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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연은 조작적 상황에 머무르지 않는다

  • 신광식 보건학박사
  • 2023-06-04 20:14:18
  • 신광식 보건학 박사

과학이 무력해지는 순간 특히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의 마음은 일말의 공유되는 느낌이라도 남아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마지막 남은 자존감의 허망하지만 절실한 기대이다. 과학자를 떠나 인간으로서 공감성의 마지막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신시내티 의과대학의 산업의학 교수인 로버트 키호는 휘발유에 첨가되는 납화합물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하며 기원전부터 유해성이 알려져 온 납의 사용을 옹호하였고 그로 인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듀크대 연구팀은 1920년부터 70여년 간 사용된 유연 휘발유로 인해 미국 인구의 1억7천만명이 정신질환과 심장질환 등의 위험에 노출되었고 이들의 아이큐가 최대 6이상 집단에 따라서는 7까지 저하되었다는 초대형 보건 재앙의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로버트 키호는 장기간 납화합물에 노출된 노동자를 의도적으로 제외하고 단기간 노출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혈중 납농도를 측정하여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제시하고 납이 자연계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인간은 납의 독성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다고 주장하며 무해를 강변하였다. 특히 유연휘발유로 자연환경에 광범위한 납 오염이 발생했음을 밝혀낸 클레어 패터슨을 공격하고, 그의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을 부정하고 비판하였으며 그후 클레어 패터슨은 재정지원을 잃고 대학에서 퇴출당하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로버트 키호가 신시내티 캐터링 응용생리학 연구소장을 35년 간이나 재임하면서 납화학물을 생산하는 에틸코퍼레이션,제너럴모터스,듀폰 등 이해관계회사의 자금을 지원받았고 자신은 동 회사의 의료자문위원으로 있었다는 점이다. 과학이 돈에 굴절되는 가장 적나라한 사례였던것이다.

오늘 우리는 이 로버트 키호의 도플갱어를 보는 느낌을 받는다, 웨이드 엘리슨 옥스퍼드대 교수는 방사능이 일정 수준에서는 인체에 무해하고 오히려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40년 간 방사선과 핵물리학을 연구했고 2009년 발간한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에서 방사선의 위험성이 과장되었다고 강변한다. 그래서 오염수를 1리터는 당장 마실 수 있다고 공언한다.

문제는 동일하다, 로버트 키호의 조작과 같이 도쿄전력에 의해서 조작적으로 선택된 시료만으로 안전성이 주장되었다고 해도 자연계는 그 조작에 머무르지 않는다. 해류의 흐름과 오염물질의 고유한 물리적 성질은 필연적으로 쏠림이 나타나고 수중 생물들의 먹이사슬에 의한 축적 등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에 의하여 누군가에게 피해를 집중시킬 수 있고 그렇게 발생한 피해는 단기간에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환경 오염의 문제는 과도한 우려일지라도 경청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돈과 정치에 취약하기만한 과학이라는 허약한 보루를 바라보고 있다. 클레어 패터슨과 같이 직장을 잃고도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끝까지 유연휘발유 금지를 이끌어낸 과학자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라는 이름에 부여된 자율성은 악용되지 않아야 하며 그들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필자 약력

*서울대 약대 *서울대 보건학 박사 *전 대한약사회 보험이사 *전 의약품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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