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FTA 입장표명에 대해
- 데일리팜
- 2006-08-21 06: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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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속된 말로 흥정이다. 흥정은 주고받을 이익을 서로 나누는 이권의 분배다. 양 당사자 모두 파이가 커진다면 흥정은 성사되지만 어느 한쪽의 이익이 작아진다면 없었던 일로 될 공산이 커지는 것 또한 흥정이다. 그런데 한 쪽의 피해가 커도 협상이 타결되면 다른 뭔가의 이면거래가 있거나 아니면 강제적인 압력이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이면거래가 수천만 국민의 이권과 직결돼 있는 국가 간 협상이라면 그 내용은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개인 블로그 홈페이지까지 개설하면서 한·미 FTA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대단히 실망이다. 이면거래가 절대 없다는 항변을 그대로 믿고 싶고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고 싶지만 그것에 여전히 의문이 있는 탓이다. 의혹을 증폭시켰을 뿐 알맹이 없는 항변으로 일갈했기에 그렇다. 미국에 어떤 내용을 주문했고 요구했는지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다. 대한민국 장관으로써 국익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를 강조했을 뿐 그 노력이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장관은 미국 정부가 여전히 자국중심의 까다로운 입장을 견지한다고 하면서 그 내용이 뭔지를 역시 함구했다. 그러면서 주한 미국 대사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분서주 하는 매우 훌륭한 공무원이라고 추켜세웠다. 나아가 그가 미국 정부의 견해를 말했다고 해서 장관이 압력으로 느끼는 대한민국은 아니라고 까지 했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장관은 의약품 분야 협상이 미국과 대등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울러 장관은 의약품 분야가 소위 공정하게 이익을 나누는 흥정거리가 된다고 생각하는가.
의약품 분야는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 측에 내어주는 '4대 선물' 중의 하나임을 삼척동자도 안다. 선물을 받을 사람이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 제스처를 하고 있는 사안이기에 미국이 외견상 압력을 행사할 턱이 없음을 역시 모두들 알고 있는데 장관만 모른다고 할 것인가. 구체적인 말이 오가지 않았어도, 흥정의 세부내용이 교환되지 않았다고 해도 장관의 행보 자체는 의약품 분야가 선물이라는 사안의 성격으로 인해 압력을 당한 것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하다.
일각에서 제기한 한·미 FTA 음모론과 꽃놀이패와 관련해서도 장관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진행된 협상의 세부내용을 공개하고 나아가 향후 진행될 협상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어야 했다. 아울러 장관의 단호한 의지까지 함께 표명됐어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수없이 제기되는 4대 선결조건의 의혹, 의약품 분야의 싱가포르 별도협상, 때마침 진행되는 한·미 정상회담 등의 정황 등은 음모론과 꽃놀이패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장관은 이면합의가 절대 없다고 강변하기에 앞서 부지불식중 그럴 가능성이 전개되거나 앞으로 그럴 상황이 불가피하게 닥쳐올 것을 염려하는 입장에 있어야 한다. 발언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아울러 협상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면 그것이 아무리 떳떳해도 국민들에게는 이면합의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까지 과연 그러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더욱이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의약품을 포함한 4대 선결조건은 사전에 공개되지 않았었기에 이미 이면거래다.
장관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을 속여 협상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런데 상대가 있는 협상이기 때문에 우리도 무언가를 양보할 수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징표의 하나로 양보 내지는 요구사항들에 대해 협상하기 사전·사후에 모두 국민적 검증과 평가를 받아라. 그런 행동이 없으면 국민을 속이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특히 양보할 때는 숨김없이 공개한다고 약속한 만큼 불가피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일 의약품 분야의 협상 공개내용을 지켜보겠다.
한·미 FTA에 음모나 꽃놀이패 등의 이면합의가 외견상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 합의 대상이 미국이라면 이미 음모의 범주에 그리고 꽃놀이패의 수에 들어가 있음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음을 늘 열어놔야 한다. 미국 대사는 의약품 분야에서 만큼 복지부 장관에게 협상의 자초지종을 얘기할 필요가 없지만 우리는 미국 대사에게 배수진을 치거나 그도 안 되면 종국에는 애걸복걸을 해야 할 처지다. 그런 현실이 바로 가장 가혹한 압력임에도 그것을 느끼지 않았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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