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약 억제정책 겉돌고 있다
- 데일리팜
- 2005-04-13 06: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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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의 고가약 처방을 억제하기 위해 심평원이 중점관리 대상 고가약 리스트를 분기별로 공개하는 정책이 별반 효과가 없어 다른 후속조치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대효과가 없는 제도를 끌고 가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강제로 의사의 처방권을 견제하는 것 자체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기에 던지는 화두다.
이 제도 도입 당시 제약사나 의료기관들은 고가약 리스트 공개가 곧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특히 제약사들은 고가약 리스트를 발표할 즈음이 되면 긴장하고 대책을 강구하느라 분주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딴판이다. 의료기관이나 제약사들은 고가약 리스트를 발표해도 별 관심이 없다.
실제로 시장상황을 보면 품목수를 기준으로 한 최근의 고가약 비율은 거의 변동이 없다. 지난해 3/4분기 7.1%였던 고가약 비율이 올 들어 6.9%를 보여 다소 줄기는 했지만 0.2% 포인트라는 눈에 띠지 않는 소폭감소다. 정부가 고가약 처방을 견제한 효과라고 평가해 주기에는 부족한 수치다.
정부는 고가약 처방을 억제하려면 리스트만 발표해 놓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후속조치와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필요하다면 현지실사를 강화해야 함에도 별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자료 및 전산심사 등으로 실사를 했다고 하면 방치나 다름없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고가약 리스트를 만들어 의사의 고유영역인 처방권을 억제할 권한이 과연 정부에 있느냐는데 있다. 의사가 고가약이든 저가약이든 처방을 하는 것은 보장돼 있는 권리고 자유다. 따라서 의사가 환자치료상 필요에 의해 고가약을 처방했다면 그것이 아무리 비중이 높다고 해도 처벌하지는 못한다.
현지실사는 그래서 신중해야 하고 그 이유로 잘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 고가약 관리는 결국 어렵다는 것이고 고가약 네거티브 시스템의 억제정책은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분기만 되면 고가약 처방을 억제하겠다면서 리스트를 정리해 발표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심평원은 최근에도 올 2/4분기 고가약 목록 810품목을 발표했다. 현장에서는 겉돌고 있는데, 뭐 어쩌라는 말인가. 의료기관은 리스트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여전히 고가약 처방을 내고 있고 제약사들도 리스트에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제약사에 확인을 해보면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며 오히려 핀잔을 주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심평원이 현지실사를 나가겠다고 해도 무신경할 상황이 아닌가. 우리는 정부가 과연 고가약 처방을 줄이고자 할 의지가 있는지 부터가 궁금하다. 그리고 고가약 처방을 줄이는 노하우가 다른 방법은 없는지 그리고 연구는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차제에 정부는 고가약 억제정책을 아예 포기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더불어 저가약 처방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시도해 고가약 억제정책 보다 더 실효가 있도록 해야 한다. 즉, 네거티브 시스템 보다는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정책을 전환해 의료기관이 자연스럽게 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저가약을 처방하고 고가약을 청구하는 의료기관은 불법행위로 처벌을 받는다. 고가약을 감시하는 목적이 이 같은 불법행위의 감시라면 현지실사를 강화해야 하겠지만 처방억제가 목표라면 현지실사는 한계가 있다. 고가약 처방 억제는 지금같은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환자의 권리까지 침범할 수 있는 부분도 있기에 더더욱 어렵다. 고가약 비율을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중저가약 처방에 대한 포지티브 정책이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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