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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약가결정 구조가 불만만 키웠다"

  • 최은택
  • 2009-02-16 06:50:46
  • 급여등재 구조 평가 이견···"긍정적" vs "개선시급"

급평위 1기 위원 2년 임기 마치고 1월 '쫑파티'

2006년 5.3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
2009년1월18일. 심평원 한 회의실에서 조촐한 행사가 마련됐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급평위) 1기 위원들이 임기 중 마지막 회의를 마치고 속칭 ‘쫑파티’를 하는 자리였다.

심평원 #이동범 상임이사는 위원 한명 한명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지난 2년 동안 너무 고생했다. 고개 숙여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급평위 18명의 위원들은 지난 6일부로 2년간의 임기를 마쳤다. 그리고 각자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개중 몇몇 인사는 재위촉 돼 2기 위원회에 승선할 것이다.

‘약제비 증가율 연평균 14%, 총진료비 대비 29.2% 점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5월 #유시민 복지부장관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포지티브 리스트제라는 (제약업계에는) ‘극약처방’을 들고 나왔다.

그 때 제시된 수치가 바로 이것이다. 약제비 증가속도가 너무 빨라 그대로 방치하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약제비 증가율에 대한 기여도 분석결과를 보면, ‘사용량’이 76%로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됐고, (신약) 신규진입이 24.05%로 그 뒤를 이었다.

약제비 방안은 ‘사용량’보다는 보험의약품의 신규진입을 적절히 규제하는 것을 선행과제로 삼아 제도가 세팅됐다.

포지티브 도입 전문평가위, 급평위+약가협상으로 분리

급여결정과 약가협상으로 이원화된 가격결정 구조는 이렇게 탄생했다.

심평원 약제전문평가위원회는 새 제도 도입과 함께 다음해인 2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급평위)와 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팀으로 분리됐다.

하지만 새 약가 결정구조에 대한 비판론은 지난 2년 동안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가격결정 구조가 이원화되면서 중복업무와 중복규제로 신약의 급여등재 기간만 지연됐다는 게 핵심 이유다.

일부 전문약은 급여목록에 오르지 못하고 ‘비급여’ 판정돼 프로모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평원 내부자료를 보면, 경제성평가자료 제출이 의무화되기 이전과 직후인 2007년부터 2008년4월 사이 급여등재 신청한 약제 84품목 중 36품목(44.9%)만이 등재에 성공하거나 약가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율이 2005년 62%, 2007년 76%였던 이전연도와 단순비교하면 제약사들의 성적표는 낙제를 면하는 수준에 불과했던 셈이다.

급평위 초기, 신약 둘 중 하나만 급여...급여율 44.9%

물론 심평원 측은 세부심사기준이 공개된 이후 급평위 급여결정 비율이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전 수준인 75%까지 회복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약가협상 타결률을 뺀 수치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급평위와 약가협상팀으로 이원화된 가격결정 구조와 급여판정 기준에 대해 제약계가 공분하는 것도 이해할만 하다.

반면 급평위 위원이나 시민단체는 신규 등재시 비용·효과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는 점에서 미숙하지만 급평위의 역할과 약가협상 분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급평위 한 위원은 “선별등재제도 도입이후 새로운 약가결정 체제를 정립하는 점에서 순기능을 했다”고 의미를 부였다.

특히 “전문평가위에서는 급여비율이 연도별로 편차가 크고 급여판단 기준에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급평위와 약가협상을 통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확립해 일관성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다른 위원은 “제한점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형식상 제약업계를 배제하고 학회 등을 중심으로 급평위를 구성한 점, 가격협상을 분리해 급여원리에 입각한 가격결정 논의를 시작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시민단체 "약가결정에 비용논리 도입 잘한 일"

포지티브 리스트제 도입을 환영했던 시민단체의 의견 또한 다르지 않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관계자는 “급평위를 통해 약제전문위와 달리 비용·효과성을 중심으로 급여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고 평가했다.

급평위를 운영하는 심평원 이동범 이사는 “지난 2년 동안 급평위는 맨땅위에다 비용효과성 판단이라는 구조물을 세웠다”며 “그동안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고마움이 앞선다. 순기능이 많았다”고 치켜세웠다.

