉽게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약가보다 15~20% 정도는 더 준데다 공동·위탁 생동으로 시험비용인 5천~6천만원도 절감할 수 있어서 제약사들이 너도나도 하겠다는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제약업계는 그때 붙었던 자신감이 시설투자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정부의 제네릭 육성책으로 과감한 시설투자가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05년까지만 보면 생동 장려책은 성공작이었다.

시장 개입했다 망신살…정부정책 한계 '여실'

그러나 과도한 욕심이 화를 불렀다. 생동 장려책은 지금껏 약업계가 씻을 수 없는 최악의 낭패감도 안겼다. 2006년 발생한 생동조작 사건은 제약환경을 무시한 채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생동성시험을 활성화하기 위해 미국 FDA 규정을 급하게 끌어와 썼다. 또한 당시에는 제대로 된 CRO(전문위탁기관)가 없어 대학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이후 대학 간 생동수주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때부터 조작설이 돌기 시작했다.

결국 한 내부고발자 신고로 조작설이 사실로 드러났고, 국산 제네릭 신뢰는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제네릭 활성화 명분이었던 성분명 처방은 지하로 들어간 지 오래고, 대체조제 역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래희망연대 정하균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대체조제 청구액은 22억4027만원으로 전체 약국 약품비 12조7694억원의 0.018%에 그쳤다. 이로 인한 재정절감액도 1억9134만원으로 0.001%에 불과했다.

제네릭 육성을 통해 약가를 절감하려 했던 정부정책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최근 정부는 방향을 180도 틀고, 다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8.12 약가인하 조치를 통해 정부는 이제부터 제네릭은 버리고, 신약을 개발해 해외로 나가라고 채찍을 들었다. 그동안 제네릭에 올인했던 제약업계는 달라진 정부태도에 난감하기 짝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생동 장려정책으로 시설투자에 나섰던 제약사들은 내후년을 기약할 수 없어 준공 시점에서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정부 시책에 따라 움직였을 뿐인데, 수혜는 잠시 뿐이고 계속 달라지는 제도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어정쩡한 제약업계의 모습은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시각이다.

생동조작 사건 최종결과를 발표하는 당시 식약청 문병우 의약품본부장(왼쪽)과 김동섭 의약품평가부장.
기업은 정부 따라간 죄…'품질'만이 정답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8년 도입된 #개량신약 또는 원료합성 약가 우대정책도 최근 약가 일괄인하 조치로 빛 좋은 개살구로 남을 위기에 처했다.

오래전부터 시행예고만 해오다 내년부터 운영하기로 결정된 #세파계 항생제 및 세포독성항암제 시설 분리제도 역시 제약업계가 정부정책에 따라 선 투자했지만, 열매를 따먹기도 전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약가인하의 표적이 항생제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는 이런 상황들이 정부가 약가인하 등 정책적 조치로만 변화를 이끌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제는 보편적인 방법으로 선진화된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편적인 방법의 핵심은 ‘품질 경쟁력’이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사들이 오리지널 쓰겠다고 하는 게 어떻게 보면 리베이트 안 받고 품질 좋은 약을 쓰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결국 의약사의 불만을 잠재우고 제네릭을 쓰게하려면 품질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품질이 확보된 약은 우대하고, 그렇지 않은 약은 허가취소 등 일벌백계해 국내 제약업계가 건전한 품질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그때그때 다른 정책의 룰로만 다스리려고 한다면 국내 제약업계 체질상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의약품을 길거리에서 주워온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각종 안전성 유효성 자료를 살펴보고 현장을 조사를 한끝에 허가한 것인데 품질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씁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이다.

이 씁쓸한 이야기의 주인공인 복지부와 식약청은 '의약분업 초창기 생동성 우대정책의 교훈'을 DNA에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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