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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까지 나선 유통일원화 폐지

  • 데일리팜
  • 2006-02-23 06:21:35

유통일원화 문제가 또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004년 1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고 지난해 5월에는 직접적인 이해단체인 제약협회가 유통일원화 폐지를 복지부에 전격 건의하고 나서 한동안 도매협회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재정경제부까지 이 사안을 들고 나와 유통일원화 문제가 도대체 보건복지부 관할사안이 맞기는 한가라는 의문까지 든다.

의약품 유통일원화는 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는 약사법 시행규칙에 명시돼 있어 엄연히 복지부가 주무부처다.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와 재정경제부가 유통일원화 폐지를 하겠다고 발 벗고 나서는 것은 아무리 봐도 지나친 행보다. 공정위와 재경부가 힘 꽤나 쓰는 부처이고 업무 관련성도 있어 유통일원화 문제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지만 전문성은 도외시하고 피상적 효과만 기대하고 나서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여러 차례 강조해 왔지만 유통일원화를 존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그렇다고 도매협회가 주장하듯이 전면적인 유통일원화의 확대 또한 반대한다. 현행처럼 100병상 이상의 유통일원화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유통일원화를 폐지하면 제약사들의 직거래로 인한 유통난맥상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 할 뿐만 아니라 그렇다고 유통일원화를 전면 확대하다면 도매상들의 난립 역시 가관일 것 또한 충분히 예견된다. 이는 현행과 같은 부분적인 유통일원화가 현실적이라는 의미다.

재경부가 나선데는 약제비 절감이 그 이유이고 공정거래위는 경쟁 제한적 요소를 없애는 규제개혁 차원이다. 공통점은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다. 하지만 유통일원화를 이런 단편적 시각으로 보고 폐지한다면 약제비는 더 늘고 시장이 경쟁 제한적 상황을 더 만든다. 제약과 도매의 업무분장을 일부라도 해 놓는 것이 오히려 약제비를 절감하고 건전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뜻이다.

제약사와 도매상들이 모두 종합병원을 상대로 판매행위를 한다면 극한 경쟁에 따른 뒷거래가 지금보다 훨씬 난무할 것은 뻔하다. 이는 불요불급한 의약품의 과용으로 이어져 약제비가 되레 증가하는 것은 물론 온갖 뒷거래로 인한 특정업체의 비정상적인 시장지배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상황을 적시하고 있기 때문에 100병상에 준한 종병에 대한 유통일원화는 지난 94년 마련된 10년 한시의 법이지만 더 존속시킬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유통일원화가 대통령 자문기구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 의제로 상정되어 있는 만큼 재경부나 공정위도 문제제기는 할 수 있다. 복지부도 이 위원회에 검토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유통일원화는 단순히 약제비 절감이나 규제개혁을 할 사안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소기의 기대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점을 인식하고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전문적인 식견과 주관을 갖고 움직이게 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

유통일원화 조항은 약사법 시규 제57조(의약품등의 유통체계확립 및 판매질서 유지를 위한 준수사항) 1항 7호에 ‘의약품제조업자는 생산된 의약품이 의약품도매상을 통하여 의료기관이나 약국등의 개설자에게 판매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권고조항으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 단서조항에 ‘다만, 의료법에서 정한 종합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때에는 재난구호, 의약품도매업자의 집단공급중단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의약품 도매업자를 통하여 공급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이 단서가 100병상 이상은 제약회사가 직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는 명시조항이다. 의료법은 제3조(의료기관) 3항 1호에서 종합병원의 범위를 ‘입원환자 100인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통일원화 규정이 단편적인 시각이나 아니면 이해단체의 이권에 의해 쉽게 변질돼서는 안 된다. 전면폐지도, 전면확대도 현재로써는 불가하다. 굳이 개정을 하고자 한다면 전문기관의 심도 있는 연구와 공청회 등을 거쳐 부분적인 개정은 최소한으로 해봄직하다. 유통의 난맥상을 해소하고 건전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부분폐지나, 부분확대 등은 검토해 볼 여지가 있겠으나 전면폐지나 전면확대는 논외로 해야 한다.

재경부나 공정위가 전문적 식견 없이 유통일원화에 자꾸만 손을 대려 하는 것에 대해 복지부는 지금이라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 복지부는 분명한 의지를 피력하는 것이 그 수순이다. 유통일원화 존폐에 대해 단계적으로 접근한다는 막연한 입장을 피력하는 것은 제약과 도매에 혼선만 부추기고 싸움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복지부는 일단 존속 필요성에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아울러 중장기적인 보완작업을 위해 깊이 있는 연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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