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살생부 발표 유보해야
- 데일리팜
- 2005-04-12 07: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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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개 종합병원급 이상의 국내 유명 의료기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운명마저 좌우될 날이 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오는 14일 차관 정례브리핑에서 발표하는 의료기관 평가결과는 의도야 어찌됐든 대형병원들에게는 ‘살생부 발표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해당병원들은 그야말로 전전긍긍 그리고 초긴장 국면이다.
병원 종주단체인 병원협회 조차 평가결과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등 발표내용이 특급기밀에 붙여진 것은 그만큼 공개에 따른 충격파가 작지 않다는 뜻이다. 평가대상 병원들은 백방으로 평가결과를 알아보려 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라고 하니 해당병원들은 애타고 속 타는 심정으로 운명의 날을 기다리는 처지다.
우리는 보건복지부에 이번 의료기관 평가결과의 대국민 공개를 철회하거나 최소한 차후로 유보했으면 바람을 밝히고자 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평가결과가 ‘의료의 질’ 보다는 서비스나 업무수행 능력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에도 엉뚱하게 의료기관의 잘못된 등급화로 비화될 우려 때문이다. 그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은 부작용일 것은 보지 않아도 훤하다. 또 하나는 의료기관이 마음껏 영리추구를 못하는 가운데 나온 평가는 생존의 길을 막아놓은 병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모순된 정책이기 때문이다.
우선 의료의 질과 관련한 문제에서 서비스나 업무수행 능력도 의료의 질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의료의 질이 좋아도 시설이나 서비스는 안 좋을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를 일률적으로 엄정하게 평가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지를 묻고 싶다. 아니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답이 ‘불가능’이다.
의료의 질이 우수한 병원임에도 시설이나 서비스가 낙후됐다고 해서 등급이 낮아지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가령 국내 최고의 국립병원이 오래된 시설 또는 권위주의적인 태도 때문에 평가결과가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국민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병원 이용을 하지 않으면 정부는 다시 그것이 아니라고 일일이 설명해 줄 요량인가.
의료기관의 서열화와 등급화를 매기려면 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평가방법이 동원돼야 하고 그렇게 해도 허점이 나올 개연성은 여전하기에 평가공개 결과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 옳다. 정부는 평가결과를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 자문을 거쳐야 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해당 병원이나 관련 단체의 여론을 다시 수렴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 뒤에 평가결과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가 않다.
또 평가결과 발표유보를 요청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의료 시스템의 문제 때문이다. 병원들이 자유로운 경쟁을 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가운데 하는 평가는 다리를 묶어 함께 뛰라고 해놓고 등수를 매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의 일률적인 수가통제 구조와 영리추구를 제한해 놓고 병원들이 의료의 질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서비스나 업무수행 능력을 제고하는 것도 물론 마찬가지다.
자본력이 취약한 종합병원들의 경우 이도저도 아닌 경쟁력 때문에 어려움에 시달려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로인해 툭하면 리베이트 문제가 터져 나오곤 했다. 이들 병원을 솎아내면 또다시 그 자리를 대체하는 병원이 또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경쟁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현 의료시스템의 본질적 맹점에 있다. 정부는 등급을 매겨 과연 ‘병원 구조조정’이라는 후폭풍이 불도록 할 때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발표가 늘어나는 국민들의 의료수요를 감당해 내지 못하는 사태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순위를 매기지 않는 항목별 평가만 발표한다고 해도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상위 몇 개 병원만 살아남는 상황이 닥친다면 의료공급의 독점에 따른 폐단으로 인해 의료의 질이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고 국민들 불편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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