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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내제약 성토 해결할 약가정책 설계할 때

  • 이정환
  • 2023-06-08 18:35:30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계단식 약가제도 도입 이후 3년만의 제네릭 약가인하가 성급하다는 국내 제약사들의 성토를 정부는 수용할 수 있을까. 제네릭 가격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보건복지부 계획은 지나치게 단편적이라는 약가 전문가들의 제언을 정책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까.

데일리팜은 올해 창간을 맞아 제약사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한 CEO 53명 중 37명이 지속적인 제네릭 약가인하는 신약 연구개발(R&D)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비율로 환산하면 70%가 '제네릭 약가인하=R&D 위협'이라고 답한 셈이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 설문이 진행됐지만, 2027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를 창출하고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을 3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복지부가 가장 눈여겨 봐야 할 설문 결과다.

복지부의 제네릭 약가인하를 향한 반발감은 각 제약사 내부 약가 담당자들에게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약가 담당자들은 계단식 약가제 시행 여파로 오는 8~9월경 시행될 기등재 제네릭 기준요건 약가인하의 효과도 채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파글리플로진 성분 SGLT-2억제 당뇨약의 무더기 허가를 명분으로 또 약가를 깎아선 안 된다고 했다.

약가인하를 향한 반발은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갖춘 상위 대형 제약사도 다르지 않았다. 현금 창출원인 제네릭 약가를 일괄인하 하면 당장 신약 R&D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임상을 이어 나갈 동력을 끊는 효과로 이어진다고 했다. "약가는 정부가 정책을 세우지 않는 게 최고의 정책"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다소 거친 목소리까지 흘러 나오기도 했다. 누군가는 2012년 일괄 약가인하 때처럼 궐기대회라도 열어 복지부의 약가인하 기조를 비판하고 국내 제약사들이 단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누군가는 약가인하가 시행되면 이번에는 정말 사업을 포기하고 문을 닫는 제약사가 생길 거라고 했다. 이게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정책 효과라면, 일자리를 잃게 될 중소 제약 제조업 종사자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란 비판이다.

약가 전문가들도 복지부가 국내 제약사를 대상으로 규제일변도 제네릭 약가인하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약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간판은 내걸었지만, 제약사를 정식 스테이크 홀더로 취급하지 않고 건보재정을 늘리기 위한 가장 간편한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했다.

어려운 길을 걸어야 블록버스터 신약과 글로벌 제약사를 만들 수 있는데 복지부는 자꾸만 제일 쉬운 제네릭 약가 때리기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약품 가격 인하에만 매몰되지 말고 불필요한 의약품 사용량을 줄일 정책을 고민하거나,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외 약제비 재원을 다양화 할 노력을 기울이라는 비판이다.

써놓고도 아쉬운 건, 이 같은 제약사 불만과 약학계 약가 전문가들의 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2년 일괄약가 인하 이후 제약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별다른 제약계 소통 없이 약가 사후관리 제도를 도입하거나, 약가인하 정책을 설계할 때마다 반발했고, 우려했다. 10년째 복지부를 향해 같은 취지의 제언을 한 셈이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아직 계단식 약가제 도입 효과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약가우대 정책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약가인하를 고민하면 제약사들의 경영 의지를 꺾고 사기를 떨어뜨린다. 이번에는 제약사들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반영한 약가 정책을 펴야 한다. 블록버스터급 신약,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만들기를 목표로 내놓은 복지부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제네릭 약가인하 움직임에 무력감과 답답함, 자괴감을 호소하는 제약사들의 의견을 세심하게 반영한 복지부 행정이 필요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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