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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타트

허구한 날 싸움만 할 셈인가

  • 데일리팜
  • 2005-02-08 12:28:14

지난 연말 한의사의 CT사용이 합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은 의료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어 감기의 주치료 방법이 한방이라는 주장이 한의계에서 제기되자 의료계는 더는 못 참겠다며 한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전면적인 공세에 나섰다. 한의계도 의료계가 도가 지나치다며 맞대응을 선언해 양-한방간에 전면전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90년대 5년여 동안 전국을 들썩거리게 한 약사와 한의사의 지루한 ‘한약분쟁’을 생각하면 이번 양-한방 의료계의 대립 역시 자칫 과거와 같은 소모적 싸움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립의 단초가 서로의 직역을 포용하지 않고 배척하는데서 부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는 한방의 치료영역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고 한의사는 양방식 치료의 한계를 주장하는 한 양-한방간에 세워진 날카로운 대립각은 해소되지 않는다. 양방 의료기기 사용이나 감기의 주치료 방법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에는 환자가 정점에 있어야 함에도 실상은 양-한방의 직능이익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한 양-한방 통합의술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오래전부터 양-한방 협진과 의료일원화가 논의돼 왔지만 양 직능은 오히려 거리가 더 멀어졌다. 협진과 의료일원화는 환자에게 더없이 좋은 시스템이지만 양-한방간의 직능다툼은 논의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양-한방의 문제는 비단 의료계와 한의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약계에도 아직 그 불씨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양-한방 대립의 문제는 의약계 전체의 문제다. 최근 국회가 한약사의 100방 처방 확대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의 국회상정을 추진하는 것은 상대직역인 한의계만의 현안이 아닌 약사들의 현안이 되기 때문에 예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그 하나의 예다.

한약조제자격증을 갖고 있는 기존 약사들이 100방 이내에서 한약을 취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약사회가 이를 확대하고자 추진하는 것은 또 다른 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이라는 것이다. 약사 또는 한약조제약사들이 이에 합세하든 반대하든 약사, 한약사, 한의사간의 복잡한 대결구도가 어떤 식으로든 촉발될 것이 뻔하다.

양-한방의 대립은 의사, 한의사, 약사, 한약사 등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가 됐다. 4개의 직능군은 지금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얽혀 복잡한 대립각을 세워 놨다. 의사와 한의사, 의사와 약사, 약사와 한의사, 약사와 한약사는 물론 심지어 한약조제약사와 약사까지 복잡한 직능대립 구도가 어지러울 정도다.

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새로운 직역과 직능 그리고 법령과 제도가 자꾸만 새로 생겨나는 것은 직역간 다툼을 확대시킨 단초다. 약사와 한의사간의 한약분쟁에 이은 의사와 약사의 분업 다툼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의사와 한의사간에 전면전이 일어나고 약사와 한약사의 대립마저 감지되는 상황은 순전히 정부가 만들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마냥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해결방향이 있음을 알면서도 이해관계를 조율할 자신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포기한 것인지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의 의중을 헤아릴 길이 없다.

‘의료일원화’는 양-한방 직능대결의 문제를 해결할 키워드로 오랫동안 회자되고 연구돼 온 사안임에도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지 않는 것은 잘못일 뿐만 아니라 배임행위다. 특정 직능을 흡수하는 것이 아닌 ‘통합의료’ 실현에 대한 가능성이 검증됐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교육에서 면허까지 양-한방 의료를 통합하는 의료일원화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약사의 경우는 한약조제약사와 한약사를 약사라는 큰 틀 내로 재통합하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것은 의료일원화로 가는 피할 수 없는 길목인 탓이다. 의료일원화에 대한 실행방안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칼을 빼들기 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의사와 한의사부터 협상테이들에 앉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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