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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없어도 상장...바이오텍의 공모가 산정 방정식

  • 차지현
  • 2025-06-30 06:19:48
  • 비교 기업 선정 PER 산정, 추정 순이익 곱한 뒤 할인율 적용
  • "추정 이익 타당성, 비교기업 선정 기준 등 종합 고려해야" 시각도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올해 들어 바이오·헬스케어 업종 기업공개(IPO) 시장이 서서히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입니다. 한동안 위축됐던 바이오 IPO 시장에 기술력과 성장성을 앞세운 기업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코스닥 문을 두드리는 곳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희망 공모가 밴드'나 '기관 수요예측'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기업의 공모가는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될까요. 또 투자자 입장에서 이 과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IPO는 'Initial Public Offering'의 약자로, 기업이 처음으로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해 증시에 상장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한국어로는 기업공개라고 부릅니다. 즉, 기존에는 비상장 상태였던 회사가 주식을 발행하고 이를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해 주식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도록 만드는 절차입니다.

IPO 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공모가입니다. 공모가는 기업이 IPO를 할 때 투자자에게 주식을 판매하기 위해 정하는 가격입니다. 쉽게 말해 회사가 "우리가 주식을 한 주당 얼마에 팔 거야"라고 처음 제시하는 공식 가격입니다.

공모가는 기업이 단순히 임의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기업 기업은 상장 절차에 앞서 주관 증권사와 함께 희망 공모가 밴드(가격 범위)를 설정합니다. 이 밴드는 증권신고서에 명시되고 이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수요예측의 기준이 됩니다. 수요예측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최종 공모가가 확정되는 수순입니다.

그렇다면 희망 공모가 밴드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은 크게 절대가치 평가법과 상대가치 평가법으로 나뉩니다. 절대가치 평가법은 기업 자체의 내재가치를 분석해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현금흐름 할인법(DCF) 등이 대표적입니다. 상대가치 평가법은 이미 상장한 유사 기업의 주가 지표를 비교 기준으로 삼습니다. 보통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지표가 활용됩니다.

IPO를 추진하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대부분 상대가치 평가법을 사용합니다. 이들 기업은 상장 당시 적자 상태인 경우가 많아 미래에 얼마를 벌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예상 수익을 미리 계산해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DCF 방식은 적용 자체가 까다롭고, 신뢰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 내 경쟁사 주가 수준과 비교해 자사 적정 주가를 역산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상대가치 평가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지표는 PER입니다. PE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연간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투자자가 해당 기업의 이익 1원을 얻기 위해 주가 기준으로 몇 배를 지불하는지를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PER이 20배라면, 투자자는 기업의 1년 순이익의 20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주식을 사고 있다는 뜻입니다.

공모가 산정을 위해 예비 상장 기업은 먼저 비교기업을 선정합니다. 업종, 사업 구조, 시장 위치, 기술력, 재무 상태 등이 유사한 상장사를 중심으로 비교할 대상을 고르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선별한 복수 기업으로부터 PER을 산출한 뒤, 이를 평균내어 공모가 산정 기준이 되는 평균 PER 배수를 도출합니다.

그 다음에는 예비 상장 기업의 추정 당기순이익을 산출합니다. 이는 상장 후 일정 시점의 예상 실적을 기반으로, 기업과 주관사가 매출 전망과 비용 구조 등을 종합해 산정한 수치입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 이익일 뿐 예상대로 수익이 나지 않거나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을 반영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온 추정 순이익의 현재가치에, 앞서 도출한 평균 PER 배수를 곱하면 기업의 적정 시가총액이 나옵니다. 이 시가총액을 상장 후 전체 발행 예정 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 평가액이 나오겠죠. 여기에 시장 상황, 투자자 수요 등을 고려해 할인율을 반영, 최종적으로 희망 공모가 밴드가 설정됩니다.

그래피 공모가 산정 요약표 (자료: 그래피 증권신고서)
최근 IPO 증권신고서를 올린 3D프린팅 기반 투명교정 솔루션 기업 그래피의 사례를 볼까요. 2017년 설립된 그래피는 3D 프린터용 신소재(광경화성 레진)의 핵심 구성 요소인 올리고머를 직접 설계해 소재 물성을 고객 맞춤형으로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업체입니다. 앞서 지난해 8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2개 전문평가 기관으로부터 각각 A등급을 획득,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습니다.

그래피 역시 공모가 산정을 위해 PER 계산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먼저 그래피는 2027년 203억원의 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32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내년 흑자전환을 달성, 이듬해 순이익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여기에 연 할인율 22%를 적용해 추정 순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뒤 비교 기업 3곳의 PER 28.96배를 곱해 희망 공모 범위를 결정했습니다. 참고로 그래피가 꼽은 비교 기업은 얼라인 테크놀로지, 슈트라우만홀딩스, 모던 덴탈 그룹으로 모두 해외 업체입니다.

물론 희망 공모가 밴드는 확정된 가격이 아닙니다. 예비 상장 기업은 희망 공모가 밴드를 바탕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최종 공모가를 확정합니다. 경쟁률이 높을 경우 희망 밴드 상단 또는 초과 수준에서, 반대로 수요가 낮을 경우 하단이나 밴드 이하에서 공모가가 정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단계를 거쳐 희망 공모가 밴드가 설정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숫자만 보고 청약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기업이 제시하는 추정 당기순이익은 어디까지나 미래 전망에 기반한 가정일 뿐, 실현 여부는 불확실성에 열려 있다. 특히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처럼 현재 실적이 없는 경우 이익 추정 자체가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근거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 비교기업 선정의 적정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업종은 같더라도 매출 규모나 사업 단계, 시장 위치가 크게 다른 기업을 기준 삼을 경우, PER 배수 자체가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있죠. 이에 더해 시장 할인율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니다. 할인율이 과도하게 낮게 설정될 경우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방어하지 못하고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이 제시한 수치의 타당성과 비교기업 선정 기준, 밸류에이션 적용 방식 등을 다각도로 따져 공모주의 가치를 판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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