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부정마약 메사돈사건(1964년)
- 이정석
- 1999-12-27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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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곳곳서 마약중독성환자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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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기씨에 의해 부정마약 '메사돈' 확인성공
국내의 마약단속에 관한 법령은 1905년 '아편 끽연 및 아편기구의 수입 제조 판매의 금지'를 규정한 취체령이 처음이다. 그후 일제시대나 미군정하에서 아편에 관한 법령이 수차 개정됐으나 합성마약에 대해서는 웬일인지 관대한 편이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수립된 후 이 합성마약도 법적규제를 받게 되었다.
일제시대의 약사법규엔 염산 '디히드로몰핀'의 유통을 허용하여 진통제 '페지날'등이 판을 쳤다.
페지날은 '염화크다루닌'을 배합한 아편 '알카로이드'계 자궁수축제로 몰핀의 작용을 강화한 것이었다.
총독부에서는 0.2%이하의 마약함유는 기준에서 제외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1천분의 2이하 즉 0.19%까지는 합법화했다.
독일 크놀의 '디히드로몰핀'이 발견된 이래 한국을 비롯하여 만주 일대와 상해 방면까지 뻗어 나가 많은 중독환자를 만들며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이는 염산몰핀과 같은 작용을 하는데 적게 넣어도 몰핀의 4배나 되는 강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0.2%이하라는 마약 함유 기준의 법망을 뚫고 많은 일본인 약업자가 국내에서 큰 돈을 벌었다.
국내 금강제약 삼성제약 조일제약 기타 여러 군소업자들까지도 이를 만들어 만주등지에 팔았다.
다만 아편 알카로이드계의 마약 또는 그 유도체로서 정체가 분명한 것은 틀림없이 마약법의 규제를 받았다.
한때는 코데인에 수소를 첨가한 유도체로서 '하이드로코데인' '코데농'등이 나오기도 하고 또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나왔다가는 없어지고 하였으나 이러한 것에 한 번 맛을 들인 사람들은 합성마약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합성마약이란 아편 등에 함유돼 있는 알카로이드 또는 이의 유도체와는 전혀 화학구조가 다른 전공정이 화학적으로 합성된 마약 또는 이의 염류등이 함유된 물질이다.
환도이후 합성마약들이 진통제로 각광을 받으며 시중에 나돌기 시작했다.
태양제약의 송재원씨가 만든 '네오도란진'과 삼성제약의 '네오베리날두'가 대표적인 합성마약. 이것이 바로 염산에페드린이었다. 정부에서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 판매했다.
다만 지정약품으로 돼 있어 항생물질과 마찬가지로 국가검정을 받고 증지까지 첨부돼 있어야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자유판매로 방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들제품은 마구 팔려 나갔다. 송재원은 이것으로 벼락부자가 됐다.
중독자가 많아지고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사회의 지탄을 받자 '도란진'과 '베리날'은 자취를 감추게 됐으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약물에 중독됐다.
약정당국에서도 0.2cc 이하의 앰풀 주사제의 허가만 나가면 반드시 말썽이 생겨 골치가 아팠다.
문제의 주사제를 수거해다가 검정을 의뢰해도 명확한 결과가 판명되지 않고 다만 이물질 함유라는 애매한 판정만을 받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허가를 전혀 안해준 것은 아니고 다만 2cc이하의 주사제를 허가할때는 업자의 신분이나 과거 경력,경제사정 등에 신경을 써서 억제를 하였다.
행정당국은 의식적으로 허가를 안해 주기도 했으나 대책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그러다가 발 등에 불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1964년부터 중독성을 지닌 정체불명의 약이 출몰한다는 신문기사가 적지않게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것은 주로 농어촌과 전남북,경북 등 지방과 강원도 서울에까지 거의 전국적규모로 마약중독성 환자가 퍼지고 있다는 기사였다.
가난한 농민이나 어민, 심지어 어린이까지도 이 주사약을 맞고 있다는 처절한 광경이 대문짝만하게 신문에 발표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고기잡이를 나갔던 어부가 돌아와서는 막걸리나 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 주사약을 우선 한 번 맞아야 하고 밭에 나가서 일하는 농민들도 아낙네가 광주리에 숨겨 가지고 온 이 주사약을 맞아야 다시 일을 하게 된다는 기막힌 이야기들이었다.
전남의 섬지역에서 피해가 가장 심각했다. 신문은 연일 아우성이었다. 약정국에서도 당황하여 문제된 주사약을 수거해다가 보건연구원에 검정을 의뢰했으나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약정국에서는 부정 진통 주사제 특별 단속에 나서 제조업자 취급 판매업자 행상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4월2일에는 영남화학의 [썰리린] 주사액과 동국제약의 [동국베나드린]의 제품허가를 취소했다. 이유는 단지 수거검정한 결과 처방 내용과 상위한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사태가 점점 악화해 들어가자 보사부에서는 종전에는 검정결과에 따라 취해졌던 행정조치 방식을 지양하고, 의심가는 것을 발견하면 즉각 판매 금지시키고 그 판매업자는 업무정지 이상의 행정처분을 내리라고 불호령같은 지시를 각 시도에 내렸다.
