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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칼럼]'약사' 브랜드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가

  • 데일리팜
  • 2019-04-24 17:00:12
  • 유창식 약사(경기 의정부시 센트럴약국)

얼마 전 대한의사협회는 방문약료 시범사업에 대한 불만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약의 전문가는 의사'라는 문구가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약사들 입장에서 상당히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필자는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것이 있다. 의약분업 직후 원희목 대약 집행부가 홍보하던 '약의 전문가는 약사'라는 캐치프레이즈다. 약의 전문가는 약사가 아니라 의사라는 의협의 주장은 마치 이에 대한 응답처럼 읽힌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던 당시 널리 홍보되던 표어인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를 다들 알 것이다. 필자가 늘 궁금했던 것이 있다. 의사는 진료를 한다. 그런데 약사는 대체 약으로 무엇을 한다는 것일까?

의사의 행위는 명료하게 이해되는 반면, 약사가 약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한다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문제는 국민들이 느끼기에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태로 의약분업 시행 후 20년이 지났다.

물론 우리는 모범답안을 알고 있다. 또 하나의 유명한 표어를 빌려보자. '약 모르고 오용 말고 약 좋다고 남용 말자'는 표어다. 약사는 약물의 잘못된 사용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는 사람이다. 일반약을 구입하는 경우 사용목적에 맞는 약인지 확인하거나 적절한 약을 선택해준다.

구토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 병원에 보내야 할 위중한 상태는 아닌지 판단하고 구토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것을 환자평가(patient assessment)라 한다. 처방 조제도 마찬가지다. 처방을 검토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의사에게 연락해 처방을 변경하도록 중재(intervention)한다.

그러나 이러한 약사 본연의 역할은 국민에게 거의 인식되고 있지 못하다. 대한약사회의 인식과 노력이 그 동안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약사가 일반약을 줄 때 환자평가를 거쳐 환자의 안전을 기한다는 사실이 널리 인식됐다면, 편의점에 약이 풀리는 사태는 아마도 국민들이 먼저 반대했을 것이다.

약사 무용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수십 년째 꾸준히 노력 중인 단체가 있다. 바로 대한의사협회다. 일반약은 소비자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을 지명해서 구매하는 것이 합당하며, 조제행위는 기계가 할 수 있으므로 결국 약사는 필요 없다는 주장을 열심히 펼치고 있다.

일선 병의원에서는 환자에게 처방전을 교부하면서 "약은 약국에 가서 사세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조제 투약을 단순 판매행위로 폄훼하는 어법이다. 그 효과가 있는 것인지, 국내 미디어에서는 4차산업혁명으로 없어질 직업으로 약사가 여러 번 언급되기도 했다(약사 역할이 우리에 비해 제대로 정립돼 있는 선진국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는다). 약사 직능을 (나쁜 쪽으로) 포지셔닝함에 있어 어찌 보면 대약보다 의협이 성공적인지도 모른다.

대약 집행부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조제라는 수입원을 현행 제도가 보장해주는 데 안주해서는 안 된다. 제도는 사회 인식이 변화하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설마 했지만 결국 편의점에 약이 풀린 것을 생각해보라. 약사의 역할이 제대로 인지되지 못한다면 이는 직간접적으로 약사 직능에 대한 여러 형태의 위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의협이 원하는 것도 이것이다.

문제는 의지다. 의협의 견제와 정부의 몰인식으로 쉽지 않음을 필자도 알고 있다. 그러나 약사의 역할과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지금 약사사회가 가장 집중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격언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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