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행보가 참 신선하다
- 데일리팜
- 2005-05-12 06: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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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청 소속 직원들이 ‘의약품 규제기준 연구협의회’(GRP-SIG)를 자발적으로 결성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행보이기에 참 신선하다. 식약청이 어떤 기관인가. 국민건강 내지는 실생활과 밀접한 식품이나 의약품 등의 인& 8729;허가와 사후관리 행정을 하는 곳이기에 ‘준 권력기관’이다.
소위 업자들은 문턱만 봐도 벌벌 떠는 규제와 처분의 대표적 기관이 식약청이다. 그런 식약청의 소속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규제다운 규제를 해나가겠다’며 봉사행정의 의지를 자발적으로 천명했으니 칭찬을 받을 만하다. 식약청의 규제는 일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한데, 이른바 ‘생산적인 규제론’이 나왔으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연구협의회가 내건 3개의 슬로건은 식약청 공무원들의 패러다임이 이토록 신선할까 할 정도로 실감난다. 협의회는 규제행정과 관련해 베스트(Best), 패스트(Fast), 프리페어드(Prepared)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윗선에서 시키지 않은 일을 창의적으로 하는 모습이다.
‘양질의 규제’(Best Regulation)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는 약속에 다름 아니고 ‘신속한 규제’(Fast Tract)는 질질 끌지 않는 서비스 행정을 하겠다는 표현이다. 또 ‘준비된 규제 ’(Prepared Regulation)는 투명하고 명확한 기준으로 일관성 있는 규제를 하겠다는 과학적 평가체계의 확립의지라고 본다.
규제행정이 산업화의 지렛대가 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식약청 직원들은 이 같은 생산적인 규제를 통해 그런 의지를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우리나라 의약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했다. 성과여부를 떠나 깃발을 든 자체에 믿음이 간다. 최소한 불필요하게 업체의 목줄을 잡거나 흔드는 일이 없을 것이란 생각은 들기 때문이다.
30여개에 달하는 각종 고시는 식약청이 규제행정을 하는데 동반되는 잦대 들이다. 이들 잣대를 하나하나 검토하고 논의해서 줄일 것은 줄이고 늘릴 것은 늘리는 손질을 해나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치열한 논쟁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협의회 멤버들이 초심을 지켜 반드시 목표를 완수하는 일이다. 불필요한 권위를 버리고 봉사하는 전혀 새로운 규제기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전제는 협의회 출범 당시에 가졌던 초심을 지켜가는 자세다. 이를 소홀히 할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가당착에 빠져 규제는 규제대로 시답지 않고 서비스 행정도 안 되는 더 악화된 사태를 맞는다.
아울러 결성모임에는 16명이 참석했지만 이후 모임에는 더 많은 식약청 직원들이 참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 가급적 청내 전 직원이 참여해 분야별로 모임을 갖는 공식 협의체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보다 빠른 기간 내에 달라진 그리고 업그레이 된 식약청의 위상을 접하고 싶다.
규제기관이 꼭 권력기관이 되란 법이 없음에도 우리나라는 업체들이 그리고 공무원들이 권력화를 만들어 왔다. 그 껍질을 공무원들이 벗겠다고 먼저 나선 만큼 업체들은 함께할 방안을 아울러 모색해 줬으면 한다. 협의회는 업체들에게 정식 멤버는 아니더라도 옵저버 또는 자문 형태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 필요가 있다.
버거운 일을 주도한 의약품안전과장과 의약품규격과장에게 격려를 보내지만 우리는 앞으로 계속 지켜볼 것이다. 논의과정에서 닥칠 고비들을 헤쳐 나가기가 더 어려울 것은 이미 예견되는 일이다. 수십 년간 누적돼 온 불필요한 규제의 무게를 다이어트 하는 일은 보다 더 힘 있는 식약청을 만드는 변화다. 미국 FDA에 견줄만한 권위 있고 위엄 있는 기관으로의 변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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