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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처벌 이중삼중…의약품 검은거래 숨통죈다

  • 최은택·이탁순
  • 2010-11-22 06:50:58
  • 내부고발자 보호장치 시급…"정부 집행의지가 성공의 관건"

"리베이트 (지원) 정책을 기반으로 잘 나가던 영업사원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직장을 바꾸거나 다른 살길을 찾아야 한다." 국내 한 제약사 임원의 말이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일주일 앞둔 제약업계 분위기를 단 적으로 보여주는 실례다.

의료계에서는 편법도 감지된다. 몇몇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자들이 손잡고 도매업체를 설립한 뒤 제약사에 의약품 저가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높은 도매마진으로 리베이트 ‘손실’ 부분을 보충하겠다는 것인데, 의사들이 처방권을 빌미로 제약계에 과당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의=강력한 리베이트 처벌법 시행이 의약품 유통·거래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쌍벌제는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의약사를 형사 처벌하는 근거가 의료법과 약사법에 마련됐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제약사들은 더 이상 리베이트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아도 되는 합당한 명분이 생겼다.

형벌이 있어도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악습이 저절로 폐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형사벌의 예방적 효과를 넘어 제약업계와 의약사 모두에게 준법의지가 필요한 이유다.

두달만의 속도전의 승리…금융비용 합법화 최대성과

쌍벌제 입법과정은 놀라웠다. 이른바 쌍법제 입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돼 있었지만 실제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올해 2월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부터다.

4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니, 두달여만에 마침표가 찍힌 셈이다.

당초 정부는 리베이트 근절방안으로 3각 시스템을 제안했다.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처벌강화, 리베이트 제공업체에 대한 제재 강화, 리베이트 적발을 위한 제도 보완 등이 그것이다.

복지부는 특히 최대 3억원의 신고포상제 신규 도입, 수사기관과의 공조, 세무조사 의뢰 등 감시·신고 기능확대에도 무게를 뒀다. 이중 신고포상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베이트 신고포상제로 갈음됐다.

쌍벌제 조기 입법은 국회가 적극적으로 콤비플레이어가 된 것도 주효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쌍벌제 입법이 쏟아져 나왔다. 김희철 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같은 당 박은수, 최영희, 전혜숙 의원, 또 한나라당 손숙미, 이은재 의원이 가세했다.

제출된 법률만 16건에 달했다. 국회의원들은 법안 심사과정에서 일부 이견이 없지는 않았지만 신속 입법을 위해 기꺼히 양보했다.

또 ▲학술대회 ▲제품설명회 ▲견본품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후 조사 등 리베이트 처벌 예외항목(허용범위)에 대해서는 세부내용을 하위법령에 위임했다.

최대 성과 중 하나는 ‘금융비용’의 합법화였다. 전재희 당시 복지부장관은 ‘금융비용’ 합법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쌍벌제 입법을 위해 결제기한 단축에 대한 보상 개념으로 과감히 수용했다.

◇내용=쌍벌제가 시행되는 오는 28일부터는 리베이트를 주고받다가 적발된 제약사와 의약사 모두에게 최대 ‘2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형이 부과된다.

전과자가 되고 속칭 ‘쇠고랑’을 찰 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 법령체계에서도 형법에 뇌물죄나 배임수재죄 등이 있어서 형사 처벌이 가능했지만,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나 의료기관 종사자 등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행정처분 규정도 강화됐다. 기존 법령에는 약사법에만 리베이트를 받은 약사에게 2개월 이내의 자격정지 처분을 부과하는 규정이 있었다. 쌍벌죄 법률에는 약사 뿐 아니라 의사, 의료기사 등에도 최대 1년까지 자격정지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자격정지 처분이 형사처벌보다 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의약계의 중론이다.

리베이트로 주고받은 부당금액을 몰수 또는 추징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강화된 공조체계=쌍벌제는 예방적 효과만으로 상당부분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강력한 사후관리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실효성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감시와 처벌’의 중추는 의료법과 약사법을 주관하는 복지부와 심평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의약품센터)다.

의약품센터는 요양기관과 제약사 등의 불공정 행위를 색출하기 위한 9가지 유형의 데이터 마이닝 기법을 운용 중이다.

리베이트 의심 기관이나 업체를 찾기 위해 최근에는 요양기관별, 성분별, 제조업체별, 사용금액 변동패턴을 데이터 마이닝 분석기법에 연동시키기도 했다.

첫 번째 의심 업체로 A사가 도마에 올라 지난달 복지부와 식약청, 심평원 합동조사를 받았다.

복지부는 이처럼 의약품센터의 의심기관 및 업체 보고, 민원제보로 접수된 리베이트 의심 업체 또는 기관에 대해 직접 유통조사를 실시하거나 식약청 위해수사단, 공정위에 조사 의뢰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검경에도 협조를 구한다.

실제 복지부는 의약품센터가 추출한 의심업체 중 A사는 식약청에, 다른 제약사는 공정위에 조사의뢰한 바 있다.

