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내정자 "가지 않을수 없는 길 간다"
- 홍대업
- 2006-02-09 06: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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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공방, 청문회 보고서 채택 못해...10일 장관 임명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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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를 바라보는 유 내정자의 시각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는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그는 장관으로 내정된 직후 보건의료산업의 세계일류화를 선언했고, 이는 곧 열악한 공공의료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던 탓이다.
열린우리당도 의료시장개방이나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안고 있었고, 무상의료실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민노당 역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대목이었다.
유 내정자는 이번 청문회에서 “나는 의료 시장주의자가 아니다”, “의료산업과 의료서비스는 구분돼야 한다”, “국가의 역할이 우선돼야 한다”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언뜻 보면 의료시장에 거대자본이 투입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처럼 들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의료 확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그가 보건의료산업발전이란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맥을 같이하고 있어 반대논리를 가진 측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다. 한마디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최근 복지부는 비용효율적인 측면을 고려, 보험약을 선별 등재하는 포지티브리스트 방식의 도입을 언급한 바 있다.
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약제비 절감이 필수이고, 자연 현재의 보험등재방식을 어떤 식으로든 개선하거나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 내정자도 이같은 입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현행 실거래가상환제도가 유통의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오히려 약가 거품을 양산하고 리베이트의 온상이 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유 내정자는 8일 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의 약제비 절감방안에 관한 질의에 대해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의 도입에 공감한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는 현행 네거티브 방식의 변화와 함께 약가 투명화를 위한 후속조치가 이어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약품유통종합정보센터와 의약품정보원 등이 그것이다.
유 내정자는 이 과정에서 “의약계 협력이 우선”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업무를 진행해나가면서 의약계를 강하게 압박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익단체에 안 휘둘리겠다"...적절한 긴장관계 유지
유 내정자는 그간 복지부가 이익단체에 휘둘려왔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세계 각국에서도 보건복지부처가 이익단체에 포획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그의 발언은 의료계 단체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가 의약분업 과정에서부터 현재 분업평가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탓이다.
열린우리당 김선미 의원이 지난 7일 지적한 의사협회 김재정 회장의 행정처분 지연 사실에 대해서도 이미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향후 공정한 법집행을 약속함으로써 의약계와의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해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이익단체에 휘둘리지 않는 대신 공동선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혀, 앞으로 의약계와 새로운 관계정립을 시도할 것임을 예고했다.

한 여당 의원은 이번 청문회를 가리켜 “애초부터 반쪽 짜리였고, 결국 경과보고서조차 채택되지 않아 1/4쪽짜리가 됐다”고 비판했다.
물론 상대방인 한나라당을 겨냥한 말이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니다. 장관의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내세운 공세적인 질의는 다소 빈약해 보인 것도 사실.
반면 정책질의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에서 장관의 자질검증에는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쟁만 있고 정책은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말이다.
어쨌든 순탄한 청문회 과정을 거치지 못한 유 내정자는 일단 관문은 통과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이같은 관계는 유 내정자의 정치적 영향력이 이전이나 장관 취임 이후에도 결코 적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복지부는 정책추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호재인 동시에 야당의 강력한 견제도 받아야 하는 악재일 수도 있다.
한편 8일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함에 따라 9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정부로 경과보고서를 송부할 수 없게 됐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10일경 임명장을 수여할 것으로 알져졌다.

유 내정자는 8일 오후 인사청문회 종결과 함께 끝인사말을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란 도종환의 시로 갈음했다.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는 인사청문회장에서는 흔치 않은 풍경을 연출했다. 짧은 시 한편을 통해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겠다는 자세와 '반드시 가야할 길은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유 장관은 그간 언론 및 야당과의 긴장관계를 의식한 듯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깨달았다"면서 "여야 의원들의 비판과 지적을 가슴속에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자세를 한껏 낮췄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에는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다. 보건복지분야의 개혁일지 아니면 김근태 전 장관의 정책을 무난히 마무리짓겠다는 의지일지. 그래서 그의 취임 이후 행보와 그가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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