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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칼럼] 조건부 허가제도 의의와 숙제

  • 데일리팜
  • 2021-02-22 06:10:56
  • 배준익 엘케이파트너스 변호사(의사)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에 대한 조건부 허가로 팬데믹(pandemic) 해소를 위한 첫 장이 열린 듯하다. 물론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논란, 고령자 접종, 치료제 사용 환자군의 제한이나 백신 물량 부족으로 인해 단기간에 코로나–19 퇴치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으나, 적어도 감염확산 방지, 중증환자로의 이환율 감소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시작으로 국민에게 작은 희망이 싹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치료제 등의 허가는 조건부 허가가 어떻게 긍정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에 해당한다. 조건부 허가제도는 생명을 위협하거나 중대한 질병의 치료, 긴박한 상황에서 2상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우선 의약품 허가를 내어준 뒤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허가 유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 FDA의 패스트트랙 중 신속 심사(Accelerated Approval)와 매우 유사한 제도인 조건부 허가제도가 다양한 의약품 분야에서 도입된 후 많은 국내 개발자들은 2상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의약품 허가를 받기 원하고 있는데, 이는 의약품 조기 판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환자들의 이익과 회사 가치의 상승 등 다양한 욕구에서 기인한다. 세포치료제나 항암제 등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신속 심사를 많이 신청하는 것도 특정 질환의 중등도나 치료방법의 유무, 기존 치료법의 효용성이나 환자들의 불편함 등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조건부 허가는 기본적으로 3상, 즉 의약품의 유효성에 대한 확증 없이 2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유효성 탐색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므로 적어도 최소한의 의약품 유효성에 대한 추정이 가능해야 하고, 이를 위해 조건부 허가를 염두에 둔 잘 설계된 임상시험이 시행될 필요가 있다.

미 FDA는 특정 의약품의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심사관들과의 잦은 미팅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며 임상시험을 기획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우리 식약처 역시 임상시험 기획 단계에서부터 개발자와 행정청이 면밀히 협의하고 3상과 매우 유사한 수준의 조건부 허가용 임상시험을 설계하여 승인을 받는 등 최대한 미리 계획한 조건부 허가를 위한 일정 및 임상시험을 기준으로 절차를 진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아무리 중대한 질병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유효성에 대한 확신 없이 의약품을 허가하여 환자들에게 무의미한 치료가 시행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시작 단계부터 조건부 허가를 염두에 두지 않은 2상 임상시험 결과를 조건부 허가를 위해 이용하는 과정에서의 인위적인 개입 가능성 등을 차단하여 임상시험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 역시 조건부 허가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의약품 개발자들에 대한 조건부 허가제도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신속 심사제도는 3상에 준하는 수준으로 설계된 임상시험을 통해, 적어도 의약품의 유효성에 대한 확실한 추정이 가능한 경우에 가능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질병의 중등도나 치료의 시급성을 이유로 적절한 대리평가변수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임상시험 설계 자체가 3상의 형태와 다르다거나, 유효성 추정이 어려운 평가변수를 사용한 임상시험 결과를 가지고 조건부 허가를 내어달라고 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관련 조건부 허가 의약품 역시 개발 단계에서부터 조건부 허가를 염두에 두고 행정청과의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졌고, 최소한의 의약품의 유효성에 대한 탐색을 통해 3상 임상시험에서 유효성 확증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며, 이와 함께 일반적인 질병과 달리 감염병은 환자 치료를 통해 확산 방지를 기대 가능한 특수한 상황이 반영되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향후 조건부 허가와 관련한 분쟁 예방을 위해서라도, 제도 자체의 정비도 반드시 필요하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은 품목 중 일부는 생산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고, 아직도 실무상 중증 비가역, 생명 위협과 같은 요건에 대한 가치판단에 혼란이 있기도 한 상황이다. 이는 결국 의약품 개발 초기단계부터 개발자와 식약처가 함께 발을 맞추어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허가 담당 인력들의 민간에 대한 폭넓은 지원이 필수적이다.

물론 의약품 허가라는 가치판단을 위한 기준을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결코 가능하지는 않지만,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의약품이라면 엄격한 부작용 보고 체계 및 3상 임상시험에 대한 면밀한 확인을 전제로 조건부 허가를 내어주지 않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 주요 중증 질병들에 대한 의약품 개발 패러다임 자체가 조건부 허가를 1차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조건부 허가는 개인 및 특정 의료기관만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목적 사용승인 예방보다 국민보건에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향후 국내에서도 좀 더 획기적인 의약품 개발이 이루어지고 조건부 허가를 통해 많은 환자들의 삶이 건강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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