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6-09-28 07:01:40 기준
  • 국회 본회의
  • CSO 리베이트
  • 연봉
  • 피코이노베이션
  • 아일로
  • R&D
  • 신약개발
  • #R&D
  • AI
  • V
팜스터디
번역
  • 한국어
  • English
  • 日本語
  • 中文

약사들의 약 배송 반발 이유…"약국 존립에 관한 문제"

  • 김지은 기자
  • 2026-09-28 06:28:10
  • 요약
  • 가
    • 가
    • 가
    • 가
    • 가
    • 가
  • 안전상비약·창고형약국 넘어 거리로…처방조제 직결된 위기감
  • 약이 아닌 처방전·환자가 이동…지역약국 경쟁구도 재편 우려
  • 환자안전 이면에 생존권도 공존…반대 넘어 설득력 있는 대안 필요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사사회가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다시 거리로 나왔다. 과거 안전상비의약품 도입 때도 대규모 집회가 열렸지만 이번에는 약국 경영의 중심인 처방조제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발의 배경에 깔려 있다.

대한약사회 집행부 책임론과 회장 탄핵 주장까지 등장했고 임시대의원총회 소집 움직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장외투쟁으로 이어졌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약사 총궐기대회에는 당초 예상했던 5000명을 넘어 전국의 약사와 약대생이 집결했다. 주최 측 추산 약사 7000여명과 약대생 3000여명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약사사회가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와 창고형약국 확산 역시 약국의 경영 기반과 약사의 전문성을 위협하는 현안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도 약배송에 대한 반발은 이전과 달랐다. 현장의 위기감 이면에는 환자 안전과 더불어 비대면진료와 처방전 전달, 약국 선택, 조제, 복약지도와 의약품 수령까지 이어지는 처방조제 전 과정이 새롭게 재편될 수 있다는 불안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약사들 다시 거리로…약배송 반발 뒤엔 ‘처방전의 이동’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와 창고형약국은 일반의약품 판매시장을 둘러싼 문제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이 늘어나면 약국의 일반약 판매 영역이 줄어들 수 있다. 대규모 매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창고형약국이 확산하면 인근 동네약국의 매약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약배송은 약국의 일반약 판매를 넘어 처방조제 업무와 맞닿아 있다. 국내 상당수 약국은 처방조제를 중심으로 경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처방전 접수부터 처방 적정성 검토, 중복·상호작용 확인, 조제와 복약지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약사의 핵심 업무이자 약국 경영의 중심축이다.

비대면진료와 약배송이 결합하면 이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환자는 의료기관에서 처방을 받은 뒤 생활권 안의 약국을 찾아 조제약을 수령했다. 그러나 약배송이 전면 허용되면 환자의 거주지나 의료기관과 약국의 거리가 반드시 가까울 필요가 없어진다.

수도권의 한 개국약사는 “편의점약과 창고형약국은 일반약 판매영역의 경쟁이 커지는 문제였다면 약배송은 약국 업무의 중심인 처방조제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약사들이 이를 단순한 유통방식의 변화가 아닌 약국의 존립 기반에 관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처방전은 환자의 생활권을 중심으로 움직였지만 배송이 확대되면 전국 어느 약국으로든 이동할 수 있다”며 “약이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환자와 처방전, 조제시장이 함께 이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이 아닌 처방전이 움직인다?…플랫폼이 바꿀 약국 지형

정부는 지난 8월 20일 비대면진료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약배송 허용 대상을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2월 24일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은 섬·벽지 거주자와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일부 환자에 한해 약국 외 의약품 인도를 허용하고 있다. 정부 방침대로 대상을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확대하려면 추가적인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약사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약배송의 허용 여부만이 아니다. 비대면진료에서 환자와 의료기관, 약국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대될지도 핵심 쟁점이다.

환자가 플랫폼에서 증상을 입력하고 의료기관을 선택해 비대면진료를 받은 뒤 처방전을 전송할 약국을 고르고 배송까지 신청할 수 있게 되면 진료부터 의약품 수령까지 전 과정이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이 약국의 노출 순서와 재고정보, 배송 가능 여부와 소요 시간 등을 제시하면 환자의 약국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격이나 배송 속도, 서비스 편의성이 새로운 약국 경쟁 요소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약국의 입지와 지역 환자와의 관계보다 플랫폼 내 노출과 배송 역량이 처방전 확보에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부 대형약국이나 배송에 특화된 약국으로 처방전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기서 나온다.