특히 사회에서 문제가 된 것은 유니온 제약의 [설파디메톡신]의 2cc주사액이었다. 이것은 소문이 날대로 난 제품이었다.
그러자 국회는 보사부장관을 불러내어 집중 추궁했다.
약정국에서도 긴장과 흥분이 가득찼다. 검정에서 성분을 가려내지 못했다. 그렇더고 모든 의약품에까지도 대거 지정의약품으로 지정하여 선의의 업자에게 피해를 입힐수는 없었다.
당국은 우선 다급한대로 물의를 일으킨 유니온제약에 대해 폐업조치를 단행했다.
보건원이 제 나름대로 마약검정에 대한 노력을 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60년초에 페이퍼 크로마토그라프법으로 주사약에 이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고 63년에는 동물실험을 한바도 있으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대마에 대한 연구, 한국산 대마의 성분을 분석발표한바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엄연히 중독환자가 전국적으로 늘어가고 있는데 검정의 권위기관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보건원에서 이의 정체를 밝혀내어 부정업자를 잡아내지 못하는 무능을 안타까워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시중의 여론은 물끓듯 하였다. 약국에서는 여러 가지 희비극이 벌어졌다. 진통제나 해열제를 사러온 사람, 심지어는 소화제를 사려고 온 사람까지도 '이 속에 마약은 없겠지요'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등 마약노이로제에 걸리다시피 했다. 공신력이 생명과 같은 약국이나 제약업자로는 참으로 심대한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던차 이를 뜻밖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65년 5월7일의 보고에서 이는 [메사으로 밝혀진 것이다. 메사돈 분리 확인에 성공한 사람은 젊은 약학도 이창기씨(현 충북대 약대교수)였다.
전남 나주출신으로 서울약대를 졸업한 그는 화학연구소에서 2년간 근무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주로 해열진통제 마약검출에 전념하였다.
메사돈은 '4.4-디페닐-6-디메탈아미노-3-헤프타논'이라는 화학명을 가지고 있는 마약이다. 제2차 세계대전중 독일에서 합성되었는데 그후 미국에서 연구한 결과 미국에서는 메사돈, 영국에서는 아미돈이라는 이름으로 치료용에 쓰여졌다.
이는 몰핀과 거의 같은 진통과 약리작용을 했고 또한 부작용이나 중독작용도 같았다. 다만 중독이되는 것이 늦고 금단증상이 완만하고 약해서 몰핀 중독자의 치료용으로 쓰는 '제2의 몰핀'이었다.
이창기씨는 페이퍼 코로마토그라프를 사용하여 메사돈만을 순수하게 분리 확인하였고 더 나아가 이보다는 시험조작이 간단하고 신속 예민한 인레이 크로마토그라프를 써서 실험에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또한 복합제제중에 포함된 메사돈의 크로마토그람을 통해서 메사돈의 공급원을 추적할수 있었다.
먼저 밝혀진 것은 유니온제약의 설파디메톡신이었다. 그외 20여종의 약품에서 메사돈이 검출되어 검찰에 보고되었다.
이에따라 보사부와 검찰 그리고 경찰이 일제히 수사에 나섰다.
5월10일자로 약정국장 전병수씨가 갈리고 약무과장 허용씨가 기용 발령되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마약과장을 극비밀리에 청주에 내려보내 부정약품 19만갑을 회수해왔다. 이것을 신호로 전국적 규모로 부정약품 색출이 시작되었다.
청주에서 압수된 19만갑은 국도제약의 '염산프로카인' 주사약이었다. 이 주사약은 판매하기 직전에 적발된 것으로 후에 메사돈이 들어 있는 것이 판명되었다.
메사돈 검출에 선수를 빼앗겨 얼굴을 못들고 의기소침했던 보건원에서도 드디어 25일에는 늦게나마 검출 기술을 해결하게 되어 수사는 급진전을 보게 되었다. 보건원의 이 검출은 종전에 해오던 페이퍼 크로마토그라프방법이 아닌 유기화학분석으로 해낸 것이었다.
보건원에서의 메사돈 검출은 앞서 말한 국도제약의 푸로카인에서 그리고 영남화학의 비타민 B1과 설피린, 백십자약품의 키니힌 등에서도 나왔다. 당시 이런약은 키닌제나 설파제 등 주사제로 허가받은 제품속에 메사돈을 첨가하여 위조시판되고 있었다.
메사돈은 디페닐 아세토니포필과 디메틸아미노 클로르프로판을 가지고 합성하는데 합성과정은 비교적 단순하여 기술적으로 어려울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 두가지 원료를 어디서 입수했는가를 추궁해 들어가다가 수사기관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디페닐과 디메틸아미노는 화공약품으로서 정상수입품목으로 정상루트를 밟아 정식으로 수입된 것이었다.
