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폭로 제보자, '공익' 주장에도 남는 의문 '셋'
- 차지현 기자
- 2026-08-08 06:04:50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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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호 전 대표, 한미 근무 3년7개월…27년 만에 내부 의혹 제기
- 창업주 조카 임종호와 '30년 지기'…신동국·임종훈·임종윤 접촉 인정
- 큐어세라퓨틱스 한미 투자·장비 매입 요청 불발…"제보와 별개"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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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일가의 회사 자산 사적 사용 의혹을 제기한 김태호 전 큐어세라퓨틱스 대표의 제보 동기와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에서 3년7개월간 근무한 뒤 회사를 떠난 인물이 27년 만에 내부 의혹을 제기한 배경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 전 대표가 최근 경영권 분쟁 당사자와 잇달아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폭로가 모녀 측을 겨냥한 여론전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과거 큐어세라퓨틱스가 한미약품에 타진했던 투자 유치와 연구장비 매입 요청이 불발된 점 역시 짚어볼 대목이다.
의문① 한미 근무 3년7개월…왜 27년 만에 내부 의혹 제기했나
김 전 대표는 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자신이 제기한 송 회장 일가의 법인카드와 회사 자산 사적 사용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당초 익명 제보를 통해 내부 조사와 개선을 기대했지만 제보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해 직접 공개석상에 나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날 김 전 대표는 송 회장 일가의 회사 자산 사적 사용 의혹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신사동 소재 병원에서 발생한 6800만원 상당의 치료비를 비롯해 백화점·명품관 법인카드 결제, 해외 체류비, 법인차량과 별장형 부동산·골프장 회원권 등의 사용 내역을 문제 삼았다.
김 전 대표는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관련 사용 내역을 전수조사하고 부적절한 지출이 확인되면 해당 비용을 환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폭로 배경에 대해 김 전 대표는 한미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강조했다. 그는 "한미를 아끼는 마음으로 제보했다"며 "선대 회장님의 발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제약바이오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게 한 한미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제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이 한미약품 창업주 고(故) 임성기 명예회장의 단순 수행비서가 아니라 주요 의사결정과 실무를 가까이에서 보좌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1998년 항생제 원료 수입 과정에서 원료 대신 밀가루가 들어오는 무역사기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회장님이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고 바로 홍콩으로 출발해 무역사기범을 잡았다"고 했다. 임 명예회장이 주요 현안을 김 전 대표에게 직접 맡길 정도로 그를 신임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김 전 대표가 한미약품을 떠난 지 27년 만에 내부 의혹 제기에 나선 점을 두고는 물음표가 붙는다. 김 전 대표는 1996년 2월 한미약품에 입사해 무역부와 비서실 등에서 근무한 뒤 1999년 회사를 떠났다. 실제 재직 기간은 3년7개월에 불과하다. 한미에서 근무한 기간보다 퇴사 후 떨어져 지낸 시간이 압도적으로 긴 셈이다.
김 전 대표는 퇴사 이후 경력 대부분을 한미약품 밖에서 쌓았다. 파이크 대표, UCB제약 매니저, PA컨설팅 컨설턴트, 대웅제약 사업개발 부문, 이노헬스텍 부사장, 종근당 사업개발 이사 등을 거쳐 이후 바이오벤처 창업에 나섰다. 한미약품에서 3년 남짓 근무한 인물이 20년 넘게 지난 뒤 다시 '임성기 정신'을 내세워 그룹 내부 문제를 제기한 이유에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문② 공익제보라지만…신동국·임종훈·임종윤 모두 만났다
김 전 대표가 최근 경영권 분쟁의 핵심 당사자들을 잇달아 만난 점도 의구심을 키운다. 그는 특정 세력과 연결됐다는 의혹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여러 번 만났고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서너 번 만났다"고 했다. 임종윤 전 사장과도 한 차례 만나고 문자로 한두 차례 소통했다고 했다.
김 전 대표가 신 회장과 임종윤 전 사장, 임종훈 사장을 알게 된 연결고리는 임종호 전 한미약품 부사장이다. 임종호 전 부사장은 임 명예회장 형의 아들로 창업주 조카이자 임종윤·종훈 형제의 사촌이다. 김 전 대표가 1996년 한미약품에 입사했을 당시 무역부 담당 과장으로 근무했으며 두 사람은 이후에도 30년 넘게 관계를 이어왔다.
김 전 대표와 임종호 전 부사장은 과거 직장 인연을 넘어 사업적으로도 연결돼 있다. 임종호 전 부사장은 김 전 대표가 창업한 큐어세라퓨틱스 임원으로 참여했다. 임종호 전 부사장은 2021년 3월 큐어세라퓨틱스 사외이사로 합류한 뒤 2022년 4월 사내이사로 변경 등기해 회사 경영에도 직접 참여했다. 단순한 직장 선후배를 넘어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셈이다.
김 전 대표는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뒤 임종호 전 부사장 요청으로 그룹 미래전략을 작성했고 이 과정에서 임종윤 회장과 임종훈 사장을 만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임종호 부사장이 한미약품이 가야 할 그림과 미래전략 계획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며 "약 6개월 동안 본사와 집에서 자료를 만들었고 그 자료들이 창업주 일가에 전달됐다"고 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임종윤 회장과 임종훈 사장을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김 전 대표가 신 회장과 연이어 만난 뒤 모녀 측을 겨냥한 의혹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번 제보가 대주주 간 갈등과 맞물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신 회장 측 이해관계가 김 전 대표의 폭로에 일정 부분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특히 김 전 대표의 폭로는 공교롭게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갈등이 다시 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린다. 앞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지분 일부를 모녀 측 우호 지분으로 넘기고 연대를 공식화했다. 여기에 법원이 신 회장이 임주현 부회장을 상대로 낸 100억원 규모 주식 가압류 신청을 인용하면서 4자 연합에 균열 조짐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
의문③ 큐어세라퓨틱스, 한미 투자·장비 매입 요청 전력도
김 전 대표가 운영했던 큐어세라퓨틱스와 한미약품의 과거 사업 관계도 눈길을 끈다. 큐어세라퓨틱스가 경영난을 겪던 시기 한미약품에 투자와 사업 협력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큐어세라퓨틱스는 2024년 12월31일 최종 폐업했으나 법인 등기는 아직 유지되고 있다.
큐어세라퓨틱스는 2017년 설립된 바이오벤처다. 설립 3년 만인 2020년 매출 87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실적이 급격히 꺾였다. 매출은 2021년 70억원, 2022년 38억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각각 38억원, 37억원에 달했다. 2021년 말 자본총계가 -7억원으로 돌아서며 완전자본잠식에 들어갔고 2022년에는 -43억원까지 악화했다.

자금난이 이어지던 큐어세라퓨틱스는 2023년부터 한미약품에 투자 가능성을 타진했다. 김 전 대표는 "코로나19 때문에 적자가 생기고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해외에서 받을 돈도 못 받으면서 자금 사정이 안 좋아졌다"며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 유치를 타진했다"고 했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기술성과 사업성 등을 검토한 끝에 투자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투자 협력이 무산된 이후 큐어세라퓨틱스 측은 보유 연구개발 장비의 매입도 요청했지만 이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 폭로가 보복성 차원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김 전 대표는 보복성 제보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한미약품은 투자 타진 대상 중 일부일 뿐이었고, 공식 투자 제안서나 기술 설명서를 제출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 대표는 "여러 업체 중 한 곳으로 한미약품에 투자 유치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라며 "오히려 다른 제약사들에 더 많이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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