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약 배송, 약국을 약만 포장하는 곳으로 만든다
- 한희용 약사
- 2022-05-12 15: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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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희용 대한약사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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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의약분업을 실시한 가장 큰 목적은 의사가 진료와 처방을 하면, 약사가 처방전을 받아 검토하여 환자와 대면상담과 복약지도를 하면서 의사-약사가 2중으로 점검하는 안전한 약물사용을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하는 데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은 전달체계에서 단 0.1%의 오류가 생겨도 그 위험성이 너무나 크기에 의약품 사용에 있어서 우리는 효율성과 경제성보다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여건에서 이뤄지는 비대면 약배송 전달방식으로는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온전히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약사가 환자와 대면하고 상담해야만 제대로 된 처방중재와 복약안내를 할 수 있습니다. 대면투약이 얼마나 중요한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봅니다.
약사의 처방전 검토 및 중재는 환자와 대면해야 가능합니다. 제 약국 인근 의원은 의사 6명이 진료를 하면서 담당의사가 휴진하면 다른 의사가 진료를 합니다. 만성질환자는 혈압이나 당뇨 등의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경우 7일, 15일, 30일 등의 기간을 두고 약을 변경하면서 조정합니다. 그런데 의사가 이전의 약력을 꼼꼼히 파악하지 못한 경우 한 두달 전에 루틴하게 나오는 약이 그대로 처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약국은 환자와 대면상담을 통해 그간의 약력과 의사에게 진료 받은 내용 등을 들어보면서 중요한 착오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다시 의사와 중재해서 처방전을 변경합니다. 이러한 처방중재는 담담의사가 환자를 보는 경우에도 종종 발생합니다. 환자의 약력을 파악하고 혹시 지난번과는 달리 당뇨약 하나가 줄었는데 수치가 좋아졌냐고 하면 그런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해서 다시 의사와 전화를 하면 착오로 누락시킨 경우가 있습니다. 제 약국에서도 하루 200건 내외 처방전을 수용하면서 2-3건 이상의 처방중재와 변경이 매일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처방전대로 조제하고 복약지도문만 출력해서 전달하는 약배송으로 이러한 오류를 극복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고령화와 늘어나는 약물 사용으로 환자와 직접 대면하고 상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약물 사용으로 집에 약은 넘쳐나지만 복약순응도가 낮아 이제 약사가 약국에서 대면하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약국을 넘어 가가호호 방문하여 올바른 약물사용을 안내하는 방문약료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약품만 처방전대로 조제해서 넘겨주면 끝나는 일이 아니라 약을 제대로 복용하도록 안내하는 대면 상담은 점점 더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환자가 집에 남는 약을 가져와 상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필요한 경우 약을 정리해 의사와 처방을 중재해서 불필요한 약 처방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기에 환자와 면식도 없이 택배로 약배송만 하는 것은 지역약국을 약만 포장하는 도구로 한정하는 꼴이 됩니다.
약물 알러지와 부작용 문제는 심각합니다
약물알러지와 부작용은 너무나 흔한 경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방문 환자에게 약 드시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꼭 물어보고 있습니다. 한분만 예로 들면 덱시부프로펜만 복용하면 뇨폐색으로 응급실에 가서 뇨관을 꼽아야하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이분은 수시로 이병원 저병원을 다니면서 약을 처방받는데 제 약국에 와서 약을 지으면 환자의 약물약러지를 설명하고 처방을 변경합니다. 심지어 환자의 약물알러지를 알고 있는 담당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경우에도 이약이 포함되어 약국에서 다시 한번 점검해서 변경하기도 합니다. 환자의 이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또 환자를 대면해야만 약물알러지와 부작용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약력을 파악하고 대면 상담하는 약사의 1차 건강상담자로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약국은 환자와 대면하고 상담하면서 환자의 이력을 바탕으로 일반약으로 또는 필요한 의사의 진료를 받도록 안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건 논점에서 벗어난 얘기일 수도 있지만, 한번은 10년 가까이 단골로 오시는 어르신이 요양원에 한동안 계시다 나와 약국에 들러 타병원에서 고관절 수술을 받기로 했다면서 혈전약을 문의했습니다. 혈전약을 알려드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왠지 자주 보던 때와 달리 얼굴에 황달기가 보여서 먼저 꼭 수술 전에 내과 담당의사와 진료를 받아 보길 권했습니다. 어르신은 내과 검진으로 이상 소견을 발견해 큰 병원에서 췌장암 판정을 받고 고관절 수술은 못하고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우리 약사들은 매일 일상에서 환자와 대면하여 지역민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약국의 역할을 부정하고 일부 플랫폼 업체의 영리와 사업성만을 위한 지금의 무분별한 약배달서비스는 금지되어야 마땅합니다. 비대면 진료가 계속되는 시기에 현재의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서 국민건강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의약품 전달체계를 함께 고민해야겠습니다.
- 현 대한약사회 총무위원장 - 전 경기 수원시약사회장 - 서울대 약대
필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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