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오너가, 전문경영인체제 지지…대주주·CEO 갈등 봉합?
- 차지현 기자
- 2026-03-06 06: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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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주주·전문경영인 공개 충돌 속 송영숙 회장 '독립 경영 지지' 입장문 발표
- 3월 정기 주총 앞두고 이사회 재편 눈길, 4인 연합 공동 의결권 약정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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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싸고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갈등이 표면화한 가운데 오너일가 수장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업계 안팎에서 4인 연합 내부 균열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한미약품 지배구조 향방에 대한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한미약품 오너 일가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이 의결권 공동 행사 계약으로 묶여있어 엇갈린 의견에 따른 분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가 나온다.
송 회장 "전문경영인 권한 존중해야"…전문경영인 체제 지지 표명

6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송 회장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분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고객과 주주들에게 약속한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권한을 존중하고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원칙"이라며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견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했다.
입장문에는 최근 불거진 성비위 논란에 대한 사과와 함께 그룹의 경영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송 회장은 "한미 창업주의 가족이자 대주주로서 작금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성비위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분과 실망을 느꼈을 임직원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송 회장은 임직원 시위를 언급하며 "임직원 여러분이 매일 용기 내어 피켓 시위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여러분 삶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드리겠다는 저의 다짐과 약속이 온전히 지켜지지 못한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을 느끼고 있다"며 "누구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사과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입장문은 성비위 사건 처리 과정에서 대주주 개입 의혹이 제기되며 전문경영인과 대주주 간 갈등이 공개 충돌로 번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조사 이전 가해자에게 연락하는 등 인사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논란은 회사 내부로 확산돼 임직원이 성명 발표와 피켓 시위에 나서는 등 집단 행동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를 제외한 사업회사 임원 인사에 관여한 적이 전혀 없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는 유지돼야 하지만 대주주로서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논란이 된 녹취와 관련해서도 대화의 시점과 경위가 왜곡됐다며 조사나 징계 절차에 영향을 미친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시기 신 회장은 코리포항 외 5인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441만32주를 2137억원에 장외 매수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코리포항은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009년 홍콩에 설립한 코리그룹의 국내 자회사다. 거래가 완료되면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16.43%(1124만9739주)에서 22.88%(1564만9771주)로 상승한다. 신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양정밀 지분까지 합산하면 총 지분율은 29.83%까지 올라가게 된다. 시장에서는 신 회장의 지분 확대를 두고 경영진과 충돌이 이어지는 국면에서 대주주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갈등은 박 대표가 공개 입장문과 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통해 신 회장의 경영 간섭 의혹을 다시 제기하면서 한층 격화됐다. 박 대표는 "왜 회사의 공식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가해자에게 전화해 조사 사실을 미리 알렸느냐"면서 성비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인사 개입 정황을 문제 삼았다. 원료 교체 논란과 관련해서도 "로수젯 원료를 미검증 중국산으로 바꿔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원료 변경 추진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송 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면서 박 대표 등 현 경영진의 독립적 경영을 지지하는 입장문을 낸 것이다. 사실상 대주주의 경영 개입에 대해 자제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동국·송영숙·임주현·킬링턴 4인 연합 체제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4인 연합은 지난해 시니어 사업 추진을 놓고 내부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사업과 관련한 타법인 출자 안건이 이사회에 상정됐으나 신 회장과 임종훈 사장을 비롯해 심병화·최현만·신용삼·배보경 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된다.
이사 5명 교체 앞둔 3월 주총… 4인 연합 '공동 의결권' 약정이 핵심 변수
시장의 시선은 이달 열릴 예정인 한미약품 정기 주총으로 향한다. 한미약품은 오는 3월 이사회 10명 중 5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박 대표를 포함해 박명희 한미약품 전무(사내이사), 윤영각 파빌리온자산운용 대표이사(사외이사), 윤도흠 차의과대학교 의무부총장(사외이사),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등의 임기가 종료된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임기 만료 이사가 없어 이사회 변동 요인은 없는 상황이다.
한미약품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4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는 박 대표와 박 전무 그리고 최인영 전무, 임종훈 사장이다. 사외이사는 윤영각·윤도흠·김태윤·이영구 등 4명이다. 또 신 회장과 지주사 대표를 맡고 있는 김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임기 만료 이사진의 거취가 현재의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정리될지, 아니면 다시 표 대결 구도로 확산될지를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이 박 대표에 대한 불신임을 드러낸 상황에서 박 대표의 재선임 여부가 이번 주총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이사회 구성안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지난해 경영권 분쟁 당시와 유사한 구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때 관건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구조다.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한 한미사이언스가 어떤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주총 결과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 의결권 행사 방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결의에 따라 결정된다. 지주사 이사회 내 표심이 한미약품 주총 승패를 가를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내부 구도 역시 단순하지 않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과거 분쟁 국면에서 이사들이 서로 다른 진영에 섰던 전력이 있고 지난해 시니어 사업 출자 안건 표결에서도 내부 이견이 드러난 바 있다. 특정 인물이 어느 편에 설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표 대결이 현실화될 경우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4인 연합의 구속력도 중요한 관건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지난 2024년 12월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며 연합을 형성했다. 계약에는 이사회 구성과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권 공동 행사 조항이 포함돼 있다. 한 쪽이 지분을 매각할 때 상대방이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과 대주주가 지분을 팔 때 함께 팔 수 있는 동반매각참여권(태그얼롱) 등 지분 이동과 관련한 권리도 함께 규정돼 있다.
어느 한 쪽이 약정을 위반해 단독 행동에 나설 경우 위약벌과 손해배상 청구 등 상당한 법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이사회 안건이나 주총 의결권 행사에 계약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 데 따라 지분율 격차가 곧바로 경영권 장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해당 약정은 당사자 간 합의로만 종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단일 구성원이 독자적으로 파기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주총 전까지 연합 내부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리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신 회장이 약정을 깨고 독자 행보에 나설 경우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지배구조는 다시 복잡한 힘겨루기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 구조를 보면 송영숙 회장(3.38%)과 임주현 부회장(7.57%), 임종훈 사장(5.09%), 재단(6.09%) 등 오너일가 연합 지분은 22.13% 수준이다. 순수 지분율만 놓고 보면 신 회장이 오너일가 연합보다 8%포인트가량 앞서며 우위에 서게 있다. 다만 실제 의결권 구도에서는 사모펀드 킬링턴(9.81%)과 국민연금(6.64%) 등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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