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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외래 약제비 본인부담률 인상 '난항'

  • 최은택
  • 2011-03-21 06:49:40
  • 건정심 소위서 재논의…"복지부 어설픈 태도가 발목"

[이슈분석] 외래 약제비 차등화 방안 숨고르기

"복지부의 어설픈 태도와 전략이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지난 1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부결돼 다시 산하 소위원회로 되돌려진 이른바 외래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화 방안을 두고 한 전문가가 내뱉은 말이다. 대형병원 외래환자 쏠림현상을 극복하겠다고 전략을 세웠던 복지부가 지난 10개월여 동안 후퇴에 후퇴만 거듭했던 것을 감안하면 무리한 지적도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과제' 중 하나로 대형병원 외래진료 적정화방안을 제시했다.

병원과 종합병원의 외래 진찰료를 환자가 전액부담하고,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본인부담금을 현행 60%에서 최대 80%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복지부는 추후 논의과정에서 진료비 본인부담 조정에 외래 약제비 본인부담을 높여 종별로 차등화하는 내용까지 추가했다.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외래이용을 억제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병원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물론 명분은 달랐다.

같은 환자를 놓고 무한경행을 벌였던 병원과 의원도 입장이 갈렸다.

병원계는 노인환자 등 만성.중복질환자의 증가와 교통발달에 따른 진료권역 파괴 등 달라진 의료환경에서 비롯된 것을 전달체계의 문제로 '오진'해 잘못된 '처방'을 내리려 한다고 발끈했다.

지난해 6월 발표된 정부 합동 경제정책방향과 과제 중 대형병원 외래진료 적정화 방안.
시민사회단체들은 전략 자체를 불신했다. 환자들의 자부담을 늘린다고 해서 전달체계 자체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는 현 시스템에서는 의료행태가 변화지 않을 게 뻔하다는 것이다.

대신 환자들의 자부담은 늘고 보장성 후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높은 진료비 부담 때문에 힘들어하는 서민들의 고통만 더 가중시키는 한편, 민간보험사에게 빈틈을 내보여 결과적으로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건정심 산하 소위원회 논의는 공전에 공전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진료비 본인부담 인상은 중도 포기되고, 외래 약제비 차등화만 남겨졌다.

또 경증질환 중심의 차등화 방안은 의사협회의 제안이 힘을 얻으면서 모든 환자에 대한 차등화 방안으로 물길이 바뀌었다.

이는 지난 18일 건정심 전체회의에서 소위원회로 되돌려진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채택한 외래약제비 차등화 방안 다수안.
복지부는 이에 대해 "경증, 중증 구분 없이 모든 외래환자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인상하는 것은 대형병원에 가벼운 질환을 가진 환자가 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 기능재정립의 방향성에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으므로 소위에서 큰 방향성 등을 고려해 심도 있는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다시말해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 경증환자 중심의 차등화 방안을 재논의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 감기환자 대형병원 외래 쏠림현상 완화차원에서 외래 진료비나 약제비를 차등화하자고 했으면 저항보다는 공감이 더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 전문가들을 모아 1차의료형 질환을 선정해 감기 등 일부질환을 우선 지정해 시행한 뒤, 단계적으로 대상질환을 확대해 나갔다면 좀더 손쉬웠을 것이다. 정부의 전략부재가 아쉽다"고 주장했다.

다른 전문가는 "의료계에 휘둘려 후퇴만 반복했다. 정작 환자나 국민들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같은 일이 또 반복된다면 폐기하는 것만 못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복지부는 당초 외래 약제비 차등화 방안을 오는 7월 목표로 시행키로 했지만 건정심 부결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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