정부부처간 공조체계는 ‘처벌’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복지부는 지난 7월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법정부적 대처방안을 발표했다. 복지부, 법무부, 공정위, 국세청, 경찰, 식약청이 협조체계를 구축해 단속과 처벌에 공조하겠다는 게 핵심내용이었다.

그러나 범정부 차원의 단속과 조사 공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신 자체 조사를 통해 적발된 리베이트 사범에 대해서는 자료공유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

하나의 사건으로 형사처벌, 자격정지, 업무정지, 세금추징 등 삼중사중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 측 관계자는 "처벌 사례가 한 두 건만 나와도 리베이트는 거의 발붙이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향=의료계는 쌍벌제 입법논의가 개시되자 강력 반발했다.

리베이트를 척결하는 데만 공을 들일 게 아니라 저수가 구조에서 생존의 위협에 내몰리고 있는 의원의 상황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의사들의 몹쓸 짓을 전체 의사들에게 들씌워 명예에 흠집을 냈다고 주장했고, 거꾸로 쌍벌제 입법이 모든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것이라고 성토했다.

의사들의 이런 반발은 쌍벌제 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4월 직후 나타난 이른바 ‘5적’, ‘7적’ 논란과 시 또는 분회 단위 의사회의 집단적인 영업사원 방문 거절 움직임으로 정점에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쌍벌제 입법에 주도적으로 협조했다고 지목된 제약사들은 고초 아닌 고초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정작 쌍벌제 시행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의료계의 반발은 찾아보기 힘들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쌍벌제 입법에 냉담하거나 관심 밖인 경우가 많다. 사실 지난 봄 사건도 시도의사회 중심의 찻잔속의 태풍이었지 현장에서의 동요는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의료현장에서는 쌍벌제의 의미나 위력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도매상을 편법 개설해 리베이트를 대체한 이익을 모색하는 사례가 나타나 우려를 사고 있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몇몇 의사들이 모여 도매상을 차린 뒤 제약사에 처방을 대가로 저가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처벌할 수는 없지만 또다른 왜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약국의 경우 사실상 유일한 리베이트 유형인 ‘금융비용’이 합법화돼 영향권에서 상당부분 멀어졌다.

그러나 법적 허용범위가 지나치게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는 쌍벌제 시행이후 또다른 논란과 갈등의 소지를 함축한다.

실제 규개위 규제심사를 최종 통과할 것이 확실시 되는 ‘금융비용’ 보상률은 카드 포인트를 포함해 최대 2.8%로 현재 평균 3~5% 수준인 현실과 격차를 보인다.

이와 관련 의약품 공급업자인 제약사나 도매업체는 법정 허용범위를 지키기 위해 수금정책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정 보상비율을 초과해 할인이 이뤄졌다고 해도 적발이 쉽지 않아 약국에서의 리베이트 처벌법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제약업계는 쌍벌제 시행에 대해서는 비교적 담담하다.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이런 분위기가 훨씬 더 팽배하다. 지난 4월 시행된 공정경쟁규약 개정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한 다국적사 관계자는 “규약 개정논의를 진행하면서 이미 내부 윤리코드가 강화됐다. 쌍벌제가 시행되더라도 충격파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는 상위사를 중심으로 CP(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 조직이 강화된 것이 눈에 띠는 대목이다.

국내 제약사 한 임원은 “사실 제약사들은 준비가 다 끝났다. 의사들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시행규칙과 허용범위=쌍벌제 입법의 특징은 리베이트를 포괄적으로 규정해 모두를 처벌하기로 하면서, 예외적으로 처벌하지 않는 허용범위를 정한 것이다.

복지부와 관련 단체들은 TFT를 통해 위임된 하위법령안을 만들었고, 25일 현재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규개위는 지난 11일 복지부 개정안을 재검토하라며 한 차례 퇴짜를 놨다. 복지부는 별도 손질없이 원안을 놓고 다시 설득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최종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논란의 핵심은 시행규칙의 허용범위 ‘기타’ 항목에 명시된 물품지원, 명절선물, 경조사비, 강연료, 자문료 등 5가지다.

복지부와 제약계는 이중 특히 강연료와 자문료가 삭제되거나 변화가 있지 않을까 관측하고 있다.

◇실효성은 어떻게=규개위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쌍벌제 하위법령은 이르면 29일, 늦어도 30일에는 관보 게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본법이 28일 시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허용범위를 담은 하위법령 시행일이 하루 이틀 가량 늦어지는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는 좋은 제도적 틀이 마련됐다"며, 처벌강화법의 순기능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제약계 한 관계자 또한 "예방적 차원에서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회원 제약사들도 이미 대비를 마쳤다"면서도 "정부의 강력한 근절 및 집행의지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허용범위의 일부 모호한 규정 등에 대해서는 신속히 설명회를 개최해 혼란여지를 없애야 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규개위 규제심사가 마무리되고 법령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조만간 설명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부 고발자 보호법령 입법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는 성격상 내부 사람의 제보나 고발이 아니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내부고발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작 선량한 고발자를 보호할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내부 공익신고자 보호입법이 신속히 처리되도록 복지부가 측면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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