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새는 약국 판매정보...제약에 100% 노출
- 최은택
- 2006-08-07 06: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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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거래 회유 등 악용...약사회 "도매, 정보 주지마라"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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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에 “정보유출 막아 달라” 민원 속출
서울의 한 도매업체는 최근 거래 약국으로부터 왜 제약사에게 판매정보를 유출해 귀찮게 하느냐는 항의성 전화를 받았다.
제약사 영업사원이 이전에는 월 100만원을 팔았는데, 최근에는 판매량이 왜 절반으로 뚝 떨어졌느냐면서, 따지듯이 물었다는 것.
해당 약국 약사는 이 영업사원이 도매업체로부터 거래내역을 입수해 판매추이를 알고 있다고 말하자, 자신의 집안 살림이 외부사람에게 노출된 것 같아 불쾌해 했다고 한다.
이 처럼 제약사가 도매업체로부터 판매정보를 제공받아 약국에 직거래를 제안하거나, 판매량 증감이유를 물어오는 사례가 속출하자, 판매정보 유출에 따른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도매업체가 제공하는 판매정보에는 약국상호, 주소, 전화번호, 사업자번호, 일부는 요양기관기호까지 약국과 약사의 신상정보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보 유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약국 사업자번호·요양기관기호까지 줄줄 샌다

문제는 도매업체로부터 유출된 판매정보가 제약사가 약국에 직거래를 확대하거나, 다른 용도로 악용된다는 점에 있다.
제약사의 판매정보 악용사례는 주로 직거래 확대와 인근 의료기관에서 처방을 유도하고 약국의 판매량을 비교해 증감요인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서울의 한 도매업체 대표는 분당의 한 약국에서 양해를 구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제약사가 약국 판매내역을 갖고 와서, 뒷마진 3%에 3개월 회전을 보장해 주겠다면 직거래를 제안해오자, 어떻게 하면 좋을 지 상의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이 약국 약사는 도매업체 대표와 동향출신인 데다 벌써 15년 이상 거래를 유지해온 오랜 고객이었다.
한 약국 약사는 데일리팜 제보를 통해 최근 중견 제약사 영업사원이 약국을 방문해 한달에 100만원 가량 판매하던 데 직거래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 이전에는 직거래를 했는데 왜 안하느냐고 물었다고 밝혀왔다.
이 약사는 자신의 거래내역이 그대로 제약사에게 노출된 사실을 알고 숨이 막혔다고 토로했다.
"판매정보 내용 부실하다" 약 공급중단 횡포도
한 도매업체는 국내 매출 규모 5위권 안에 들어가는 유명 제약사가 판매정보 내용이 부실하다며, 주문한 의약품에 대한 공급을 거부했던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최근에는 충북과 울산지역에서 도매업체와 제약사 영업사원이 약국 요양기관기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약국 판매정보는 비단 제약사들뿐 아니라 의약품 정보를 가공해 제공하는 정보회사들에게도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약국 판매정보가 이중 삼중으로 흘러 다니는 셈.
이와 관련 법률전문가들은 도매업체가 약국 정보를 제약사에 제공하는 것은 거래당사자간 신의성실의무와 계약범위를 벗어난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발생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약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약사회 비밀준수확약 카드 커내...7일 행동요령 등 발표
박영근 팀장은 “회원약국들의 피해와 불편함을 일소하기 위해 도매업체와 비밀준수확약을 맺을 계획”이라면서 “도매업계와도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민생회무전략팀은 기자회견과 함께 각 지부와 분회를 통해 약정서 체결취지를 알리고, 거래 도매업체들과 비밀준수확약을 맺도록 종용할 예정이다. 약정서에는 비밀준수의무를 위반했을 경우의 민사상의 책임도 함께 명문화한다.
또 비밀준수확약을 위반한 도매업체를 제보하는 일종의 신고센터도 후속조치로 마련된다.
박영근 팀장은 “인터넷의 발달 등 정보통신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개인신상정보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면서 “약국 정보가 제3자에게 유출돼왔던 관행을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매업체들도 약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제약사에게 우량 거래선을 빼앗겨 피해를 보고 있을 뿐 아니라, 약국의 항의전화는 고스란히 도매업체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도매업체들은 판매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유통마진(1%)을 받거나 다른 인센티브를 받고 있지만, 이런 대가 때문이 아니라 우월적 지위에 있는 제약사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약정을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매업계도 반기는 분위기...제약과 맺은 약정 처리고심
심지어 국내 유명제약사는 협력을 명분으로 전자문서 프로그램을 보급해 매일 도매업체의 매입·매출이력, 입·출고이력, 재고정보, 담보현황, 잔고현황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의 한 도매업체 대표는 이에 대해 “마치 부부의 침실까지 드러내 보이는 기분"이라면서 "이쯤되면 무장해제 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푸념했다.

이에 따라 도매협회는 법률고문에게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방안을 의뢰했고, 조만간 자문변호사의 검토의견이 제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지난 3월에 있었던 제약도매협의회 회의에서는 도매업체의 딜레마를 풀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제약사들이 자사 의약품의 지역별 흐름과 영업사원에 대한 실적 평가를 위해 약국 판매정보가 필요하다면, 약국상호나 주소, 전화번호를 기재하지 않고 구 단위나 동 단위로 정보를 제공하자는 것이 그것.
실제로 서울의 한 도매업체는 제약사별로 제공하는 정보내용을 차별화하고 있으며, 정보범위를 될수록 동 단위 수준에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판매정보 필요하다면 구·동 단위 정보만으로 충분”
이 업체 대표는 “제약사가 자사 의약품의 흐름이나 인사평가, 생산계획 수립 등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려한다면, 동 단위 수준에서 판매내역을 제공받아도 충분하다”면서 “이것조차 문제 삼는다면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제도협에서 제안됐던 방안은 제약사의 호응을 얻지 못해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한 제약사 관계자는 “약국이 판매정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오히려 직거래를 제안했을 때 반기는 약국들도 있다”고 말해, 판매정보 유출을 금지하는 데 앞서 약사사회 내에서의 폭넓은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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