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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매 1천' 대형약국 지고, 조제약국 떴다

  • 정웅종
  • 2006-02-06 07:34:20
  • 신흥도시 중심으로 분업질서 정착...매약은 바닥권

|기획탐방| 전국의 약국현장을 가다

의약분업은 일매출 1천만원의 대형약국을 사라지게 하고 처방위주의 소형 조제약국으로 약국가를 재편 시켜놓았다. 약국타운 대신 신시가지 중심의 클리닉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처방검토와 복약지도 강화 등 약사정체성 확보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입지 제일주의와 담합이라는 또 다른 부작용에 약사들은 현혹되고 있다. 전국 지역탐방을 통해 분업 6년째를 맞는 2006년 약국가의 빛과 그림자를 추적해 본다.

-------------- ①약국, 하향평준화 시대 ②입지 제일주의 현주소 ③선 넘은 과당경쟁 백태 ④도시-농촌 약사수급 격차 ⑤정체성 위기, 무너진 회무 ---------------------------

일매 1천만원, 사라진 대형약국들=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남문. 즐비한 옷가게와 유흥업소가 밀집된 이곳은 과거부터 대형약국이 밀집해 있어 수도권 남부지역의 대표적 약업 시장을 형성했다. 사통팔달로 뻗어있는 교통요지라는 점 이외에 100만이 넘는 도시특성상 매약이 크게 발달했었다.

수원성 4대문 중 하나인 남문(팔달문) 주변에 과거 명성을 자랑하는 대형약국이 몇몇 몰려있다. 주변 화성, 오산, 용인 등지에서 몰려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평일 오전인데도 끊이질 않는다.

한 때 '일매출 1천만원'을 자랑하던 수원 남문의 대표적인 대형약국들. 현재는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종로, 영등포 등과 함께 전국 10대 약업시장이 형성돼 대표적인 매약위주 약국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곳이다”. 수원시약사회 이내흥 회장은 남문 주변 약국가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분업 전 일매 1천만 원 넘는 곳이 수두룩했지만 지금은 다 과거 얘기”라며 “그나마 주변 개인의원이 좀 있어 처방과 매약비율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남문 버스정류장 앞에 위치한 2개 약국만이 과거 대형약국의 명맥을 잇고 있다.

대전 중구 은행동. 역전이라는 전통적인 교통요지로 서울의 '종로약국가'로 지역주민들에게 기억되던 곳이다. 역을 바라보면서 주변 상가에는 여전히 대형약국 몇 곳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옷가게, 술집 등에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대전 사람이 모르면 간첩이라는 '대우당약국'이 있던 은행동 사거리는 이제 대형빌딩이 들어서 번화한 도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 크던 약국의 외형은 이제 간판만 내걸고 초라한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

의약분업 전 매약위주의 대형약국이 처방중심의 소형약국으로 변신했다. 이른바 '하향평준화'로 정착되고 있다. 과거처럼 매약으로 큰돈을 벌던 약국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개인의원이나 클리닉빌딩에 들어선 약국은 처방에 목을 매고 있다.

“프로테이지를 따질 수 없을 정도다”라는 약국들의 말처럼 매약은 사라졌다. '일매 1천원만'시대는 가고 '처방 100건'이라는 분업시대가 완연히 정착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역 토박이인 대전시약 강찬규 사무국장은 “대형약국은 지고 클리닉약국은 산다”고 단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분업이라는 큰 획과 함께 도시개발이라는 바람이 약국가의 지형도를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처방전에 목매는 약사=매약이 사라진 자리에 처방전이 들어섰다. 과거 매약위주의 대형약국들이 자리 잡던 전국 100위권 매출순위는 분업 후 처방중심의 문전약국과 클리닉약국이 대신했다. 분업이 낳은 새로운 약국질서다.

중부권 대표적인 신흥도시인 천안. 이른바 바닥인구인 토박이가 10만에 불과한 이 도시의 인구는 55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젊은층의 외지인 유입이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천안시약 정재황 회장은 “젊은 인구층이 늘면서 약국에서 감기, 소화제 등 일반약을 사먹는 경우가 크게 줄고 차라리 의원 가서 3일치 약을 처방받는다”며 그 이유로 “젊은층의 합리적 의료선택 때문이다”고 나름의 진단을 내놓았다. 도시팽창으로 인한 과거 매약의 대표적 소비층인 노인인구의 상대적 감소로 지방도시의 건식판매도 크게 줄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처방에 목매는 현상은 도시나 농촌을 가리지 않고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대구시약 정광원 약국담당 부회장은 “매약 위주 대형약국에서 처방중심 소형약국으로 전환되다보니 1의원 1약국 시스템이 일반화됐다”며 “과거 상담과 함께 이루어지던 매약은 사라졌고, 약사 스스로도 포기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울산시약 김용관 회장은 "분업 전부터 매약을 해오던 약사는 어느정도 살릴 수 있지만 분업과 동시에 약국가에 들어온 약사는 매약이 0%라고 보면 맞다"고 말했다.

얼마 전 큰 화재로 관심을 끌던 대구 서문시장. 대표적인 대형약국 밀집지인 이곳도 분업이라는 큰 흐름에 거스를 수 없는 모양이다. 현재는 의원을 낀 일반적인 처방약국으로 변모했다. 정광원 부회장은 “약국 외형만 작아진 게 아니라 처방에 목매다보니 매출도 하향평준화 됐다”고 말했다.

뜨는 조제약국, 쇠락한 대형약국

“‘빛고을종로약국’ ‘상록수약국’은 광주사람들은 다 안다” 과거 광주지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들 대형약국은 분업과 동시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광주 시내 6개에 달하던 상록수약국은 명맥을 잇기도 어려운 상황. 빛고을종로약국도 분업 전 6개에서 현재 2~3곳만 남아있고 그나마 문전중심의 처방약국으로 전환됐다.

대전 중구 은행동. 대전의 종로약국으로 불리던 대우당약국은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지금의 유성, 대덕지구가 생겨나기 전 대표적인 중심가인 은행동에 자리 잡았던 이 약국은 분업이라는 새로운 약국질서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전 시민들의 추억에만 남아 있다.

부산의 초대형약국 중 하나였던 부전약국은 분업 이후 부도까지 맞아 사라졌다. 부산 약국가에서는 부전약국 부도를 대형약국의 쇠퇴를 알리는 전조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분업이라는 새 질서에 적응한 신흥약국들은 쇠락한 대형약국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부산진구에 위치한 S약국은 200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제순위 1위 약국으로 하루 처방만 600건에 달한다. 클리닉 밀집지역에 위치해 의약분업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전남 목포에 있는 C약국과 H약국도 분업 전 순위에도 끼지 못하던 약국들. 그러나 지금은 조제순위 6, 7위에 링크돼 있다. 시장 옆 3개 의원이 들어선 클리닉빌딩에 위치한 C약국은 전형적인 도시형약국. 중소병원 문전인 H약국은 독점적인 위치 선점으로 거의 모든 처방을 수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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