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의·약사의 도덕성
- 김태형
- 2003-06-16 06: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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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약사들이 근무하지 않고 진료비(조제료)를 청구한 사실은 의·약계 도덕성에 큰 상처를 냈다.
의료계는 정부의 보험안정화 대책에 대해 의사를 도둑으로 모는 '탄압'이라고 주장해 왔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얼마전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 "허위청구는 몰지각한 극소수 의사에 불과하며 대부분 실수에 의한 착오청구"라며 의사들을 허위청구의 주범으로 모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경계했다.
그러나 전국사회보험노조가 입수해 공개한 공단의 수진자조회(구체적 진료) 자료는 의료계 주장에 의구심을 안겨줬다.
노조가 밝힌 자료를 보면 경기·인천지역 소재 일반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약국 2,637곳 가운데 24%인 635곳에서 의·약사 부재중 대진의사와 카운터 진료(조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의원은 193(30%), 약국은 133곳(21%) 이었다. 적지않은 비율이다.
의사와 약사가 외국 출장이나 아파서 입원한 의원과 약국 10곳중 각각 3곳과 2곳에서 진료(조제)한 사실이 없는 원장이나 대표약사 이름으로 건강보험을 청구한 셈이다.
공단 조사결과 이러한 사실은 경기·인천지역 뿐 아니라 전국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의 경우 대부분 공중보건의와 전공의의 대신진료로 밝혀져, 우리 의료현실의 일그러진 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특히 의료서비스업이 의사 개인의 지명도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진의사를 쓰고 대표자 이름으로 진료비를 청구하는 것은 환자와의 신의성실 원칙을 떠나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힘든 일이다.
정부가 진료비 청구명세서에 의사의 '면허번호' 또는 'ID'를 기재토록 의무화해 의사 개인별로 관리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파탄난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의 혈세로 채워야 한다. 의사와 환자간 벌어진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견제와 감시장치가 필요한 시기다.
재정통합을 앞두고 지역가입자들의 소득파악율만 부각되고 왜 의약사들의 투명한 진료비(조제료) 청구 방안은 강조되지 않는 지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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