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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클래스

대주주 2137억 승부수와 재등판…한미약품 주총에 쏠린 눈

  • 차지현 기자
  • 2026-02-25 06:00:59
  • 신동국 회장, 지분 추가 매입·지분율 30% 육박…간담회서 개입설 일축
  • 4인 연합 내부 균열설 확산, 내달 한미약품 주총 이사회 재편 변수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한미약품그룹 지배구조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1년 넘게 이어진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에서 4인 연합이 승리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지만 최근 대주주와 대표이사 간 공개 충돌이 벌어지면서 긴장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가 한미약품 대표의 연임 여부와 이사회 재편이 그룹 경영권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신동국, 간담회 열고 직접 해명…"경영 감시는 대주주 의무"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전날 오후 1시 40분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불거진 성 비위 사건 처리 개입 의혹 등 일련의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신 회장이 기자 간담회를 열고 현안을 설명한 것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 종식 이후 처음이다.

신 회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고향 후배이자 오랜 지인으로 2010년부터 한미사이언스 지분 투자를 시작하며 한미그룹과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2024년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는 형제 측과 모녀 측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키맨'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후 지주사와 사업회사 이사회에 동시에 입성하며 그룹 내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았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로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등 오너 일과와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24일 오후 1시 40분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불거진 성 비위 사건 처리 개입 의혹과 원료 공급 구조 재편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신 회장은 간담회에서 성 비위 사건 처리 개입 의혹을 강하게 일축했다. 앞서 한미약품 내부에서는 팔탄공장 고위 임원의 성 비위 의혹을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외부 공익 제보를 계기로 회사가 내부 조사에 착수했고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해당 임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징계 대신 자진 퇴사 방식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대주주가 인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박 대표가 녹취록을 공개하며 신 회장의 개입을 주장하자,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공개 충돌로 확산됐다.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를 제외한 사업회사 임원 인사에 관여한 적이 전혀 없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해왔고 앞으로도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감시와 균형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이어 "전문경영인은 회사의 주인이 아니라 경영을 위임받은 사람"이라며 "대주주가 경영 상황에 관심을 갖는 것을 두고 부당 개입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녹취 내용과 관련해 신 회장은 "대화의 시점과 맥락이 왜곡됐다"면서 "해당 임원에 대한 조사와 징계 절차는 회사 규정에 따라 진행됐으며 내가 이를 막거나 방향을 바꾼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1년 전 가까스로 봉합됐던 경영권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신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추가 매입,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와 대주주 간 힘의 균형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오전 신 회장은 코리포항외 5인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식 441만32주를 장외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취득단가는 1주당 4만8469원이며 취득 총액은 2137억원이다. 신 회장은 주식 취득 자금을 전액 차입금으로 마련했다. 코리포항은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009년 홍콩에 설립한 코리그룹의 국내 자회사다.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16.43%(1124만9739주)에서 22.88%(1564만9771주)로 상승했다. 신 회장과 한양정밀의 지분율은 총 29.83%에 달한다. 한양정밀은 신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개인회사로 자동차부품 제조를 주력으로 한다.

신 회장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핵심 자회사 한미약품에 대한 영향력도 상당하다. 한미약품의 경우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중 5% 이상 지분을 가진 개인은 없는 반면 신 회장은 7.72%, 한양정밀은 1.37%를 보유 중이다. 한미약품의 최대주주는 지분 41.42%를 들고 있는 한미사이언스다.

1년여 경영권 분쟁 봉합 이후 갈등 재점화…전문경영인 체제 시험대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갈등은 2024년 초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반발하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갈등은 법적 다툼과 주주총회 표 대결로 번졌다.

양 측은 같은 해 3월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안건 등을 두고 표 대결을 벌였다. 형제 측은 신 회장을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승기를 쥐었다. 형제 측 인사가 대거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형제가 지주사 이사회 과반을 장악했다. 이후 형제 측은 신 회장, 남병호 헤링스 대표와 함께 한미약품 이사회에도 진입했다.

형제의 편에 섰던 신 회장이 다시 모녀와 손을 잡으면서 반전이 생겼다. 같은 해 7월 신 회장과 모녀 측은 3인 연합을 결성하고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신 회장이 모녀 쪽으로 돌아서면서 한미약품 이사회 균형이 모녀 측으로 기울었다.

임종윤 전 사장은 자신을 한미약품 대표로 선임하고 그의 최측근 임해룡 씨를 북경한미약품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 이사회가 열렸으나 두 안건 모두 부결됐다. 이 같은 결과에 반발한 형제 측이 경영진 재편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또 다시 표 대결이 펼쳐졌다.

