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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희귀질환 신약 기금 신설에 드리운 그림자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값 비싼 희귀·난치질환 의약품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중 하나로 꼽히는 '별도 전담 기금 신설'이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한층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 걸까.

오는 1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국민건강보험 재정과 별도로 희귀·난치질환 치료제에만 전용하는 기금 신설에 대해 "기금 설치보다는 급여 적용 범위 확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추가 돈 주머니를 만들지 않고 현재 주어진 건보재정 안에서 산정특례, 재난적 의료비 등 국가 지원 제도를 통해 희귀약 환자 급여를 결정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지금까지 복지부가 별도 기금 신설을 통한 고가 희귀질환 치료제 건보급여 속도를 높이는 국회 입법에 찬성 입장을 개진했던 것과 견주면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면 정은경 후보자는 지역필수의료 기금 조성과 관련해서 180도 다른 태도를 보였다. 정 후보자는 "장관으로 임명되면 지역필수의료 기금이 설치될 수 있도록 기재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근거 법률 제·개정을 추진하겠다"며 뚜렷한 비전을 제시했다.

면역항암제, 희귀질환 생물(바이오)의약품 등 초고가 신약 허가 빈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는 측면에서 정 후보자가 희귀약 전용 기금 신설에 대해 내비친 회의적인 표정은 몹시 아쉽다.

한정된 건보재정, 제한된 약제비 울타리 안에서 비싼 신약 급여를 해주려면 결국 건보당국이 약제 급여 기준을 고도화·다양화 하는 혁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거나, 기허가 의약품에 주고 있는 약제비를 깎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기허가약 급여 축소는 끝내 추가 약가인하 확률을 높이고 이는 곧 국내 제약사들의 반발과 혁신신약 개발에 필요한 비용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 건보재정을 놓고 신약 중심 다국적 제약사와 제네릭 비중이 큰 국내 제약사 간 제로섬게임이 격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희귀약 별도 기금 설치는 새 정부가 전향적으로 고민해야 할 입법이자 행정이다.

복지부가 별도 기금 신설을 정책 우선순위에서 제외할 게 아니라 건보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계와 지혜를 모아 효과 불확실·타 질병과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는 적극 행정에 나서야 한다.

영국이 희귀질환 치료제 환자 접근성 보장을 위해 항암제 기금(CDF, Cancer Druf Fund)을 운용하는 등 해외 선진국 사례를 분석해 재정당국의 닫힌 마음을 열어야 할 주체는 건보당국 뿐이다.

희귀·난치질환, 희귀의약품을 영어적 표현으로 바꾸면 '고아 질병·고아 약(Orphan Disease·Orphan Drug)'이다. 부모 모두를 잃거나 버림받아 맘편히 의지할 곳 없는 어린아이 같은 가여운 질병이자 치료제인 셈이다.

현재 22대 국회에는 고아 질병·치료제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별도 기금 신설 법안이 계류중이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발의한 암관리기금·희귀질환기금 신설 패키지 법안(암관리법·희귀질환관리법·국가재정법·복권및복권기금법 개정안)과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발의한 희귀·중증질환 치료제 건보급여 확대 패키지 법안(국민건강보험법·복권 및 복권기금법 개정안) 등이 그것이다.

청문회를 통과해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된 정 후보자가 희귀약 기금 신설 법안 국회 통과를 위해 기재부 설득·협의에 나서는 미래를 기대한다. 오늘날 비싼 병원비와 초고가 치료제 부담으로 시달리는 희귀·난치질환 환자·보호자들과 양 어깨에 무거운 짐을 들쳐멘 건보재정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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