비대면진료 민간 플랫폼에서는 이용자가 원하는 조건을 선택하면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통해 의사와 약국을 추천해 주고 있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약배송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의약품을 환자에게 전달하는 수단이 하나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대면진료 플랫폼과 결합하면 의미가 달라진다”며 “환자가 어느 의료기관을 선택하고 어떤 약국에서 조제받는지에 관한 정보가 플랫폼에 모이고, 플랫폼이 약국 선택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기존 약국시장의 경쟁 질서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배송 자체가 아닌 환자 접점과 처방전 흐름을 누가 확보하느냐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진료 시장이 커질수록 플랫폼에 축적되는 진료·처방·조제 데이터도 늘어난다. 환자의 의료 이용과 처방 패턴, 약국별 조제 가능 여부와 재고정보가 결합되면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약국은 플랫폼을 통해 처방전을 확보하기 위해 재고를 늘리고 배송체계를 갖추거나 플랫폼이 제시하는 운영방식에 맞춰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약사사회가 약배송을 플랫폼 종속 문제와 연결하는 배경이다.

‘반대’만으로 충분한가…약사사회에도 남은 질문

약사사회는 약배송 반대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환자안전을 제시한다. 처방의약품은 환자의 질환과 연령, 병용약물과 이상반응 가능성을 고려해 투약해야 한다. 약사는 조제 과정에서 처방 오류와 중복투약, 약물 상호작용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에 처방 변경을 요청한다.

환자가 약국을 직접 방문하면 약사는 환자 본인 여부와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복약지도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배송 과정에서는 누가 의약품을 수령했는지, 적정한 온도와 환경에서 보관됐는지, 환자가 복약지도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약사사회의 주장이다.

비대면진료와 약배송이 결합하면서 환자가 원하는 처방을 받기 위해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거나 여러 플랫폼을 이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약국이 환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는 상황에서 반복·중복처방과 오남용 우려 의약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확인하고 중재할 수 있는지도 과제로 꼽힌다.

다만 약사사회의 반발을 환자안전 논리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약배송이 처방전의 이동과 조제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약국의 생존권과 경제적 이해관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지역 약사회 한 관계자는 “약배송이 약국의 경영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처방조제는 약국 운영의 핵심이고 배송 확대가 처방전 집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적”이라며 “그렇다고 생존권과 환자안전을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나누기도 어렵다. 동네약국이 지역 안에서 환자의 투약 이력을 살피고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대응하는 구조가 무너지면 결국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약료 안전망도 함께 약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약국의 생존이 곧바로 국민건강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산업 활성화와 환자 편의를 이유로 기존 약료체계의 역할을 모두 기득권으로 치부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약사사회가 국민을 설득하려면 경제적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보다 지역약국이 환자안전과 보건의료체계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여기에서 나온다.

약배송 논의에서 환자 편의 역시 외면할 수 없는 가치다. 약사사회로서는 공공심야약국과 취약지역 공공약국 확대, 방문진료·방문약료 활성화, 지역약국을 활용한 제한적 전달체계 등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편의성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 비대면진료와 약배송이 진료량과 처방량, 약제비와 건강보험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하고 반복·중복처방과 의약품 오남용을 차단할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체계와 비대면진료 전담약국 금지, 약국 외 인도 과정의 표준지침, 배송 가능 의약품과 포장·보관 기준, 본인수령 확인,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도 제도 확대에 앞서 정리돼야 할 과제다.

또 다른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사회가 국민에게 단순히 약은 배송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약국에 오기 어려운 환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의약품을 안전하게 전달할 것인지 대안을 내놓고, 제한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를 먼저 평가한 뒤 확대 여부를 논의하자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약배송을 산업이나 물류정책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처방과 조제, 복약지도와 사후관리까지 연결된 국민건강정책으로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익명 댓글
  • 실명 댓글
0/500
등록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약국e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