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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고혈압+당뇨' 복합제 성공할까...새 도전 기대와 우려

  • 김진구
  • 2023-04-18 12:13:57
  • 보령·영진·녹십자 등 'ARB+다파글리플로진' 개발 나서
  • "동반 환자 270만명 잠재력 충분…심부전 확장 가능성도"
  • "치료 약물 조합 변수 너무 많아…성공 가능성 물음표"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국내 처방시장에서 복합제의 영역이 '고혈압+당뇨병'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최근 보령·녹십자를 비롯한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들이 잇달아 두 질환을 동시에 치료하는 복합제 개발에 나섰다.

다만 이 복합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한 편에선 두 질환을 동시에 앓는 환자가 200만명이 넘는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 편에선 각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이 계열·성분·용량별로 매우 많아 적절한 조합을 찾아 복합제로 개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령·녹십자·오토텔릭 등 '고혈압+당뇨병' 복합제 개발 중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고혈압·당뇨병 복합제 관련 임상시험은 3건 내외로 파악된다.

보령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BR1019'의 임상3상 시험계획을 신청했다. 보령은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 273명을 대상으로 30개월 간 '피마사르탄(제품명 카나브)'과 '다파글리플로진(제품명 포시가)'을 병용 했을 때 안전성·유효성을 살필 계획이다.

보령은 아홉번째 카나브 패밀리로 피마사르탄+다파글리플로진 복합제 개발에 나섰다.
고헐압·당뇨병 복합제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오토텔릭바이오다. 이 회사는 영진약품·제일약품·퍼슨과 공동으로 'ATB-101'을 개발 중이다. 고혈압 치료약물인 올메사르탄에 다파글리플로진을 더한 제품이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등 국내 25개 기관에서 AT-101의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2024년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게 회사의 목표다.

녹십자도 초기 단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 2021년 6월 GC2121의 임상1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칸데사르탄과 다파글리플로진을 병용하는 내용의 임상이다.

세 회사 모두 ARB 계열 고혈압 치료제에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인 다파글리플로진을 더한 제품을 개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파글리플로진의 물질특허가 이달 7일 만료되면서 이를 전후로 이 성분을 포함한 복합제 개발에 나선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반질환자 230만명 시장성 충분…장기적으로는 심부전 타깃 가능"

제약업계에선 두 질환을 동시에 타깃하는 복합제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한 편에선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다른 한 쪽에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보는 쪽에선 두 질환을 동시에 앓는 환자가 많다는 점을 꼽는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에서 고혈압과 당뇨병을 동시에 치료받은 환자는 270만명에 이른다. 현재는 이보다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ARB 계열 고혈압 치료약물과 SGLT-2 계열 당뇨병 치료약물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대한고혈압학회 2022 팩트시트. 고혈압과 당뇨병을 동시에 앓는 환자가 270만명 이상으로 집계된다.
보령 관계자는 "두 질환을 동시에 앓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며 "피마사르탄+다파글리플로진 조합으로 다양한 용량의 복합제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 성분 복합제를 통해 장기적으로 심부전 치료 영역으로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 SGLT-2 억제제 중 포시가와 자디앙은 심부전 치료 효과가 증명된 바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 ARB 계열 약물이 심부전의 관리에도 널리 사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두 성분 조합 복합제가 심부전 치료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처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혈압+당뇨병 복합제, 지금까지 만들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반면 시장성을 낮게 보는 쪽에선 두 질환을 동시에 치료하기에 변수가 너무 많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당뇨병의 경우 메트포르민부터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설포닌우레아, TZD 등 다양한 계열의 약물이 있다. 고혈압의 경우도 ARB, CCB, 베타차단제, 이뇨제 등 여러 계열 약물이 있다. 고혈압이든 당뇨병이든 각 계열 약물마다 성분·용량도 천차만별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질환을 동시에 관리하려면 계열·성분·용량별로 수많은 변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수천개의 조합이 가능한데, 이 가운데 특정 계열·성분·용량 조합만으로는 혈압과 혈당을 모두 섬세하게 관리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고혈압 치료약제 조합 구성(위)과 당뇨병 약제 성분별 처방률(자료 고혈압학회·당뇨병학회).
한 국내제약사 개발 업무 담당자는 "고혈압+당뇨병 복합제 개발을 검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시장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검토 단계에서 철수했다"며 "다른 제약사들도 마찬가지로 안다. 두 질환을 동시에 타깃하는 복합제를 개발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두 질환을 담당하는 진료과가 다르다는 점도 시장성을 낮게 전망하는 이유로 꼽힌다.

또 다른 국내제약사 관계자는 "고혈압·고지혈증은 순환기내과가, 당뇨병은 내분비내과가 주로 본다. 로컬의원의 경우 진료과간 경계가 없다고 하지만, 처방 레퍼런스는 각 진료과 전문의들이 쌓기 때문에 두 질환을 동시에 타깃하는 복합제를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는 성공 vs '당뇨병+고지혈증' 복합제는 실패

다른 영역간 복합제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와 '당뇨병+고지혈증' 복합제가 개발됐다. 다만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의 경우 처방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작년 기준 1500억원 가까운 처방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엔 2제 복합제에서 3제·4제 복합제로 성분·용량 조합이 더욱 복잡해지며 쓰임새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의 연도별 처방실적(단위 억원, 자료 유비스트).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고혈압·고지혈증 3제 복합제의 원외처방 규모는 540억원이다. 2019년 157억원 대비 3년 새 3.4배 증가했다. 대부분 ARB+암로디핀+스타틴 조합이다. 보령 '듀카로'와 한미약품 '아모잘탄큐'가 연 100억원 이상 처방실적을 냈다.

ARB+암로디핀+스타틴+에제티미브 조합의 4제 복합제는 2021년 처음 출시된 이후로 처방실적이 증가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발매한 아모잘탄엑스큐 처방액은 2021년 23억원에서 지난해 64억원으로 2.7배 늘었다. 한미약품에 이어 유한양행, 녹십자, 제일약품, 종근당 등이 4제 복합제 시장에 가세했다.

반면, 당뇨병+고지혈증 복합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LG화학은 지난 2017년 당뇨병+고지혈증 복합제 제미로우를 발매했지만, 다른 제미글로 패밀리와 달리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두 질환을 동시에 타깃하는 복합제로는 LG화학 '제미로우(제미글립틴+로수바스타틴)'가 발매됐다. 그러나 제미로우의 지난해 처방액은 6억원에 그친다. 각각의 성분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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