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난민과 원거리 복약상담
- 데일리팜
- 2011-03-14 09: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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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원클릭 약사 통역서비스 16개국어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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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그린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이 안되는 환자는 "다이얼 어 파마시스트"를 이용하여 16개국어로 통역을 받을 수 있다. 의사소통이 영어로 안되는 환자가 있는 지점에서 다이얼 어 파마시스트의 언어를 클릭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그 환자의 언어를 말할 수 있는 약사가 일하는 지점으로 전화를 연결해주고 그 지점의 약사가 환자와 원거리 상담을 해주는 것.
나도 한국어를 하는 약사로서 다이얼 어 파마시스트에 등록했기 때문에 한국어 통역 및 복약상담을 위해 다른 지점을 종종 돕는다. 그런데 얼마 전 정말 특이한 전화를 한 통화받았다. 미네소타 주의 한 지점에서 나를 한국어 통역자로 찾는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았더니 이 한국 환자가 가진 보험이 도대체 어떤 보험인지 모르겠다면서 보험정보와 그 환자의 집 전화번호를 물어봐달라는 것이었다. 또 한국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약국에 왔나보다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더니 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보험 가지고 계세요?"
"보험이 월드 릴리프 (World Relief)입니다."
월드 릴리프? 이런 보험은 내가 월그린을 입사한 이래들어본 적이 없다.
"월드 릴리프요? 그게 무슨 보험인가요? 여행자 보험의 일종인가요?" "미국에 난민으로 온지 2개월 됐습니다. 난민으로 들어올 때 미국 정부가 준 보험입니다."
난민? 난민이라니? 그런 북한에서 탈출한 한국 사람? 순간 너무 당황했다. 내 평생 처음으로 북한 난민과 미국에서 장거리 통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 북한에서 오셨나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약은 한번에 몇알을 먹습니까?"
당연히 1정이라고 생각해서 생략하고 말했는데 아마 북한에서는 여러 정을 한번에 복용하는지 정말 1정만 복용하면 되느냐고 거듭 묻는다. 그 북한 난민으로부터 한국 뉴스에 자료화면으로 종종 등장하는 저고리 입은 북한 여자 아나운서의 그런 이북억양은 별로 느낄 수 없었는데 마지막에 "감사합니다" 하는 인사할 때 '니'가 '네'로 들리면서 올라가는 억양이 확연해서 북한 사람이 맞긴 맞나보다하고 생각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얼마나 만감이 교차하던지…. 북한에서 탈출했고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으로 이민 수속을 하는 그 사람의 인생이라니…. 미국 정부는 그 사람을 이민자로 받아주고 의료비용까지 부담해주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여러 변화로 혼란스러운 그 사람의 고단한 인생 가운데 미국의 한 약국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순간에 원거리로나마 도와주는 한국 약사로 내가 선택됐다는 사실에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다이얼 어 파마시스트로 걸려오는 전화들은 대개 한국사람이 드문 주에서 갓 이민온 한국 사람들부터다. 영어로 간단한 의사 소통은 할 수 있더라도 처방약의 복용법이 복잡해서 영어로 이해를 못하는 경우, 미국의 건강보험제도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에 주로 연결된다. 재봉틀 바늘에 찔려 약국에 약을 사러온 세탁소 주인, 응급실에서 처방을 받았는데 보험처리가 안되어 곤란한 할머니, 아이가 심한 변비에 걸렸는데 받은 처방전의 복용법이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 등등 여러 경우를 한국어로 상담해줬다.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미국 살아서 좋겠다는 말들을 하는데 내 나라 두고 남의 나라에 와서 정착해가는 이민자들의 고생은 말로 할 수 없다 물론 요즘에는 미국 기업체나 교육기관의 후원을 받는 취업이민이 많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소수에 불과하다. 마당에서 잘 자라고 있던 화초가 뿌리채 뽑혀 들판에 심겨졌을 때 가뭄과 비바람을 견뎌야 뿌리가 자리를 잡고 다음 해에는 번식도 가능하듯이 미국에 사는 한국이민자들이 그렇다. 대개 영어가 안되는 1세대가 세탁소, 주류점, 샌드위치 가게, 한국 음식점 등등으로 생계를 꾸린다. 그 1세대의 희생으로 1.5세대나 2세대에서는 영어로 교육을 받고 이들은 1세대보다는 번듯한 직업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아무런 자영업 경험없이 한국의 재산을 처분하여 무작정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가 전부 날리고 이민 생활에 바뻐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아이들은 마약소지죄로 경찰서를 왔다갔다하지만 빚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실패한 이민자의 안타까운 상황도 많이 봤다.
다이얼 어 파마시스트로 연결됐을 때 어떤 한국 환자들은 그 동안 병원과 약국에서 의사소통이 안되서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과 고생한 얘기를 봇물 터지듯 늘어놓는다. 사실 환자들이 컨설테이션 윈도우에 찾아왔을 때 환자 처방전 리뷰도 해야하고 의사한테 오는 전화도 받아야하고 여러 일로 바쁘기 때문에 핵심만 집어서 간단히 설명해주고 얼른 컨설테이션을 끝내려는 경향이 있는데 다른 지점에서 걸려온 한국어 상담 전화를 오래 받자니 동료들의 눈총에 뒤통수가 따갑고 적당한 선에서 끊자니 그것도 어렵다.
다이얼 어 파마시스트로 다른 지점과 연결된 경우 중 가장 황당했던 기억이라면?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 알 수가 없다고 한국어 통역을 부탁해서 받아보니 그 한국 사람이 대뜸 이렇게 말했다.
"비아그라 사러 왔는데요."
비아그라(Viagra)는 한국에서도 처방약인데 하물며 미국에서야. 아마 발음도 한국식으로 '비아그라'라고 했나보다(미국식 발음은 '바이아그라'다). 처방약이라고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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