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억 혈세낭비 재판 우려
- 데일리팜
- 2006-06-29 06: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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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혈세 360억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복지부가 법원의 항소심 조정결정을 받아들여 삼성SDS에 구축 및 관리비용 등 거액을 물어주게 된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수백억원을 물어주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결국 터지고 만 것이다. 그뿐인가. 중앙정부가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까지 하는 수고스러움을 더했으니 씁쓸함에 더해 분통이 터진다. 정부정책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된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오는 8월 시행예정인 의약품종합정보센터도 의약품유통종합정보시스템과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유사한 실패의 재판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의약품 유통투명화를 위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새 제도를 추진한 것 까지는 좋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행해 보지 않은 개혁조치였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보았다. 하지만 실패에 따른 대가가 너무나 거액이다. 정부정책의 신뢰성 추락은 또 돈으로 따지기 어려운 면이 있다. 정부는 사과나 변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쩌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는지 원인분석을 정확히 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유통정보시스템은 현실을 간과한 채 의욕과 명분만 갖고 추진했기에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의약품유통정보시스템 추진시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항은 의약품 유통의 시장적 기능이다. 그 시장적 기능을 일거에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의약품유통종합정보시스템이나 의약품종합정보센터가 뭔가. 다른 말로 의약품 유통에 관한 정밀지도를 만드는 일이다. 제약회사, 도매상, 의료기관, 약국 등에서 일어나는 의약품 물류 및 유통 그리고 그와 수반되는 돈의 흐름에 대한 정보를 정보가 손금 들여다보듯 할 수 있는 툴이 바로 그 시스템이다. 이 모든 정보를 정부가 확보·관리한다면 의약품 유통에 관한한 시장기능을 전면 봉쇄할 수 있음에 다름 아니다.
제약사회의 공급량과 공급가 정보는 기본적인 영업 비밀에 해당하지만 유통정보시스템에서는 낱낱이 드러나게 된다. 의료기관이나 약국의 의약품 구입량 및 구입가 정보 또한 마찬가지다. 심지어 요양기관들의 의약품 투여종류별, 투여방법별 현황까지 파악이 가능하게 되고 질병군별, 약품분류별, 제품형태별 의약품 사용현황이나 가격 등의 정보를 잡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요양기관 종별 의약품 처방 및 조제실적, 도매상의 공급·구입내역 등도 정보센터에 고스란히 들어간다. 한마디로 의약품 분야의 게놈프로젝트에 버금간다.
물론 이 모든 정보를 정부가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같은 사항들이 정부 관리에 들어간다면 업체나 요양기관들에게 시장적 기능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아울러 관행화된 할·증인이나 뒷거래를 일거에 차단시키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일종의 완벽한 쐐기돌인 셈이라는 점에서 명분과 취지가 대단히 좋다. 정부가 그것을 목적으로 유통정보시스템을 구축하려 한 것을 안다. 하지만 시행주체인 업체들과 요양기관들이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면 실패다. 실제로 유통정보세스스템 도입 당시 요양기관들은 명분 때문에 드러내놓고 반대는 못했지만 시행에 강력한 반대 이상으로 매우 난색을 표했었다.
유통정보시스템 정착의 뼈대가 돼 줄 것으로 일시 시행해 봤던 약제비 직불제도 결국 낙마하고 만 것은 취지만 생각했지 현실을 간과한 탓이다. 의·약사가 제약사나 도매상들에게 일체의 약품비 결제를 못하도록 차단한 것이지만 그것이 하루아침에 가능하다고 본 것은 오판이다. 비록 업체들이 약품비를 물류조합이라는 기구를 통해 결재 받는다고 해도 업체와 의·약사 간에는 영업행위가 남는다. 영업은 시장의 총아이고 그 시장에서 일어나는 거래와 흥정을 온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업체가 많고 의료기관이나 약국도 다수인 이상 시장기능은 없어지지 않는다.
정부의 부패지도에 가장 굵은 선으로 그려진 분야 중의 하나가 의약품이다. 의약품 유통 투명화는 반드시 가야할 길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먹는 물도 지나치게 완벽한 정수과정을 거치면 미네랄까지 모두 걸러내 건강에 도움이 덜 되는 증류수가 되고 만다. 의약품정보시스템은 그런 의미에서 지나친 완벽성이 내재된 이상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험약의 노마진을 구현하기 위해 시행한 실구입가상환제가 유명무실한 것은 좋은 본보기다.
유통 투명화를 하루아침에 완전무결하게 이루기는 어렵다. 특히 시스템으로 얽어매는 형식이라면 그것은 정말 쉽지 않다. 유통정보시스템 시행방안에는 시장기능을 일부 인정한 보완책이 동시에 담겨야 한다. 가령 보험약도 일정 범위 내에서 자율마진을 인정하는 방안을 전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도상으로 마진이라는 시장기능을 차단한 현행 실구입가제는 오히려 더 많은 뒷거래를 조장하고 있을 뿐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두 달 후면 시행될 예정인 의약품종합정보센터가 보완장치 없이 간판만 바꿔단다면 또다시 수백억원의 혈세를 낭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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