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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티브제 연착륙…약제비 절감효과 미비

  • 박철민
  • 2010-02-01 06:48:00
  • 약제비 비중 24% 달성 요원…협상불복·공급거부 뒤따라

2006년 5월3일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발표되자 각계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엇갈렸다. 대한약사회와 여당은 환영의 논평을 내놓았지만 제약업계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발표하는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
정권 실세였던 유시민 장관은 추진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WHO 총회에 의약단체장들과 동행하며 자율징계권과 성분명 처방 등으로 어르고 달랬고, 한미FTA 협상 테이블에서 정부는 미국과 충돌하기도 했다.

결국 같은 해 12월29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과 '신의료기술 등의 결정 및 조정기준'을 통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시행됐다.

제도 시행에 따라 제약업계는 행동에 들어갔다. 제약협회는 무료신문 광고를 통해 국민의료비 부담이 증가한다며 여론전을 펼쳤고, 98개 제약사 명의의 행정소송과 102사의 헌법소원 등이 제기됐다. 미생산·미청구에 대한 소송도 이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송에서 제약업계는 패소했고 헌법소원의 경우 지난해 취하됐다.

정부는 2007년 4월 '건강보험적용 의약품 정비계획'을 공고하며 1만6529품목의 #기등재약을 급여목록에서 정비하겠다고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고지혈증 치료제를 대상으로 한 목록정비 시범사업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에 대한 업계의 반발과 정부의 준비부족 탓에 당초 2009년 상반기로 계획됐던 본평가 계획은 2010년 하반기로 미뤄진 상황이다.

"목표 약제비 비중 24% 달성하겠다"…민망한 2009년

제약협회 김정수 전 회장은 2007년 데일리팜 신년특별대담을 통해 "약가는 속성상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으로 튀어나오게 마련"이라며 "처음엔 반짝 효과가 있겠지만 조금 지나면 모든게 제자리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적정화 방안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제약업계의 이 같은 예측은 들어맞았다. 약제비가 도무지 줄지 않은 것이다.

2009년 상반기 약제비 비중은 29.6%를 기록했다. 적정화 방안 시행 당시 발표된 총 급여비 중 약제비 비중인 29.4% 보다 0.2%p 증가한 것이다.

유시민 장관과 복지부는 약제비 비중을 매년 1%씩 낮춰 2011년까지 24%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러한 계획은 결국 실패한 것이다.

당시 보험급여기획팀장을 맡았던 복지부 박인석 사회서비스정책과장도 24% 목표에 대해 "결과적으로 잘못된 예측"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약제비 증가율이 둔화된 것에 주목해달라는 입장이다. 두 자리수씩 증가하던 약제비 증가율이 진료비 증가율과 같은 한 자리수로 낮아진 점은 의미가 있다는 것.

하지만 약제비 비중 24%라는 전략목표를 잃고 표류하는 대신, 약제비 절감을 통한 재정 안정이라는 목적에 맞는 새로운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타당성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해 차상위 계층 건강보험 편입과 항암제 본인부담률 인하에 이어 앞으로 계획된 보장성 강화계획이 지속 추진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방향성 제시는 필요한 상황이다.

포지티브 리스트 뿌리내려…공단-심평원 갈등, 공급중단 초래

정책 목표는 갈팡질팡 하고 있었지만, 선별등재 시스템(포지티브 리스트)는 3년의 시간을 지나 제도적 틀이 정착됐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정영기 서기관은 "포지티브 리스트제를 통해 근거 중심 의사결정에 대한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포지티브제 시행과 동시에 제약업계의 각종 소송이 쇄도하던 것과 비교하면, 제도의 정착이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경제성평가는 총 204품목 중 급여 151품목과 비급여 53품목으로 74%의 급여결정률을 보였다. 또 약가협상은 같은 기간 동안 총 178품목 중 타결 142품목과 결렬 36품목 등으로 80%의 협상률로 집계됐다.

이른바 '싸고 좋은 약'을 걸러내겠다는 #포지티브제의 절차적 완성은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포지티브제는 멀었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대 김진현 교수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내에서 선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원칙대로 경제성 평가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예외적인 기준이 적용된 사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역효과도 발생했다. 견제와 균형의 모색이라는 취지에 따라 심평원(경제성 평가)과 공단(약가협상)으로 이원화된 약가결정 구조가 기관 간 밥그릇 싸움을 초래한 것이다.

특히 정형근 이사장 취임 이후 공단의 도발이 거셌는데, 정 이사장이 17대 국회의원 시절 공단 국정감사에서 "공단에 약가협상권을 주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한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또한 보험재정을 우선하는 공단 입장에서는 의약품 공급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약가협상 결과에 불복한 제약사들은 약제급여조정위원회로 뛰어갔다.

때문에 '엘라프라제' 등에 대한 관세 면제라는 미봉책이 사용되거나, 제약사의 요구로 혈우병치료제 '노보세븐'의 가격이 35%를 인상되는 등 의약품 공급거부 앞에서는 정부가 무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처방총액 인센티브·기등재약 목록정비, 올해부터 본사업 돌입

약제비 적정화 방안 가운데 포지티브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그 빛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무엇보다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의 지체가 적정화 방안의 성과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됐다.

시범사업이 종료된 기등재약 목록정비는 편두통 치료제의 경우 57개 품목 중 2품목 가격 인하, 1품목은 본인부담으로 결정됐다.

또한 경제성평가 방식을 놓고 업계의 반발이 컸던 고지혈증 치료제에 대해서는 총 321개 품목 중 188품목이 급여 유지됐다. 126품목은 약가인하됐고, 7개 품목은 급여에서 제외됐다.

약제비적정화방안 추진단장을 맡았던 복지부 최영현 건강보험정책관은 "계획대로 했다면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수 있었던 사업이 많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결국 2006년 1월 기준 2만1740개 품목을 단계적으로 정리해 1만 품목 내외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불발로 돌아갔다. 2009년 12월 기준 등재된 품목은 1만4889개 품목이다.

지난 3년간 미생산·미청구로 7873개 품목을 급여목록에서 퇴출시킨 것을 제외하면 등재 품목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처방총액 인센티브제의 경우에도 목록정비와 마찬가지로 시범사업만 종료됐고, 올해 본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난 시범사업에서는 의료기관의 처방총액 감소 절감분의 20~40%를 인센티브로 제공해, 2008년 하반기 인센티브 지급은 614곳에 총 9억7700만원이 지급되는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5개 시범사업 지역 소재 7개 진료표시과목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나, 2091개 대상 기관 중 31.9%인 776개 기관만이 참여해 의료계의 호응을 크게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최근 복지부 약가유통 선진화 TF는 처방총액 인센티브 사업을 전면 확대해 인센티브 대상 기관을 의원에서 병·의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처방전당 품목수와 주사제 처방률 지표가 우수한, 즉 평소에 약을 적게 쓰는 의료기관에도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3년 동안 단 2개 품목에만 적용됐다. 등재 1년 시점에서 사용량이 예상치보다 30% 늘어난 코오롱제약 '토피솔밀크로숀'은 190원에서 181원으로 인하됐고, 한국유씨비 '케프라정500mg'은 1386원에서 1340원으로 인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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