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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치료제 혈세 누수' 정부-제약사 탓

  • 정웅종
  • 2005-02-14 12:11:29
  • B사 실제 함유량 누락 공급...보험재정 1백억대 낭비

실제함유량 표기 안된 제품(위).
초고가 희귀의약품의 함량표기가 제대로 안돼 수십억의 보험재정이 낭비됐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

앞서 혈우병 환자단체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B사가 혈우병 치료제인 훼이바를 1병(500 IU 기준)당 실제 함유량이 표기와 다르다는 사실을 의사나 환자에게 알려주지 않아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고 추가적인 보험재정 누수를 불러왔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13일 데일리팜이 입수한 혈우환자 김경재씨(가명, 37)의 의무기록과 B사의 훼이바 수입실적 현황을 비교 분석한 결과, 지난 1년 6개월간 1억8천여만원의 보험약이 투여됐지만 모두 기준치 미달로 치료효과 없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훼이바를 통해 치료받고 있는 혈우환자는 5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최소 수십억에서 최고 1백억여원 가까이 엉터리 치료로 보험재정이 샐 것으로 예상된다.

훼이바의 경우 몸무게당(IU/kg) 최소 50IU의 투여량을 맞춰야 약효과가 나타나며 투여 후 효과가 없으면 더 고가인 노보세븐 제제를 투여해야 한다. 이들 의약품은 통상 1회 투여당 1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초고가 희귀의약품이다.

김씨의 경우 지난 2002년 3월부터 2003년 9월경까지 투여된 양 중에 224병의 훼이바는 모두 몸무게 kg당 50IU 미만으로 투여된 양이었다.

일례로 2003년 9월 1일 의무기록을 보면, 김씨의 당시 몸무게는 70kg으로 훼이바가 1kg당 50이상이 투여돼 최소 3500 IU가 투여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1병당 실제함유량은 442IU로 총 3094 IU만이 투여됐다.

당시 담당 의료진은 통상 훼이바 1병당 500 IU가 함유된 것으로 알고 이 같이 처방해왔고, 의약품을 공급하던 제약사는 실제 표기를 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환자단체측은 "해당 제약사는 이 같은 문제를 예견하고 있었음에도 그 동안 고의적으로 실제함유량 표기를 미뤄오다 사태를 키워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최근 혈우단체인 한국코헴회는 표기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만 보건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사정이 이런대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수년간 실제 함유량의 계산 없이 엉터리 심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심평원 관계자는 “훼이바는 별도 심사기준이 없이 운영하고 있다”며 “용법용량에 따라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해 훼이바 1병당 500 IU라는 가정에 맞춰 심사를 진행했음을 시인했다.

복지부도 문제가 불거지자 환자 단체측과 접촉하며 구체적인 실태 파악에 나섰지만 제약사측에서 보험약가 변경을 들고 나오자 난감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약사측은 “그 동안 실제 함유량 표기를 안했던 부분에 대해 인정한다”면서도 “식약청 허가사항 당시 병당 보험약가가 정해졌기 때문에 이를 IU당 단위로 보험약가를 바꿔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측에서는 보험약가 변경을 원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1000 IU단위의 훼이바가 수입될 경우 병당 허가사항에 따라 보험약가가 1.5배 오르지만 만약 단위당 보험약가를 변경해 줄 경우 2배의 인상 효과가 난다”며 제약사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한국코헴회 김영로 정책실장은 “지난 수년간 엄청난 보험재정을 투입해 왔지만 치료효과 없이 낭비만 되어왔다”며 “정부도 이에 대한 실질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며 “제약사는 정식으로 공개사과에 나서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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