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바이오기업 궁여지책 사업 확장과 숙제
- 차지현 기자
- 2026-03-27 06: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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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세차장, 폐타이어 수집업, 암모니아 터미널 개발업, 휴게음식점, 가상자산 투자업.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새로 추가한 사업목적 면면이다. 부동산업은 거의 모든 기업이 포함하는 기본 항목이 된 지 오래다.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진 시대라지만 이들 기업의 행보는 문어발식 확장이라 보는 게 더 맞을 듯하다.
사업 간 시너지가 명확하거나 자본이 충분하다면 이러한 사업 확장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핵심 역량에 기반한 신사업 진출은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오히려 유연한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작동하며 본업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사업 다각화는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추기 위한 궁여지책인 경우가 상당수다. 코스닥 상장사는 개별 기준 연매출 30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당장 뚜렷한 매출원이 없는 바이오 기업으로선 본업과 무관한 영역에서라도 '숫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인 셈이다.
문제는 임시방편적 대응이 본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신약개발은 빅파마조차 10년 이상, 1조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하고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분야다. 강점을 지닌 기술에 역량을 집중해도 성과 도출이 쉽지 않은 사업인데 한정된 인력과 재원이 분산된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을 무조건 비판하기는 어렵다. 매출이 없으면 상장을 유지할 수 없고 자금이 끊기면 연구개발도 멈춘다.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 단기 매출 확보는 생존의 문제다. 톱티어 바이오텍으로 자리 잡은 리가켐바이오 역시 상장 초기 이종 산업 진출을 시도하며 매출 요건을 맞추려 애썼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이오 기업에만 무한정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공적 자본을 조달받는 상장사가 최소한의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신약의 꿈'만 내세워 인내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이미 기업공개(IPO)·상장폐지 제도 개선을 통해 시가총액 6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매출 30억원 요건을 면제하는 등 제도를 완화한 상태다. 다른 산업군과 형평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본질은 상장사 지위가 아니라 혁신을 지속할 체력이다. 상장 유지를 위한 무리한 확장은 당장의 퇴출은 막아줄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 만약 연구개발 성과가 지연되고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추기 버거운 상황이라면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뒤 다시 시장 재진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상장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간을 버는 전략이 아니라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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