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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큐어와 케어, 약사와 노인

  • 정석원 이사
  • 2023-11-06 11:10:50
  • 정석원 부광약품 마케팅 이사



“그는 …. 조제실에서 작은 절구에 시선을 꽂고 누워 있었다. 푸른 얼굴은 더 이상 공포에 휩싸여 있지 않았다. 룸 약사는 그의 눈을 감겨 주었다. 모든 것이 끝났던 것이다.”

터키 작가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단편소설 중 ‘솜 트는 노인’의 일부분 입니다. 평생 솜을 트는 일을 하던 노인이 한 동네 약국에서 맞이하는 죽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푸른 눈의 노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피곤하네…,전에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나도 모르겠군. 난 지금 정확히 일흔여덟 살 일세. 지친 적이 한 번도 없었지. 난 지친 적이 없었어.”

마치 우리 부모님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몸은 어떠시냐는 자식들의 물음에 항상 우리 부모님들은 “괜찮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솜 트는 노인처럼 말입니다.

노인과 관련된 2가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노인 인구의 증가입니다. 지난 6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약 50년 뒤 한국 인구의 30%는 75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되고 한국은 OECD 주요 회원국 중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두 번째는 미디어 리터러시 측면에서의 노인 교육의 필요성입니다. 오늘날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정보와 편향된 정보만을 개별 맞춤으로 제공하는 ‘필터버블’ 현상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됩니다. 특히 ‘가짜뉴스’와 ‘필터버블’이 노인들의 건강과 연관된다면 더욱 큰 문제가 됩니다.

나스미디어에서 발표한 2020년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인터넷 이용자들 중 유튜브를 시청한다는 답변은 무려 94.6%였습니다. 전 연령 평균 수치인 93.7%보다도 높습니다. 노인층은 ‘가짜뉴스’와 ‘필터버블’의 위험에 너무 쉽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제 노인의 건강을 위한 큐어(cure)와 케어(care)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큐어와 케어 중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느냐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있습니다만, cure의 어원이 care 즉 ‘관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했을때 저는 그 순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큐어(cure)와 케어(care)를 받는 대상, 즉 ‘소비자(노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앞선 칼럼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약국을 찾는 소비자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소비자의 기본적 특징과 노인층이라는 특정 연령대의 소비자 특성을 고려했을때 약사는 전문적 지식의 전달보다는 휴리스틱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휴리스틱이란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으로 불확실한 상황속에서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할때 명확한 실마리가 없을 경우 자신에게 편리한 방법을 취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소비자가 신뢰하는 전문가인 약사가 어떠한 실마리를 제공한다면 소비자는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난 칼럼에 이어서 오프라인 매장의 공간디자인이 적용된 동네책방에 관한 사례를 추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본 다이칸야마 쓰타야 티사이트(복합상업공간)는 2011년 말 개장했습니다. 이곳의 주요 타겟 소비자는 60대 이상의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를 바라는 세대입니다. 티사이트는 다음과 같은 공간 디자인을 실행하였습니다.

첫째, 타겟 소비자가 젊은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디자인의 디스플레이를 제작하여 매장에 배치하였습니다. 두번째, 편안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설계하여 소비자가 매장에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타이완의 텐위안청스(‘전원도시’라는 뜻)는 출판사이자 생활미학 서점이며 전시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강의, 좌담회, 다양한 체험 이벤트를 통해 각종 분야의 전문가들과 그 분야에 관심있는 소비자들의 만남이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위의 서점들은 소비자에게 체험/경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시간 점유율을 늘린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한 전문가가 매장에 상주하며 소비자의 질문에 답하고 나아가 파생되는 상품 및 활동을 추천한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오늘날 약국이 노인 소비자들을 위한 큐어와 케어를 어떻게 제공해야할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가짜뉴스와 필터버블로부터 노인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휴리스틱을 활용해 이들이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도록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은 약사만이 할 수 있습니다.

‘솜 트는 노인’ 중 한 장면입니다. “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모른다. 잠은 애인 같은 것이다. 오지 않으면 신경이 곤두선다. 하지만 새로 솜을 튼 요를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새털같은 기쁨이 생긴다.”

우리들의 부모님이신 노인들에게 약국이 애인같은 편안함을 제공하길 바라봅니다.

필자 약력

- 고려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

- 논문: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 활성화를 위한 세일즈콘텐츠 개발 연구

- 부광약품 마케팅 이사

- 세일즈 콘텐츠 및 헬스 커뮤니케이션 등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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