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더 팔면 보상 있나요?"...MZ가 낯선 선배약사들
- 정흥준
- 2023-01-01 16: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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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맡은 일만 열심히... 추가 업무· 적정 급여에 예민
- 출퇴근·여행 등 워라밸 중시하며 약사사회엔 점점 더 무관심
- SNS 등 변화 적응 빠른데 개인기에 그쳐...미래 신·구대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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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 조제는 물론 약국 청소와 의약품 관리까지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던 과거 약사들의 모습을 요즘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조제가 끝내면 자리에 앉아 휴대폰만 보고 있거나, 1년 일하고 여행을 가기 위해 일을 그만두고, 일반약을 더 팔면 인센티브를 달라고 하거나, 근무 전부터 약국 시설과 간식 제공 여부까지 따지는 젊은 약사들의 변화가 선배들은 낯설기만 하다. 면허를 취득하면 언제라도 약국 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약사는 일반적인 직업군과 차이가 있다. MZ세대 특징으로 설명되는 실용적, 개인주의, 수평적 소통 등의 경향이 도드라지기 쉬운 조건이다.
특히 수능점수로 약대를 진학하는 통합6년제 학제 개편으로 인해 젊은 약사들의 경향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세대 간 불통이 이대로 계속 된다면 약사사회 결속력은 와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무 구분 칼같은 얄미운 후배..."개인주의와 이기주의 한끗 차이"
선배약사들이 보기엔 본인 업무가 아니라면 눈길도 주지 않는 후배약사들이 때론 얄밉기도 하다. 서울에서 약국을 30년 가까이 운영해 온 A약사도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한 끗 차이”라며 약사들의 근무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토로했다.
“본인이 맡은 일은 열심히 해요. 근데 처방 확인과 조제, 복약지도만 하려고 하죠. 본인한테 경제적 보상이 없는 일반약을 왜 나서서 팔아야 하나 생각하는 경향도 보여요. 더 파는 만큼 인센티브를 달라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다면 평균보다 못 팔면 급여를 깎아야 하나요. 뭐든 보상으로만 접근하면 서로 계산적일 수밖에 없어요.”

“예전엔 약대 졸업하면 약국에서 청소부터 약포장지 교체까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 전부 배우려는 자세가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 젊은 약사들은 그런 업무는 철저히 일반 직원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책임감이 많이 사라졌죠. 오래 머물 직장이라기 보단 잠깐 머물다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수도권 상급종병에 근무 중인 C약사는 ‘힘들다, 싫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후배약사들이 서서히 불편해졌다.
“아무래도 병원에선 개인 업무가 있고 공동의 업무가 있어요. 그동안은 신입 약사들이 주로 공동 업무를 더 많이 맡았었죠. 과거엔 개인 업무를 하다가도 신입들이 먼저 나서서 처리하곤 했는데 이젠 본인 업무만 하려고 해요. 일이 조금 많아지면 힘들다, 싫으면 싫다는 표현을 거침없이 잘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더 말을 꺼내기 어려워집니다.”
이들은 요즘 약사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은 업무와 사생활을 명확히 구분 짓는 특징으로도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지역을 중심으로 끈끈하게 모여 결속력을 키워오던 약사사회 조직 문화에도 금이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무 성취보단 워라밸이 최고...1년 일하면 여행 간다고 퇴사”
젊은 약사들은 근무 환경과 업무 강도에 점점 더 민감해지고 있다. 워라밸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추세인데, 기성 약사들의 눈높이에선 약사로서의 업무 성취나 역량 개발엔 소홀한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1년 일한 직원이 여행을 간다고 일을 그만두거나, 업무 강도가 세다 싶으면 애써 버티지 않고 사직서를 내민다. 기성 약사들은 성장과 비전을 생각하라고 조언하고 싶지만 스스로도 ‘꼰대’가 되는 게 아닐까 싶어 말을 삼키는 게 부지기수다.
병원 약제부 관리자급인 D와 E약사도 워라밸과 근무환경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성장 가능성이나 비전을 봐야죠. 오로지 초봉만 보고 들어왔다가 힘들다고 나가는 건 근시안적이에요. 그런 걸 보면 아쉬움이 크죠. 처음부터 딱 1년만 일 할 생각으로 들어오는 약사들도 많아요. 전문직이면서 스스로를 프리랜서라고 여기는 거예요.”
“정책·회무엔 무관심...오로지 실리·마진·생존만 보고 달려”
약국 정책이나 약사회 회무에는 무관심한 반면, 오로지 실리와 마진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는 게 기성세대 약사들이 말하는 요즘 약사들의 특징이다.
모 지역 약사회 임원인 F약사는 “예전엔 선배가 반장을 하라고 권유하면 연차에 따라 반장도 하고, 분회 임원으로 이사도 하고 총무도 하고 나중에 분회장도 하면서 이어졌는데 요즘은 그런 선후배 간 끈끈함도 많이 사라졌다”면서 “본인이 필요한 일만 하고 조직이나 모임을 위해 일을 하지 않다 보니 기본적으로 단합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약국 수급 불균형으로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인해 젊은 약사들은 오로지 ‘생존’을 구심점으로 뭉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몇 년 젊은 약사들이 만든 모임만 보더라도 느껴집니다. 대부분 실리와 마진, 생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물론 이들에게 철학이나 정신이 없는 건 기성세대의 영향도 있어요. 그동안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했죠.”
“의약분업이 20년 됐고 당시 초년생이었던 약사들이 지금 40대 중후반의 나이로 기득권이 됐어요. 앞으로 최소 20년은 약국을 더 운영해야 할 거라 약국 옆 빈 상가는 임대해 버리는 방식으로 사다리를 전부 제거했습니다. 요즘 신규 약사들이 무모하고 비상식적으로 행동하는 거 같지만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점도 한편으론 이해가 됩니다.”
“변화 적응 빠르고 디지털 능숙...개인기로 그치는 건 아쉬워”
사회 변화에 적응이 빠르고 디지털을 능숙히 다루는 점, 다양한 정보 수집과 편집 능력, 새로운 아이디어 등 젊은 약사들이 보여주는 강점도 있다.
SNS, 유튜브 등 새로운 채널을 활용해 대중들과 소통을 확대해 가는 약사들도 서서히 늘어나는 중이다.
일부 약사는 대형 유튜버로 성공하며 운영 중이던 약국을 정리하고, 약사 전문성을 살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도 한다.

약사회 차원에서도 젊은 세대를 끌고 가며, 약사사회 성장까지 동반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로선 참여만 독려할 뿐 포용할 수 있는 준비가 돼있진 않다는 지적이다.
G약사는 “약사회는 청년약사들이 모여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뒤엔 충분한 예산과 투자를 해주고 설령 어설픈 결과가 나오더라도 시간을 주고 기다리는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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