상공부에선 무엇에 쓰는지도 모르고 그냥 허가했던 것이다. 보사부에서는 당황하여 정식으로 상공부에 수입 금지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국회에서도 말썽이 되어 상공부장관을 출석시켜 관계관을 파면 조치하라고 따지게 되었다.
어쨋든 이 원료는 64년 상반기 무역쿼터에도 의젓하게 수재되어 공공연하게 들여 왔었고 사건이 확대된 65년에도 약 1톤 가까이 그리고 그 이전에 들여온것까지 합치면 상당한 양이 될것으로 예상되었다.
사실 이 원료는 그해가 다 지나가도록 시중에 나돈다는 정보가 계속 입수되어 수사진은 여러번 긴급수사에 나서서 적발하였다.
약정국에서는 사건이 터진후 1차로 이물질 함유로 나타난 23개 업체 전부를 폐쇄조치하고 검찰에 고발하였다.이것이 제약업체정비의 시초가 된 것이다.부정 진통제로 인해서 약업계가 받은 타격은 적지 않았다.
약공에서는 65년 5월8일, 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부정진통제 메사돈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실시함으로써 선의의 업자에 대한 피해를 방지하고 약업계의 공신력이 회복되도록 조치하여 줄 것을 관계당국에 건의하였다.
처음에는 그래도 상습적인 마약중개자의 소행이려니 하고 일루의 희망을 걸기도 하였으나 놀랍게도 이 부정 마약사건에는 종전의 마약밀조업자와는 달리 정식으로 허가된 제약업자중 몇몇이 범법행위를 한 사실이 판명되었다. 이것이 훗일 제약업소에 대한 일대정비를 단행케하는 요인이 되었다.
제약이나 약업은 공신력이 생명이었다. 그런데 메사돈 사건으로 각 제약업체에서는 경찰에서 나와 시설을 조사한답시고 출입하게되니 마치 범법자나 다름없다는 인상마저 주게됐다.
약공에서는 회의를 개최하고 다시 5월28일, 건의를하여 부정진통제 메사돈 단속을 계기로 각 제약업체에 대한 시설 등을 시도 경찰국에서 조사하고 있음을 중시하고 관계요로에 약업계의 실정을 호소하였다.
그리고 실무책임자를 비롯 보사부장관을 심방하고 이의 부당성을 시정해줄 것을 촉구하여 선의의 업자를 보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보사부의 주무과장과 함께 치안국을 방문하여 이의 시정약속을 받았다.
이 사건은 오랫동안 곪고 있던 것이 터진것에 불과했다.부정진통제는 앞서도 말한바와 같이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것이며 이미 그때부터 중독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실을 약업계 일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알고 있었지만 다만 고발정신이 없어 쉬쉬해 왔던 것이었다.
65년 6월24일, 약공에서는 부정진통제의 단속을 게기로 약업계가 자숙을 하기로 하고 요란스러운 약업계의 선전광고에 대하여도 정화와 자숙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메사돈 사건의 바람은 훗일 불량약품사건으로 번져 약업계는 또한번 커다란 수난과 함께 정지 작업의 바탕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메사돈 사건자체는 국민에게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게하여 이후 우리나라는 마약화가 적은 나라로 손꼽히게 되었다.
이 메사돈 사건에 관련,실형을 받은 사람도 있었지만 마약법상의 애매한 법조문 해석으로 실지 메사돈원료 소지자까지도 무죄 석방되는 등 흐지부지된 감이 없지 않았다.
초기 마약검정은 원래 화학연구소 검정과에서 관장하고 있었는데 주로 일제시대부터 내려온 법화학적 방법을 토대로 해서 스타스옷토법으로 추출, 알카로이드 일반 침전을 확인한 다음 각기 반응으로 마약을 검정했다.
그러다가 60년을 전후하여 그 당시로서는 새로운 기술인 페이퍼 크로마토그라프법을 적용, 여러성분을 분리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마약검정에 관한 업무는 생약과로 옮겨지게 되었고 보건원으로 기구가 개편되면서 다시 물리 화학과로 이관되는 등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특히 크로마토그라프법에서는 각 마약성분 특유의 RF치가 장소와 온도, 그리고 기후 등의 여러조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순수한 표준품을 필요로 하는데 그 당시 보건원에서는 마약법에 규제된 수십종의 합성 마약중 불과 일곱가지의 표준품만을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기구의 폐합, 인사 이동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검정요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사실상 5급공무원 한 두명이 마약 검정 사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 외에도 결함은 많았다. 일제시대 조선총독부 경무국 소속이었던 위생시험소 당시부터 내려온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을 들 수 있다.
검정을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가려내지 못하고 덮어놓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하였고 또 이러한 인상을 외부에 주어왔다.
보건원 이외에도 검정할 수 있는 기관으로는 과학수사연구소와 각 위생시험소, 군관계 연구소등이 있다.
이들 각 기관과 유기적인 제보나 연락도 가지지 못한채 이제까지 최고 검정기관으로 자처해오던 보건원은 일시에 복마전의 누명을 뒤집어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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