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도매 손잡나 싶더니 왠 싸움
- 데일리팜
- 2005-06-16 0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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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와 도매업계가 검찰의 리베이트 수사설로 손을 맞잡는가 싶더니 유통일원화 문제로 양보하기 힘든 일전을 벌일 태세로 금세 돌아섰다. 유통일원화 존폐논란은 여의치 않게도 그리고 공교롭게도 일부 제약사의 저마진 정책 및 거점도매 선정 등으로 중소도매상을 중심으로 한 일전불사 의지가 끓고 있는 마당에 터졌다.
금방 협력하는 듯하다 어느새 팽팽한 긴장감으로 돌아서더니 급기야 전면전의 양상으로 치달을 급박한 상황이 됐다.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제약사나 도매상 모두 양보할 수 없는 대형 거래처라는 점에서 인지상정 이해되는 면이 있지만 솔직히 지금으로써는 그 나물이 그 나물이라는 생각에 한숨 밖에 안 나온다.
종병이 아무리 중요한 영업 거래처라고 해도 유통일원화의 시행취지를 생각하면 '누가 거래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거래하느냐'가 중요한 키고 핵심이다. 그러나 제약이나 도매나 어떻게 거래할 것인가는 뒷전인 채 내가 주도권을 갖고 거래하겠다는 욕심만 가득하다. 이래가지고서야 유통일원화제도가 있든 없든 시장의 혼탁함이 일말이라도 개선되겠는가.
당초 유통일원화 시행취지는 의약품 유통비용 절감과 판매질서 유지였다. 과당경쟁을 지양해 제약회사는 영업비용을 크게 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제약은 우수의약품의 연구·개발과 생산을, 도매는 의약품 유통을 각각 전담해 질 좋은 의약품의 생산과 건실한 유통시장 정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작금의 유통시장은 혼탁 그대로다. 아니 유통일원화를 시행하기 전 보다 더 어지러워졌고 혼란스러워졌다는 말이 정확하다. 도매상 수가 급증해 경쟁이 격화된 것이 근본 문제지만 제약사들도 음으로 양으로 도매와 밀착 내지 유착해 유통시장을 어지럽힌 주역중 하나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종합도매업소 수는 유통일원화 시행 직후인 지난 95년 368곳이었으나 올 4월 현재는 1천541곳으로 무려 4배 이상 늘어났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적게는 100곳 이내이고 많아야 200~300곳에 불과한 것만 봐서 우리나라는 도매상이 지나치게 과포화다. 이러다보니 경쟁이 격화되고 유통질서는 당연해 혼탁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우리는 그럼에도 유통일원화를 당장 폐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유통은 아무래도 제조업자 보다는 도매업계가 맡는 것이 맞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의약품 도매유통 비중이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서 낮기 때문이다. 유통일원화는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제도에 순응하지 못하는 시장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초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유통일원화는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제약과 도매는 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마주 앉아서 반성부터 하고 대안 내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제도적 개선사항이 폭넓게 논의될 수 있으니 정부도 논의의 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안은 문제를 제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유통시장을 흐리는 품목도매나 직영도매 등의 문제부터 정리할 방안을 찾아야 하고 과도한 덤핑에 나서는 도매에 대한 강력한 제도적 견제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적으로는 제약사의 불공정 행위 전위조직으로 움직이는 일부 품목도매와 의료기관의 창구나 다름없는 직영도매상의 활보를 방치해선 안된다.
궁극적으로는 과포화 상태인 도매업체 수를 과감하게 통·폐합하는 시장의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하는데, 힘든 일이지만 정부와 업계가 함께 지혜를 모아 꼭 방안을 찾아야 한다. 도매업계 입장에서는 이런 일련의 작업들이 아마도 유통일원화제 폐지 보다 더 힘겨운 수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자본력과 영업력이 열세인 적지 않은 제약사들이 유통일원화 폐지에 더 위기를 느끼는 것은 도대체 뭐라 설명할까.
유통일원화제 하에서 시장이 건실하게 자리만 잡으면 제약업계는 유통일원화를 폐지하는 것 보다 더 낳은 환경이 된다. 유통시장이 안정되면 그만큼 영업비용이나 유통비용이 절감되고 가격이 지켜진다. 치열한 경쟁을 안해도 되니 힘 안들이고 얻는 최상의 시장환경이다. 제약사는 굳이 영업비와 유통비가 훨씬 많이 투입되는 출혈을 감수하고 '직거래'라는 힘든 일을 할 필요가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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