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교사에서 약사로…"이제야 찾은 내 직업"
- 강혜경
- 2023-11-02 11: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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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윤 약사(대구 달성 설화약국)
- "듣고 말하기 좋아하다 보니 돌고 돌아 약사"
- 개국 꿈 안고 진학…2개월 간 오토바이 타고 약국 자리 발굴
- "약사가 재밌어서, 친절해서, 믿음직 해서 또 가고싶은 약국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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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변신에 '다음 직업은 뭐냐'고 주변 사람들조차 얘기하지만, 그는 "이제야 찾은 마지막 직업"이라고 말한다. 경북대 건축학과를 시작으로 대구 교대, 우석대 약대까지 10년 넘게 방황하고 고민해 찾은 평생의 직업이 약사인 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내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제가 약사로 일할 거라는 생각은 못 해봤던 것 같아요. 고등학생 시절 저는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었거든요." 하지만 부모님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의대에 진학한 형처럼, 그에게 거는 부모님의 기대가 컸기 때문에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겠다는 꿈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여차여차 경북대 건축학과에 입학했지만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을 저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군대에 갔다 와서도 꿈이 변치 않으면 그때는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입대했는데, 전역할 때가 되니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혜화동에서 소극장들을 전전했죠. 연극영화과 진학을 위해 입시 준비를 하고, 오디션도 보고 2년간 무대에도 서보고요."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언제나 최선이지는 않았다. 임금체불로 수입이 없어지면서 그는 꿈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면서 점차 꿈보다는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물론 오랫동안 연극배우를 하시다가 뒤늦게 빛을 보게 된 배우들의 눈물겨운 이야기처럼 버티는 사람이 성공하게 되는 곳이지만 꿈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어도 해보지 못한 이상은 아니었기 때문에 담담히 체념할 수 있었다.
이후 수능을 봐 교대에 입학했다. 교대는 교사가 된다는 것을 기정사실에 두고 진학한 것이다 보니 부담도 적었고, 아이들과 함께 한 5년 간의 교사 생활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그에게 공무원이라는 옷은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전문직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됐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포기한 채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 역시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약사인 학부형께서 '약사가 좋다'는 얘길 하신 적이 있어요. 불현듯 그때 기억이 떠오르면서 '약사는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4년제 약사님과 PEET 약사님, 개국 약사님과 근무약사님을 각각 찾아서 허심탄회하게 궁금한 것들을 모두 여쭤봤고, '약사가 되보자'라는 결론에 다다랐죠."
교사생활을 하면서 약대 입시를 준비하다 보니 좌절도 있었다. 두 번째 만에 우석대 약대에 입학하게 된 그는 말 그대로 저공비행이었다. 늦은 나이에 처음부터 모든 걸 새롭게 공부해야 하다 보니 후회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개국에 대한 꿈을 가지고 약대에 입학한 그는 동기들 보다 빨리 개국을 준비했고, 부동산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경매를 공부하며 직접 대구에 있는 약국을 찾아가 실습을 받아달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당시 갓 태어난 아기가 있다 보니 학교 부근에서 실습을 할 수 없는 거예요. 대구 집 근처 약국에 무턱대고 찾아가 '실습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드렸는데, 흔쾌히 받아주셨어요. 실습약국장님께서 개국에 관해 100가지를 얘기해 주시는데 다 이해되지 않더라고요. 집에 와서 말씀해 주신 부분을 찾아보고, 공부해 가면 또 다른 얘기를 들려주시고... 또 다른약국에서도 실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는데 그 곳 국장님 또한 개국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주셨어요. 이런 방법으로 개국에 대해, 약국경영에 대해 배웠고 '나도 저런 약사가 되고 싶다'는 롤모델을 얻게 된거죠."
개국탐방도 졸업 전부터 시작됐다. 약국자리를 찾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두 달 가량 대구 전역을 누볐다던 그는 지금의 자리를 알게 돼 6월 첫 개국을 하게 됐다. 개국을 준비하면서도 약사로서의 경력이 전무하다 보니 짧고 굵게, 두 달 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약사님께 배움을 얻었다.

듣고, 말하는 걸 좋아하는 그에게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치유를 돕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도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귀를 여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속이 아프신 것 같네요' 한 마디만 하면 묻지도 않은 얘기들을 줄줄이 꺼내세요. 우리 아들이 어쨌고, 우리 딸이 어쨌고... 같이 맞장구치며 듣다 보면 또 다른 분이 오시고, 또 얘기하고 반복이죠. 친구를 데리고 오시는 분도 계세요."
또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기 엄마들과도 육아에 관한 밀도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특히 일반약으로 효과를 보셨다고 할 때 뿌듯해요. 간혹 환자 응대 시간이 길다 보니 불만을 갖는 분들도, 본인에게도 그만큼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다시 또 방문해 주시고요."
36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해야 하다 보니 노동강도가 센 편이지만, 그는 돌고 돌아 찾은 약사라는 직업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무대에 서는 일, 교단에 서는 일, 환자 앞에 서는 일.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교감을 한다는 차원에서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듣고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거죠. 앞으로도 저희 약국이 동네 허브가 됐으면 해요. 병원이 잘돼야 잘 되는 약국이 아니라, 약사가 재밌어서 가고 싶은 약국, 약사가 친절해서 가고 싶은 약국, 약사가 주는 약을 신뢰해서 또 가고 싶은 약국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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