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 이후의 세상과 약국의 미래
- 데일리팜
- 2020-05-24 18: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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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식 새물결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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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미 첫 도전은 시작되었다. 정부가 연일 기사를 뿌리며 홍보하고 있는 원격의료가 그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질환을 대비한다는 것이 명분이지만 그 이면에는 의료를 산업으로 육성해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가 있다.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원격으로 진료를 받는 마당에 환자가 약은 꼭 약국을 방문해서 받을 리 없다. 조제약 택배의 시작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전송 및 저장의 용이를 위해 종이처방전이 아닌 전자처방전 도입이 필요하다. 원격의료가 시작되면 조제약 택배와 전자처방전이 필연적으로 시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제약 택배와 전자처방전은 약국가에 일대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다. 우선 원격 진료를 통해 발행된 처방전을 수용하고 조제약은 택배로 부쳐주는 새로운 개념의 약국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약국은 병의원 근처에 입지할 필요가 없다.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예스24 같은 인터넷 서점처럼 재고관리를 위한 대규모 물류창고를 갖추고 빠른 배송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약국들은 더 많은 처방을 흡수하기 위해 온라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서로 경쟁할 것이고, 원격 진료가 아닌 직접 진료를 통해 발행된 전자처방전까지 흡수하면서 덩치를 키워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모두 동네약국의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온라인 서점들이 생겨난 후 수많은 동네서점이 몰락했고, 결국에는 온라인 서점들도 마케팅 경쟁 끝에 두세 곳만 남게 된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처방 조제의 대면원칙 파기가 가져올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제약도 약국 방문 없이 택배로 받는데 일반약을 꼭 약국에 가서 살 이유가 있을까? 편의점약 확대, 더 나아가 일반약 온라인 판매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 뻔하다. 지금도 약사가 해주는 게 없다며 역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국민 인식인데 조제약을 수령할 때마저 약사가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면 약사가 불필요하다는 인식은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전자처방전이라는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에 동네약국들이 예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달 앱 또는 마케팅 앱이 자신들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내는 식당을 우선적으로 노출되게 함으로써 갑질을 하는 사례를 봐도 그렇다.
상황이 이런 데도 약사사회는 어떠한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 대한약사회는 원격의료에 반대하기는커녕 전자처방전 도입이 필요하다는 정책건의서를 내기도 했다. 지난 3월 복지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전화 및 팩스 처방의 경우 조제약 수령 방법은 약국과 환자가 협의해 결정하라며 사실상 조제약 택배를 허용했음에도 대약은 회원들에게 “조제약 택배는 금지하기로 복지부와 협의됐다”며 사실을 호도하기도 했다.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현실 상황을 회원들에게 알려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아니고, 닥쳐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모으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무책임과 책무 방기가 또 있는가?
코로나19를 내세워 추진되고 있는 원격의료 도입은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활동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시대의 흐름에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부족한 식견으로나마 필자는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첫째, 지역주민과의 공고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 약국 모델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영국식 인두제와 같은 지역기반 통합의료 체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단골약국 제도도 좋은 대안이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지역사회에 견고한 뿌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오프라인에 기반할 수밖에 없는 동네약국은 쇠락의 길을 피하기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둘째, 지금의 행위별 수가제를 벗어난 새로운 지불제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은 병의원 인근 약국들은 처방 감소로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원격의료 도입으로 동네 병의원의 처방 발행이 감소할 경우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총액계약제나 인두제 같은 지불제도는 처방 조제 건수에 따라 행위료를 받는 행위별 수가제에 비해 약국간 수입 격차를 완화할 수 있고 처방이 감소하더라도 더욱 안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러한 지불제도에 방문약료나 약물검토(MTM) 같은 새로운 약국 서비스를 결합해 동네약국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온라인 약국이 도입될 경우 오프라인 약국 사이의 경쟁도 더욱 가열될 것이 우려된다. 현재의 틀 안에서 약국간 경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도를 모색하고 정부에 적극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
셋째, 약국 약사의 전문성을 빠른 시일 안에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은 소비자가 새로운 의약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다. 단순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전문가로 인정받기 어렵다. 환자가 상담을 해올 경우 문제 상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 복약지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으로 이런 문제 해결 능력을 제대로 갖춘 약사는 그리 많지 않다. 근거중심의학에도 맞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진 지식을 고수하고 있거나 중요한 치료 가이드라인도 숙지하지 못한 약사들이 적지 않다. 이래서는 처방 중재나 약물검토(MTM)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약사사회에 약사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의 모습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사람들은 마음대로 모이거나 만나지 못하고, 경제는 온라인 위주로 재편돼 소수의 플랫폼들이 산업을 지배하며, 전문 직능인의 전문성보다 자본이 우위에 서는 세상이 오게 될 지 모른다. 이렇게 된다면 약국가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힘든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 약사들의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때가 될 것이다.
의정부 센트럴약국장 (현)새물결약사회 회장 (전)아로파약사협동조합 이사장 (전)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의장
유창식 약사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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