제약업계의 생각은 정반대다.

다국적 제약사 한 약가담당 임원은 “과거 전문평가위원회와 급평위의 차별점을 찾을 수 없다. 도리어 가격협상 절차가 도입돼 위상이 약화됐을 뿐”이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현재와 같은 가격결정 구조하에서는 (급평위의) 책임있는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없다”면서 “급평위의 목적과 책임영역을 시급히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십수년 동안 보험업무를 맡아 온 국내 제약사 한 약가담당자는 아예 “급평위는 최악의 의결기구다.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혹평했다. 비교약제 선정부터, 급여판정 기준까지 일관성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약가담당자는 “심평원 실무자의 관점과 검토결과가 곧 급평위의 판단이 된다. 제약사에게는 소명기회조차 없다”고 무용론에 가세했다.

제약 "급평위, 전문평가위와 동일"...협상절차만 늘어

약가협상 절차에 대한 비판은 거셌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급평위에서 수차에 걸쳐 가격을 낮춰놓고 공단에 갔더니 처음부터 다시 가격을 논의를 시작하자고 한다. 이중규제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주목할 것은 제약업계의 비판의 화살이 이처럼 제도시행 초기에는 약가결정 구조 이원화와 약가협상을 담당하는 건강보험공단에 집중됐지만, 지금은 급평위 쪽으로 방향이 선회했다는 점이다.

이는 급평위가 급여결정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가격을 문제 삼으면서, 가격협상으로 넘겨지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제약계 관계자는 따라서 불신과 불만을 최소화하려면 “약가결정 구조를 어떤 방식이든 한 곳으로 일원화하고, 평가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면서 “현재와 같은 어설픈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면 불만만 계속 노정될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급평위 '급여결정', 급여가능성 권고로 변경해야

정부 쪽에서도 비판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급평위가 '급여결정' 했다고는 하지만 공단 협상이 결렬되면 '급여결정' 자체가 무의미 해진다.

따라서 급평위가 '급여결정' 한다는 표현이나 의사결정 범주를 급여여부 '결정'으로 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

정부 측 한 관계자는 "급평위의 역할은 임상적 유용성과 경제성평가 등을 감안해 급여 가능성만을 판단해 권고안을 공단에 넘겨주면 될 것"이라면서 "급여결정까지를 급평위 의사결정 범위로 정하는 것은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급여평가위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

최근 대한약사회에서 들려온 소문이다. 심평원은 최근 약사회에 급평위 위원 추천을 의뢰하면서 피추천인을 4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3배수로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사협회와 약사회의 속칭 ‘티오’가 한명씩 줄은 결과다.

소문에 의하면 피추천인 3명 중 2명을 약사회 상임이사를 우선 추천하고 나머지 한명을 놓고 약대 교수들간 경쟁이 치열하단다. 높아진 급평위의 위상을 실감할만한 대목이다.

문제는 약사회 상임이사 ‘티오’. 급평위에 그동안 참여해 왔던 보험이사의 경우 사실상 당연직으로 참여가 가능할 수 있지만 다른 상임이사의 급평위원 눈독은 그야말로 생뚱맞아 보인다.

이는 과거 전문평가위원회처럼 이익단체 등이 단체의 입장을 의사결정에 개입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급평위 가입자단체 ‘티오’를 늘여야 한다는 주장 또한 마찬가지 논리로 적절하지 않다.

약사회나 시민사회단체들이 급평위를 오해하고 있거나 급평위 스스로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근거로 풀이할 만하다.

급평위는 급여의약품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과 경제성평가 결과를 근거로 급여여부를 심의하는 건강보험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위원회다.

임상·보건경제·약물·경제성평가 등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전문가 위원회이기도 하다.

급평위 위원들이 전문가적 양심 대신 추천단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순간 해당위원 뿐 아니라 급평위의 존재가치는 희석된다.

전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공보험인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에도 도움이 될 턱이 없다.

약사회 관련 얘기를 접한 급평위 한 위원은 "급평위의 권위를 지키고 제대로 된 평가를 기대하기 위해서라도 ‘흑심’과 ‘과욕’을 버려야 한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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