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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부채 1천억 훌쩍…제약사들, 더 커진 콜린알포 환수 압박

  • 천승현 기자
  • 2026-08-19 06:00:59
  • 요약
  • 종근당·대웅바이오, 콜린 환수 대비 가상부채 1천억 돌파
  • 재평가 결론 임박에 단기상환부채로 대거 전환
  • 재무건전성 악화에도 최악 시나리오 대비 고육책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제제)의 임상 재평가 실패를 대비해 인식한 가상 부채가 크게 늘었다. 콜린제제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종근당과 대웅바이오는 환수에 대비해 반영한 가상 부채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 결론이 임박하면서 장기 추정 부채를 단기간 내에 갚아야 할 부채로 전환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종근당은 지난 상반기 말 기준 환불부채 규모가 1138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유동 환불부채와 유동 환불부채가 각각 227억원, 911억원 인식됐다. 종근당의 환불부채는 작년 말 998억원에서 6개월 동안 140억원 증가했다. 유동부채는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 부채를 말한다. 비유동부채는 상환 기한이 1년 이상 남은 장기 부채를 의미한다.

AI 생성 이미지

종근당의 환불부채에는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 실패시 보건당국에 내야하는 환수금이 포함됐다. 실적의 일부를 부채로 인식하면서 추후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거액의 환수에 따른 피해와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재무건전성 악화를 감수하면서 임상 실패에 대비해 막대한 손실을 분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종근당의 콜린제제 종근당글리아티린은 지난해 1112억원의 처방금액을 올렸다. 

콜린제제는 효능 논란이 불거지자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위한 임상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6월 콜린제제 보유 업체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제약사들은 재평가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콜린제제를 보유한 업체들에 '임상시험에 실패할 경우 처방액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요양급여계약을 명령했다. 협상 명령 8개월 만에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재평가 임상 실패로 최종적으로 적응증이 삭제될 경우 임상시험 계획서를 승인받은 날부터 삭제일까지 처방액의 20%를 건보공단에 돌려주겠다고 합의했다. 

만약 제약사들의 콜린제제 재평가 임상시험이 실패로 결론나면 보건당국에 임상시험 기간 동안 올린 처방액의 20%를 되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대웅바이오는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콜린제제의 환수에 대비해 1207억원을 기타부채로 계상했다. 대웅바이오는 지난해 말 기타유동부채 중 선수금에 557억원을 인식했고 올해 들어 추가로 인식한 부채 규모가 크게 늘었다. 회사 측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시험 중에 뇌혈관질환을 동반한 경도인지장애 환자 대상 임상시험의 제출기한이 2026년에 도래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 합의서에 기재된 환수 비율을 적용해 해당 환수금 추정치를 유동부채로 대체했다”라고 설명했다. 대웅바이오의 콜린제제 글리아타민은 작년 처방액이 1761억원으로 콜린제제 중 선두에 올랐다.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 결론 도출 시기가 임박하자 제약사들은 환수를 대비한 부채를 빨리 갚아야 할 유동부채로 인식하는 상황이다. 

콜린제제의 재평가 임상시험은 3건 중 2건이 종료된 상태다. 당초 콜린제제는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3개의 적응증을 보유했다. 임상재평가 추진 과정에서 3개 적응증 중 ‘뇌혈관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을 제외한 나머지 적응증 2개는 삭제됐다. 

재평가 임상은 종근당과 대웅바이오의 주도로 진행 중이다. 종근당이 퇴행성 경도인지장애와 혈관성 경도인지장애 임상시험을 각각 수행하고, 대웅바이오가 치매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종근당 주도로 수행한 경도인지장애 임상시험 결과보고서 2건이 자료 제출 마감일을 앞두고 지난 6월 제출됐다.  

종근당은 작년 말 기준 환불부채 998억원 중 비유동부채가 577억원으로 유동부채 421억원보다 156억원 많았다. 지난 1분기에는 비유동 환불부채 규모가 622억원으로 유동 환불부채 449억원보다 173억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반기 말에는 유동 환불부채가 911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비유동 환불부채는 1분기보다 3분의 1 수준인 227억원으로 줄었다.  

종근당은 당초 비유동부채에 콜린제제 추정 환수금액을 반영했다. 종근당은 지난 2023년 4분기 처음으로 비유동부채 환불부채 249억원을 인식했다. 2024년과 지난해에는 비유동 환불부채가 각각 273억원, 55억원 추가됐다.   

종근당은 2024년 말 기타 유동환불부채로 인식된 금액이 없었지만 작년 말에는 311억원이 신규 반영됐고 6개월 만에 1000억원에 육박했다. 콜린제제의 임상재평가 종료가 임박하면서 빨리 갚아야 할 부채로 신규 인식한 셈이다.  

대웅바이오도 당초 비유동부채 항목에 콜린제제 환수 금액을 인식했지만 지난해에는 유동부채로 대거 전환했다. 2024년 말 대웅바이오는 기타비유동부채에 장기선수금 666억원을 반영했는데 작년 말에는 478억원으로 188억원 줄었다.   

대웅바이오의 모기업 대웅의 연결 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지난해 말 1266억원 규모의 기타유동부채는 6개월 만에 1900억원으로 급증했다. 자회사 대웅바이오의 콜린제제 환수에 대비한 유동부채가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제약사 입장에선 당장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감수하면서도 콜린제제의 수익금 일부를 미리 반영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해 콜린제제의 외래 처방금액은 5456억원으로 집계됐다. 만약 콜린제제 임상시험 계획 승인 이후 5년간 진행한 임상시험이 실패할 경우 5년간 처방액의 20%를 환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경우 제약사들의 환수 금액은 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제약사들은 보건당국의 환수협상 명령을 무력화하기 위한 소송에서 패색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복지부의 환수협상 명령 이후 제약사들은 일제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2개 그룹으로 나눠 제기됐다. 법무법인 광장은 대웅바이오 등 28개사의 소송을 대리했고 법무법인 세종이 종근당 등 28개사의 소송을 맡았다. 환수협상 명령 행정소송에서는 2개 그룹 모두 지난 2022년 1심에서 각하 판결이 나왔다. 종근당 그룹은 지난해 5월 항소심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고 작년 10월 대법원도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제약사들이 협상을 거부하자 복지부는 2021년 6월 2차 협상 명령을 내렸다. 이에 종근당 등 26개사와 대웅바이오 등 27개사로 나눠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최종 패소했다. 

제약사들은 2개 그룹으로 나눠 환수협상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계약 무효 소송을 청구했지만 나란히 1심에서 패소했다.   

제약사들이 약가인하 소송에서 승소하거나 임상재평가에서 성공하면 부채는 다시 수익으로 전환된다. 만약 제약사의 약가인하 소송 패소와 임상재평가 실패로 정부가 환수금액을 청구하더라도 제약사들이 불복 소송을 제기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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