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3 18:40:16 기준
  • 임상
  • #데일리팜
  • 부회장
  • 급여
  • GC
  • 배송
  • 제약
  • 유통
  • #의약품

입지=성공, 신흥도심 이동..치솟는 권리금

  • 정웅종
  • 2006-02-07 07:23:40
  • 처방 100장에 권리금 8천 예사...입지 지상주의 팽배

|기획탐방| 전국의 약국현장을 가다 의약분업은 일매출 1천만원의 대형약국을 사라지게 하고 처방위주의 소형 조제약국으로 약국가를 재편 시켜놓았다. 약국타운 대신 신시가지 중심의 클리닉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처방검토와 복약지도 강화 등 약사정체성 확보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입지 제일주의와 담합이라는 또 다른 부작용에 약사들은 현혹되고 있다. 전국 지역탐방을 통해 분업 6년째를 맞는 2006년 약국가의 빛과 그림자를 추적해 본다.

------------- ①약국, 하향평준화 시대 ②입지 제일주의 현주소 ③선 넘은 과당경쟁 백태 ④도시-농촌 약사수급 격차 ⑤정체성 위기, 무너진 회무 --------------------------

골드러시, 신흥도시에 몰리는 약국=1848년과 49년은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해로 기록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견된 금 소식을 듣고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중남미 등 세계 각지에서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의약분업 후 금싸라기 입지를 찾는 약국들의 '골드러시'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2000년 분업 직후부터 2~3년간 쏟아져 나온 의원에 약국이 짝 맞추는 1차 러시가 있었다면 지금은 신흥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약국입지 러시가 벌어지고 있다.

“이 지역은 원래 대표적인 유흥가였는데 그 옆으로 아파트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약국의 유입도 뒤따르고 있다” 충남도약 조한옥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그는 “천안·안산역에 인접한 쌍용동쪽 신시가지에도 개국이 늘고 있는 추세”아라고 덧붙였다.

전국 도시 중 가장 빠른 인구유입이 이루어진 천안.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호재가 이 지역의 약국가 입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천안은 분업 직후 비신상신고자까지 포함하면 190곳에서 약국수가 불과 5년 만에 40곳 이상 늘었다. 20% 이상의 증가율로 전국 최고수준이다.

천안과 인접한 대전도 시 외곽에 신흥도시권이 형성되면서 개국수가 늘고 있다. 전통적인 중구, 동구 등 구시가지 약국들이 쇠락하고 서구 둔산동, 유성 노은지구에 클리닉약국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대전시약측은 “인구증가에 따라 약국수가 느는 것은 특이한 사항은 아니지만 어쨌든 도시개발이 약국가 지형을 바꾸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584곳에 불과하던 대전 개국 수는 현재 638곳으로 10% 가까이 늘었다.

신흥도시와 신시가지를 축으로 한 약국증가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양산, 김해, 기장군 등 부산지역도 이들 새로운 신도시를 중심으로 분업 후 100여 곳의 약국이 늘었다.

신흥도시권의 개발은 병원과 약국의 이동으로 이어진다. 사진은 중소도시 부동산 게시물.
다만, 광주지역은 분업전후 약국 수에 변화가 없어 눈길을 끌었다. 금난로, 충장로 등 매약 위주의 대형약국들이 빠지면서 서구 상무지구, 북구의 금호지구 일대로 수평 이동한 상태.

약국 수 360여 곳이 자리 잡은 울산시는 한때 부산지역 약국들이 밀려오다가 최근 정체기미를 보이며 분업전후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분업 후 큰 부침을 보인 곳은 경남 마산시. 분업 전 200곳에 육박하던 약국은 현재 156곳으로 무려 22%로 감소했다. 전국 7대 도시 중 하나인 마산은 잇따른 기업유출로 인해 큰 폭의 인구감소를 경험했다. 50만 명에 이르던 인구는 40만으로 뚝 떨어졌다.

마산시약 이영근 회장은 “상권이 죽으면서 병의원도 안 생기자 약국들이 도시개발로 커진 창원, 김해 등지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처방 100장에 8천, 치솟는 권리금=골드러시가 이루어진 신흥도시 지역 약국가에는 더 이상 약국자리가 없다. 대부분 클리닉빌딩으로 계획된 분양으로 이루어졌거나 대로변 자리는 어느새 약국들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분업 직후 보였던 약국끼리의 매매현상은 빈번하지는 않지만 간혹 이루어지고 있다.

대전 둔산 지구. 산부인과병원, 소아과병원, 종합클리닉 등 계룡로 사거리 주변 클리닉빌딩이 우후죽순 서 있다. 이들 클리닉은 병원급 수준으로 대부분 약국 1곳을 끼고 있는 모습이다.

대전 서구가 개발되면서 성공적인 약국입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지역이지만 비싼 권리금과 선점 약국들의 정착 분위기로 약국자리가 쉬 나지 않고 있다. “약국 입지마다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불과 수년전에 비해 권리금이 2배 이상 뛰었다는 것”이라는 게 지역부동산의 설명이다.

매약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수원지역도 입지에 따른 권리금이 높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수원시약 이내흥 회장은 “처방이 고정으로 100장이면 8천에서 1억 정도 권리금이 돌아 다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일매 20만원도 못 벌고 처방 5건 미만이 수두룩한 약국들 입장에서 처방을 쫒지 않을 수 없다”면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고 말했다.

아파트 지구단위에 있는 상점빌딩을 직접 매입해 의원을 유치하는 행위도 간혹 빚어지고 있다. 이른바 층약국도 지방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약국 경쟁이 치열한 충남 논산이나 광주지역 신도시에 이 같은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역약사회는 밝히고 있다.

천안시약 정재황 회장은 “약사실력보다 입지가 그 약국의 성공을 가르는 기준이 되어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운과 입지로 결정되는 약국가의 어두운 이면이다.

<미니 인터뷰>-마산시약사회 이영근 회장

“나도 문전으로 가야 할 판이다”

“동네약국 다 죽었다. 내 경우만 해도 23년 약국생활 하면서 지금처럼 어려운 적 이 없다. 차마 창피해서 말 못하지만 회무 끝나면 눈 딱 감고 문전이라도 치고 들어가야 할 판이다”

수십 년간 동네약국 자리를 지켜온 마산시약사회 이영근 회장은 말문을 열자마자 심각한 고민부터 털어놨다. 마산시 석전동 뿌리약국. 마산역 대로변에서 주택가 쪽으로 한참 들어가 약국이 위치해 있다. 약국 주변 100미터 안으로 의원 하나 없는 전형적인 동네약국이다.

이 회장은 “분업전 50건의 처방에서 분업 2~3년차에는 5건, 지금은 1건도 받기 어렵다”면서 “처방분산은 요원한 이야기이다”고 말해 동네약국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분회 총무부터 20년간 이어온 회무에 대한 미련이 크다는 그는 “당장의 어려움부터 해결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게 현실”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 회장은 “분업 직후 이루어진 문전위주의 약국재편이 잘못됐다고는 볼 수 없지만 주민들의 건강권을 위해서라도 동네약국은 살아야 한다”며 “그러나 이런 의식을 갖고 있는 약사도 수년간 버티다보면 포기해 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네약국과 문전약국이 공전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정책이 필요할 때”라며 “죽어가는 지방 약국들의 고충도 듣는 약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인터뷰 1시간 동안 그의 약국을 찾은 손님은 2명. 모두 간단한 드링크와 소화제를 찾는 사람들이었다. “하루 처방 1건도 못 받는다”는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