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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필공 붕괴보다 비대면 약 배송이 시급한가

  • 강혜경 기자
  • 2026-09-19 06:00:46
  • 요약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정부가 5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섬마을 곳곳에 설치했다는 비대면 진료 키오스크는 포장용 비닐도 뜯기지 않은 채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켜는 법조차 모르고, 쓸 이유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공중보건의와 약국, 보건진료소 간호사, 정기적으로 닻을 올리는 병원선이 자리한 곳에서 굳이 차가운 단말기를 마주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현장의 절규는 명확하다. 서해 최전방 연평도를 비롯한 도서·벽지 주민들과 의료진을 밤마다 짓누르는 공포는 '당장 먹을 감기약이 없어서'가 아니다. 절단 사고를 당한 주민, 뇌출혈 의심 환자, 분만을 앞둔 산모가 닥터헬기를 부르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칠 때 마주하는 생사의 절벽이다.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30여곳에는 응급실이 없고 70여곳이 넘는 지역에 분만실 조차 부재하다.

이처럼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기반은 바닥부터 무너져 내리는데 정부의 시선은 엉뚱하게도 플랫폼 기업의 배를 불려줄 비대면 진료, 약 배송에 꽂혀 있다.

도서·벽지 접근성 개선이라는 명분은 그럴듯한 포장에 불과했다. 본사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국민 대상 의약품 배송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 등 해외 선례에서 드러났듯 플랫폼 중심의 비대면 진료와 배송 체계는 의료진에게 박리다매식 진료를 압박하고 과다처방과 약물 오남용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일부에서는 편의를 원하는 환자대 기득권을 지키려는 약사의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세우지만, 사태의 본질은 공공 인프라의 외주화이자 우회적 상업화다.

유럽 주요국들이 24시간 공공상담 콜센터와 방문진료, 지자체 중심의 다학제 돌봄 체계로 야간·휴일 의료공백을 메우는 동안 우리는 공공의료 확충 책임을 민간 플랫폼 자본에 넘겨주고 있는 셈이다.

보건의료 체계의 기본 축인 지필공이 고사 위기다. 비대면 진료, 약 배송은 절단 사고를 당한 섬마을 주민, 뇌출혈 의심 환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

정부가 지금 당장 집중해야 할 일은 닥터헬기와 응급 이송막 확충, 병원선 지원, 지방 공공의료 인력 확보이지 건강을 담보로 플랫폼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약 배송 추진이 아니다. 무엇이 그렇게 급한지 도통 이해되지 않는다.

직장인과 워킹맘, 장애인들이 반드시 의료기관 문턱을 넘어야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비대면 진료가 다이어트·탈모 환자들의 자판기가 되고, 인공눈물을 6통 이상 많이 처방해 주는 의사가 명의가 돼 더 높은 별점과 함께 30% 가산까지 추가로 받는 기형적인 구조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진짜 환자를 살리는 길인지, 공공의료가 왜 필요한 것인지 정부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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