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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입제도 닮아가는 약가제도, 본질은 어디에

  • 김진구 기자
  • 2026-07-28 06:00:48
  • 요약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우리나라 대학 입시 제도는 누더기라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 공정성과 사교육비 절감 등 제도를 개편할 때의 명분은 매번 그럴듯했다. 하지만 수시로 덧대어진 가산점과 정시·수시의 복잡한 조건 속에 본질이어야 할 ‘학업 능력’보다 ‘어떻게 전형을 잘 파고드느냐’가 입시의 성패를 가르는 기형적 구조가 됐다.

곧 시행을 앞둔 약가제도 개편안을 바라보면 이러한 입시제도가 떠오른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온 약가제도가 이번 개편으로 한층 더 난해해졌다.

약가의 기본 가치는 명확하다. 의약품이 가진 본연의 효능과 효과, 그리고 안전성과 품질이다. 하지만 지금의 약가 산정 방식은 각종 조건부 가산과 복잡한 사후관리 장치, 여기에 가격표상의 금액과 실제 거래 금액이 따로 노는 ‘유연계약제’까지 얽히고설켜 고차 방정식 형태를 띠고 있다. 

약의 우수성보다 ‘어떻게 제도적 틈새를 활용해 약가를 더 잘 받느냐’가 제약사의 사활을 거는 요소가 됐다. 과거 다국적제약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MA(약가 담당) 인력의 몸값이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은 이 제도가 얼마나 비직관적이고 난해해졌는지를 반증한다.

물론 보건당국의 고민도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초고가 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넓히면서도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을 막아야 하는 당국으로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짜낸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제도개편 취지와 달리, 개편 결과에서 기대했던 ‘제도의 직관성’과 ‘시장의 예측 가능성’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보건당국과 제약사 담당자조차 100%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제도를, 환자나 일반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제도가 시행된 이후 현장에서 벌어질 혼란과 그로 인한 파장이다. 복잡한 장치로 인해 약가가 매년 바뀌고 표시 가격까지 달라지면, 약국과 유통업계는 차액 정산과 반품 처리 등 막대한 서류 작업에 과도한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이러한 행정 비용과 비효율은 단순한 기업의 불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도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약의 국내 출시가 미뤄지거나, 과도한 행정 비용이 비용 구조에 반영된다. 결국 환자가 필요한 약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함께 짊어지게 되는 실질적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엽적인 재정 통제에 매몰되어 시스템 전체의 효율이라는 근본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쉽다. 이미 판이 짜여진 제도는 곧 현장에 적용될 것이고, 그에 따른 혼란 역시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제도의 목적이 '관리의 편의'나 '재정 통제 수단'에만 머물러 현장의 피로도와 환자의 부담을 극대화한다면, 그 제도는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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