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8 06:23:38 기준
  • 의약품
  • 데일리팜
  • #MA
  • 글로벌
  • GC
  • #허가
  • #제품
  • CT
  • 약가인하
팜스터디

포지오티닙, 기술수출부터 美 진출 좌절까지 7년 스토리

  • 정새임
  • 2022-11-28 12:10:22
  • 스펙트럼, 7년간 공격적 투자…임상 시험서 희비 교차
  • FDA 승인 거절에 개발 인력 대거 감축…사실상 개발 중단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한미약품이 개발한 표적항암 신약 '포지오티닙'의 글로벌 상용화가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 2015년 기술수출한 포지오티닙은 미국 규제당국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7년 만에 정리 수순을 밟는다.

한미, 2015년 스펙트럼에 글로벌 권리 라이선스 아웃

FDA는 지난 25일 스펙트럼에 "현 시점에서는 포지오티닙을 승인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검토완료서한(CRL)을 통보했다. 제약업계에선 사실상의 승인 거절로 해석한다. 한미약품의 글로벌 상용화 도전이 7년 만에 막을 내렸다.

포지오티닙은 한미약품이 2009년 개발에 착수한 항암 신약이다. 한미약품은 정부의 국가연구개발사업(R&D) 지원으로 Pan-Her 억제제 'HM781-36B' 물질을 자체 개발한 후 국내 임상을 진행했다.

2014년 중국 루예제약이 포지오티닙의 중국 내 개발·상용화 권리를 20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2015년 3월엔 스펙트럼이 중국 외 글로벌 개발 권리를 인수했다. 포지오티닙의 미국 도전이 본격화했다.

포지오티닙은 여러 암종에서 관찰되는 HER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다. 그 중에서도 스펙트럼은 EGFR 및 HER2 엑손(exon)20 돌연변이를 동반한 비소세포폐암에서 가능성을 확인하며 글로벌 임상에 돌입했다.

스펙트럼은 'ZENITH20'로 명명된 비소세포폐암 2상 연구를 총 4개 코호트로 구성해 진행했다.

각각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EGFR 엑손20 변이 환자(코호트1)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HER2 엑손20 변이 환자(코호트2) ▲치료 전력이 없는 EGFR 엑손20 변이 환자(코호트3) ▲치료 전력이 없는 HER2 엑손20 변이 환자(코호트4) 그룹으로 세분화했다.

스펙트럼, 포지오티닙 개발에 총력…임상 실패에도 2상 강행

스펙트럼은 포지오티닙 임상에 집중하기 위해 미국 허가를 받은 항암제 7종을 매각하고, 유관부서 직원 40%가량을 축소하면서 절감한 비용을 포지오티닙 개발에 투입했다.

당시 미국 FDA로부터 혁신치료제 지정을 받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2상 결과를 토대로 시판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2019년에는 코호트 연구 범위를 확대했다. EGFR/HER2 엑손20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확장 연구(코호트5), 타그리소 1차 치료에도 암이 진행되거나 추가 EGFR 변이가 발현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코호트6, EGFR/HER2의 엑손18-21 또는 비전형적 변이를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코호트8 등으로 3개 연구를 추가했다.

이어 대장암·유방암 등 다른 고형암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2상을 새로 시작하며 공격적으로 포지오티닙 연구를 확장했다.

하지만 2019년 12월 공개된 코호트1 연구 결과는 아쉬움을 남겼다. 포지오티닙은 객관적 반응률(ORR) 14.8%로 1차 평가변수 달성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스펙트럼은 포기하지 않았다. 1차 변수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포지오티닙 복용 후 종양의 크기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 안정병변(SD) 상태를 나타낸 환자가 62명에 달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포지오티닙 회생 작전 돌입했으나…FDA 문턱 끝내 넘지 못해

이어 포지오티닙 회생 작전이 이뤄졌다. 스펙트럼은 코호트1 연구의 실패 원인이 포지오티닙 복용방법에 있다고 판단, 복용량과 복용간격을 조절해 반응률을 높이도록 나머지 임상 디자인을 수정했다. 약물치료 중단률을 낮추면 이상반응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2020년 9월 발표된 코호트2 결과는 포지오티닙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포지오티닙은 ORR 27.8%, 질병조절율(DCR) 70% 등 주평가변수를 만족하며 허가신청의 근거를 마련했다. 스펙트럼은 2021년 12월 FDA에 HER2 엑손20 삽입 변이가 있는 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포지오티닙 시판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FDA의 판단은 달랐다. FDA 종양약물자문위원회(ODAC)는 지난 9월 열린 회의에서 포지오티닙이 위험 대비 효과가 높지 않다고 봤다. 자문위원회 13명 중 9명이 승인을 권고하지 않았다.

이같은 판단엔 최근 같은 표적에서 허가를 받은 경쟁약의 데이터도 영향을 미쳤다.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승인된 '엔허투'는 58%의 객관적 반응률과 8.7개월의 반응지속기간(mDOR)을 기록했다. 반면 포지오티닙의 반응률과 반응지속기간은 각각 38%, 5.1개월에 불과했다.

여기에 대상자의 85%가 3~4등급에 해당하는 부작용을 겪었고, 이로 인해 57%가 용량을 감소해야 했다는 점도 위험요소로 꼽혔다.

결국 FDA는 지난 25일 스펙트럼에 "현 시점에서는 포지오티닙을 승인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검토완료서한(CRL)을 통보했다. 한 마디로 승인 거절이다.

포지오티닙이 승인의 기회를 다시 얻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3상을 마친 후 재허가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스펙트럼이 포지오티닙 상용화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3상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찍힌다. 스펙트럼은 CRL 수령 후 포지오티닙 상용화 우선순위를 즉각 낮추고, 올 연말까지 R&D 인력을 7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포지오티닙 개발 비용을 대폭 줄이고 상용화에 성공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지오티닙 개발 인력을 크게 줄이면서 공격적으로 수행했던 포지오티닙 임상들도 더 이상 진행되기 어려우리란 전망이 나온다. 톰 리가(Tom Riga) 스펙트럼 사장은 "어려운 결정이지만 이 같은 방침이 스펙트럼과 우리 주주들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다"며 포지오티닙 향후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