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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약가인하가 소환했나…영업현장 '백대백' 프로모션 전쟁

  • 김진구 기자
  • 2026-03-26 12:10:37
  • 정부 제네릭 약가인하 예고 이후 중소형제약 중심 기형적 프로모션 기승
  • A사 “4~6월 신규 처방 100% 수수료 지급”…제약 5~6곳 ‘백대백’ 부활
  • 시행 전 물량 밀어내기·처방 유지 사활…“정부가 편법 영업 부추겨” 비판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가 대대적인 제네릭 약가 인하를 예고한 가운데, 제약업계 영업현장에선 CSO(의약품 판촉영업대행)에 처방액 전액을 수수료로 되돌려주는 이른바 ‘백대백(100:100)’ 프로모션이 재등장했다.

출혈을 감수하는 기형적 영업 모델이 부활한 배경으로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이 꼽힌다. 이르면 7월로 예상되는 약가 인하는 대다수 제약사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는 상황이다. 이에 약가인하 전 손실을 상쇄하려는 고육지책이 현장에 투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약가인하 전까지 재고를 빠르게 소진하는 동시에, 고율 수수료를 미끼로 처방처를 유지하고 자사 제품의 스위칭을 유도하려는 전략이 백대백 프로모션 확산의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신규 처방 100% 지급”…백대백 프로모션 확산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연매출 2000억원 규모의 중견제약사 A업체는 최근 지난 24일자로 100:100 프로모션 진행을 공지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치매치료제와 고혈압복합제 등 20여개 품목에 대해 신규 처방액의 100%를 수수료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프로모션 기간은 4~6월로, 이 기간 신규로 처방이 나오면 이후 3개월간 100%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해당 공지에선 프로모션 종료 후 6개월간 매출 유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프로모션 기간 동안 매출이 평균에 미달할 경우 수수료를 환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약가인하 시행 시점이 7월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하된 약가 체계에서도 자사 제품의 처방을 묶어두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른바 ‘백대백’ 프로모션은 최근 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연매출 500억원 미만 중소제약사인 B업체 역시 고지혈증 치료제 등 경쟁이 치열한 품목을 중심으로 '신규 거래처 확보 시 100% 수수료' 정책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매출 700억원 규모 C업체도 연초 자사 신제품 대상 백대백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업계에선 이들 외에도 2~3곳의 중견‧중소제약사가 백대백 프로모션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제네릭 약가 인하 압박, 기형적 영업 부추기나

백대백은 제약사가 처방실적만큼의 영업 수수료를 CSO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CSO가 확보한 처방액이 1만원이라면 제약사가 수수료로 1만원(100%)을 그대로 지급한다.

제약사 입장에선 제조원가와 인건비, 물류비를 고려했을 때 제품을 판매할수록 손해인 구조다. 단기적인 손해가 불가피하지만, 초기 시장 진입과 처방처 확보를 위해 종종 동원됐다. 다만 일각에선 불법 리베이트 제공의 우회 경로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형적인 영업 방식은 CSO 신고제와 지출보고서 의무 작성을 비롯한 정부의 유통 투명화 정책이 잇달아 도입되면서 일선 영업현장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제품 발매를 앞둔 제약사가 일시적으로 도입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최근 백대백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급격한 약가인하 공포가 업계에 번지면서, 사라졌던 이 기형적 모델이 영업 현장에 다시 소환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0%대 초중반으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약가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이후 중소제약사를 중심으로 ‘정상적인 영업 방식으로는 처방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됐고, 결국 백대백 부활로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소제약사 입장에선 백대백 프로모션을 통해 약가가 실제 인하되는 7월(예상) 전까지 '가장 비싼 가격'으로 재고를 밀어내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 동시에 높은 수수료를 미끼로 처방처를 묶어둬, 약가인하 이후의 타격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정부의 강력한 약가인하가 오히려 편법 영업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CSO의 수익구조적 취약점을 파고드는 제약사의 '공격적 스위칭' 전략도 백대백 부활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정해진 요율로 수수료를 받는 CSO에게 약가 인하는 곧 실질 수입의 급감을 의미한다. 가령 1000원짜리 품목을 대행하며 50%의 수수료(500원)를 받던 CSO 입장에선, 약가가 800원으로 떨어질 경우 수입이 즉시 400원으로 감소한다. 제약사 못지않은 타격을 입는 셈이다. 

백대백 프로모션은 이 지점을 공략한다. 수입 감소를 우려하는 CSO에 파격적인 수수료율을 제안해 기존 경쟁사 제품을 자사 품목으로 갈아치우도록 유도한다. 인하된 마진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수료를 보장함으로써, CSO가 기꺼이 ‘품목 스위칭’에 나서도록 강력한 유인책을 던지는 전략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네릭을 타깃으로 대대적인 약가 인하를 강행하니, 제약사들이 R&D 대신 당장 내일의 처방권을 돈으로 사는 도박에 나서게 된 것”이라며 “특히 제네릭 의존도가 높아 손실이 크게 예상되는 중견‧중소제약사의 경우 백대백 프로모션에 대한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CSO 업계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한 CSO 업체 대표는 “고율 수수료가 당장은 높은 수익을 보장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불법 리베이트 유혹에 내몰리는 압박으로 작용한다”며 “제약사의 제안을 거절하기 힘든 상황에서, 약가인하 이후 제약사 영업 조직과 CSO가 공멸하거나 시장 질서 자체가 파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약가인하 적용 시점까지의 ‘공백기’…변칙 영업 확산 전망도

문제는 이러한 영업 행태가 당분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해 제네릭 약가 인하를 확정할 방침이다. 인하된 제네릭 약가 산정률은 40%대 초중반이 유력하다. 시행 시점은 올해 7월 혹은 내년 1월이 거론된다.

실제 약가가 인하되기까지 짧으면 3개월, 길면 9개월의 공백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공백기는 제약사들에게 기존 생산 재고를 밀어내기 위한 기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백대백 프로모션을 도입한 업체들처럼 처방 유지를 위한 마지막 기회로 인식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약업계에선 정부의 강력한 약가인하 드라이브가 오히려 잠잠했던 유통 질서를 뒤흔드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제약업게 관계자는 “단순히 가격을 깎는 규제 위주의 정책이 현장에서 어떤 변칙적 부작용을 낳는지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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