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재평가제 차라리 폐지하라
- 데일리팜
- 2005-09-08 08: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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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7개국(A7)의 약값 인하율을 국내 의약품 약가에 반영하고자 하는 정부의 새 약가재평가 방식은 재고돼야 한다. 보험약 가격이 등재 때부터 선진 7개국의 평균가격을 잣대로 매겨진다고 해도 인하할 때마저 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나치게 의존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정책이다. 재화의 가격이 미치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약가 식민지’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새 재평가 방식이 보험약가의 거품을 보다 근원적으로 제거하고자 한 취지임을 모르지 않는다. 이를 통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뜻도 안다. 하지만 ‘우리식’을 개발할 생각은 안하고 남의 기준을 쉽게 들여다 잣대로 삼는 것은 국내 제약환경이나 유통환경을 무시한 일방통행식 권위주의적 정책이다.
재화의 가격은 보통 민간 또는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보험약은 공공재에 가깝기 때문에 정부가 가격을 매기고 통제하고 있다. 정부는 시장이 해야 할 정말 어려운 일을 맡아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약가는 특히 최초 결정 때부터 인상, 인하 등 줄타기에 가까울 만큼 더 어렵다. 국민에게도, 기업에게도 그리고 시장에서도 모두 ‘유효한 가격’이 매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재평가 인하방식은 이도저도 귀찮아 선진국의 잣대라는 쉬운 명분만을 쫓은 인상이다. 보험약 생산의 주체인 제약사들은 이유도 모르고 때로는 억울하게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인하폭이 생각 보다 작다고 하지만 선진국 약가가 늘 어떻게 춤을 출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업체들은 항상 초조하고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최저실거래가제가 탈도 많고 문제도 많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새로운 약가재평가 방식도 앞으로 논란이 적지 않을 듯싶다. 가격조정이란 원칙적으로 인한된 품목만으로 가중평균 해서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무시하고 한 품목이라도 인하만 되면 인하하겠다는 발상은 최저실거래제와 같은 일벌백계 방식과 유사하다. 억울하게 인하를 당할 품목들이 나올 개연성이 높다.
우리는 차제에 약가재평가 제도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재평가 제도의 전면적인 폐기를 주문하고 싶다. 보험약가는 시장상황을 봐 가며 필요할 경우 엄정히 조사하고 사후관리를 하면 얼마든지 합리적인 조정 또는 인하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외국잦대를 들이대 재평가를 하는 것은 불필요한 중복행정이다. 거기다 벌 주기식 인하정책은 시장을 무시한 오만이다.
약가재평가 제도를 두는 것은 약가 등재 이후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다시 말해 약가 사후관리를 엄정히 하면 재평가는 불필요하다. 더욱이 재평가 방식이 우리 실정에 맞는 방식이 아닌 외국 잣대이니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관료가 가격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가격에 대한 평가는 고도의 전문성과 안목 그리고 치밀한 분석 등을 요하는 고난도의 일인 탓이다.
정부가 약값을 평가하겠다는 오만이 되레 거품을 더 만들어 낼 소지를 키웠다. 가격에 대한 통제 그리고 그 재정 운영이 정부에 있는 것은 실로 막강한 권력이다. 그로인해 보험약가에는 시장 메커니즘이 반영되기 쉽지 않다. 로비 등 비합리적인 요인에 의해 매겨지거나 조정될 공산이 있어 거품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평가를 하면 합리적인 약값 조정이 더 어렵다는 얘기다. 무리수가 많은 재평가 제도를 폐지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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