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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 해소 공간이던 우리 도서관이 달라졌어요"

  • 이탁순
  • 2022-03-17 16:30:07
  • 박상욱 공단 전문도서관 사서
  • 다른 전문도서관과 달리 '열린 공간' 표방...일반 도서도 4만권
  • 임직원 연구 지원 외 독서모임 운영· 독후감 쓰기 등 문화행사

국민건강보험 전문도서관 사서 박상욱 건보공단 대리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처음 개관할 땐 전날 술마시고 주무시는 한 두분 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좌석마다 사람이 가득할 정도로 크게 변했죠."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사옥 지하 1층에는 '국민건강보험 전문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은 원주 시내에서 가장 많은 4만5974권 도서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건보공단 전문도서관인만큼 관련 연구자료뿐만 아니라 일반 도서들도 많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까지는 지역민들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친숙한 공간은 아니었다. 2016년 지방 이전과 함께 처음 문을 열었을 땐 공단 직원들에겐 원주 시내만큼 낯설게 다가왔다.

박상욱 대리(33)는 도서관이 직원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변하기까지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사실 박 대리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힘든 일이었다. 그는 건보 전문도서관의 둘 뿐인 사서 중 한 명이다.

"공공도서관과 전문도서관은 차이가 있어요. 공공도서관이 기본적으로 도서대출과 문화행사 등 지역민 복지를 우선시한다면 전문도서관은 모기관의 연구 지원 등 임직원의 전문성 향상이 목적입니다."

도서관 종류 별로 사서의 역할도 다르다. 건보 전문도서관에서는 사서들이 임직원 논문 작성 지원, 공단 발간물의 표절 검증도 하고 있다.

다만 건보 전문도서관은 '복합형 직장 전문도서관'을 추구하며 다른 전문도서관과 달리 열린 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소장하고 있는 일반도서가 4만권이 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단 직원의 독서 장려를 위해 사내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우수 독후감 선정 등 문화행사도 연다. 임직원 연구 지원 고유 활동과 독서 장려 프로그램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박상욱 대리는 여느 사서보다도 일이 훨씬 많다. 여기 근무하면서 도서코칭지도사 1급 자격증을 획득한 것도 도서관의 이런 복합적인 성격 때문이다.

연말에는 일이 넘쳐 새벽 2시까지 작업하는 일도 다반사다. 이 시즌이 되면 공단 발간물이 많아 표절 검사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새로운 프로그램 연구와 이용자들의 요청사항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느라 야근이 일상이다. 그래도 박 대리는 보람있다고 말한다.

"다음날 9시까지 자료 데이터를 20개씩 요청하는 분도 있었어요. 수집 난이도가 들쑥날쑥했는데, 어려운 걸 찾아내는 것도 쾌감이 있더라고요. 이용자들이 만족한다고 응답할 때 저는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도서관을 찾아오기 어려운 지역본부 직원의 요청에는 직접 우편으로 책을 보내기도 한다. 일을 빼기보다 일을 더하는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이용자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일을 하면서도 박사학위 과정도 밟고 있다. 논문 쓸 때는 밤을 새곤 한다.

지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하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말한다. 완전한 도서관 사서 스타일이다. 한국전문도서관협의회에서 만나 2019년 결혼한 아내가 사서에 대해 잘 이해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내는 사서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다.

"작년부터는 일대일 논문 상담도 하고 있어요. 한 실부장님이 논문을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 해서 연구모형과 분석방법 등을 손봐 드렸는데, 무사히 박사 논문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논문을 주시면서 고맙다 말하는데 그때 너무 좋았어요."

박 대리는 사서는 '백조의 발' 같다며 안 보이는 일이 많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대충 바코드 찍어주고, 책 반납을 맡는 협소한 이미지의 사서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사회적 인식을 안타까워했다.

경북 구미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 도서부 활동에서 만난 사서 교사의 매력에 빠져 그때부터 사서의 꿈을 꾸었다. 은행원이 되길 바랬던 아버지도 도서관에 하루 초대해 본인 업무를 보여주니 인식이 바뀌었다고 한다.

박 대리는 최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진실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의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을 대중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말했다. 표절 검증을 통해 진실 감별사 역할을 하고 있는 박 대리 본인에게도 맞춤형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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