같은 해 11월 개최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은 무승부로 끝이 났다. 3인 연합은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정원을 11인으로 늘리고 여기에 신동국·임주현 이사를 진입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정관 변경 건이 부결되고 이사 선임 건이 통과되면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가 동수로 재편됐다.

이어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는 임종훈 사장의 주주제안으로 신동국·박재현 해임안이 상정됐다. 송영숙·임주현 모녀는 사모펀드 킬링턴을 백기사로 맞이했고 결국 세 번째 표 대결은 신동국·송영숙·임주현·킬링턴 4인 연합의 승리로 종결됐다.

이후 재작년 말 임종윤 전 사장이 4인 연합 측에 주식을 넘긴 데 이어 형제 측 인사가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물러나면서 승기가 4인 연합 측으로 기울었다. 한미사이언스는 송영숙 대표 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임종훈 사장이 보유 주식 일부를 4인 연합 측에 넘기면서 1년여간 분쟁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그룹은 1년 넘게 이어진 오너일가 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을 기점으로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그룹을 이끌어온 송 회장은 대표이사와 이사직에서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신 유한양행과 메리츠증권을 거친 투자·전략 전문가 김재교 부회장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오너일가가 아닌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이 지주사를 이끄는 것은 2010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장녀 임주현 부회장도 이사회에 재입성했다. 이에 따라 지주사는 김 대표가 경영을 총괄하고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은 박 대표가 운영을 맡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대주주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은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한미약품그룹은 현재 '전문경영인-대주주 혼합형 체제'를 유지 중이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는 이를 지원하되 필요한 범위 내에서 견제하는 구조를 제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가 안착되는 듯 보였으나 박 대표가 성 비위 사건 처리 과정과 관련한 대주주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균열이 드러났다. 여기에 신 회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반박에 나서면서 갈등이 표면화한 것이다.박 대표가 모녀 측의 신임을 받아온 핵심 경영진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4인 연합 내부의 미묘한 긴장 구조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4인 연합 체제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4인 연합은 지난해 시니어 사업 추진을 놓고 내부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사업과 관련한 타법인 출자 안건이 이사회에 상정됐으나 신 회장과 임종훈 사장을 비롯해 심병화·최현만·신용삼·배보경 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관련 신 회장은 "4인 연합 내홍이 있긴 했지만 회사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진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부부도 싸움을 하는 것처럼 4인 연합은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견 차이가 곧바로 4인 연합 와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내달 한미약품 이사진 5명 임기 종료, 한미약품 이사회 재편 변수

시장의 시선은 내달 열릴 예정인 한미약품 정기 주총으로 향한다. 한미약품은 오는 3월 이사회 10명 중 5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박 대표를 포함해 박명희 한미약품 전무(사내이사), 윤영각 파빌리온자산운용 대표이사(사외이사), 윤도흠 차의과대학교 의무부총장(사외이사),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등의 임기가 종료된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임기 만료 이사가 없어 이사회 변동 요인은 없는 상황이다.

한미약품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4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는 박 대표와 박 전무 그리고 최인영 전무, 임종훈 사장이다. 사외이사는 윤영각·윤도흠·김태윤·이영구 등 4명이다. 또 신 회장과 지주사 대표를 맡고 있는 김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임기 만료 이사진의 거취가 현재의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정리될지, 아니면 다시 표 대결 구도로 확산될지를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측이 사전에 이사 후보군에 대해 합의에 이르면 단일 이사 후보안이 제출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표의 재선임 여부와 관계없이 이사회 구성안이 단일안으로 정리된다면 이는 양측이 일정 수준의 타협점을 찾았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이사회 구성안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서로 다른 주주제안이 제출되며 사실상의 표 대결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신 회장이 박 대표에 대한 불신임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상이한 이사 후보군이 상정돼 표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지난해 경영권 분쟁 당시와 유사한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 이때 핵심 변수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구조다.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한 한미사이언스가 어떤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주총 결과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 의결권 행사 방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결의에 따라 결정된다. 지주사 이사회 내 표심이 한미약품 주총 승패를 가를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내부 구도 역시 단순하지 않다는 점은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과거 분쟁 국면에서 이사들이 서로 다른 진영에 섰던 전력이 있고 지난해 시니어 사업 출자 안건 표결에서도 내부 이견이 드러난 바 있다. 특정 인물이 어느 편에 설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표 대결이 현실화될 경우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사회 구도 변화 여부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은 매년 3월 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해 왔다. 주총일을 한 달가량 앞두고 장소와 주요 안건 등을 포함한 주총 소집 결의·공고 공시를 올린다. 이에 따라 조만간 공시를 통해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차기 이사진 구성 방향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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