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9 08:09:58 기준
  • #의약품
  • #회장
  • #제품
  • 비만
  • 의약품
  • #제약
  • 비대면
  • #평가
  • #염
  • 약국
네이처위드

편의성 갖춘 GLP-1, "초기 당뇨병에도 유용"

  • 안경진
  • 2017-06-02 06:14:54
  • 인터뷰 |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레너드 글라스 박사

레너드 박사(왼쪽)와 임수 교수
경구약 선호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주사제는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주사치료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들조차 치료를 거부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많았고, 목표혈당 도달률은 3분의 1에 미치지 못했다. 당뇨병 치료제 중 최장수 역사를 자랑하는 인슐린도 제형적인 요인 탓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주사제인 #GLP-1 유사체 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MS 헬스에 따르면, 2015년 11억 8천만원대에 머물렀던 GLP-1 유사체 처방액은 2016년 약 35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된 것으로 확인된다.

체질량지수(BMI) 30→25 kg/㎡ 이상으로 GLP-1 유사체의 급여기준이 완화됐고, 메트포르민 병용요법의 급여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처방확대 기반이 마련된 덕분이다. 주 1회 투여하는 GLP-1 유사체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인데, 최근에는 인슐린 병용허가를 마쳐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경구제는 췌장기능 저하라는 한계에 봉착한다. 주사치료를 외면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런 환자들에게 체중증가나 저혈당 우려 없이 일주일에 한번만 투여할 수 있는 GLP-1 유사체는 유용한 대안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일라이 #릴리에서 유럽 및 아시아 지역의 당뇨병 연구를 총괄하는 레너드 글래스(Leonard Glass) 박사와 국내 당뇨병 치료 권위자인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GLP-1 유사체의 임상적 의의와 전망을 들어봤다.

국내에는 목표혈당에 도달하지 못하는 당뇨병 환자가 많다고들 한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어떤가?

임수 교수(이하 임): 국내 당뇨병 환자수는 30대 이상 성인에서 전체 인구의 14%, 20세 이상에서는 10%로 집계된다. 20세 이상 인구가 4000만명이라고 가정할 때 대략 400만명 규모다. 2030년에는 6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들 중 당화혈색소(A1c) 6.5% 이하로 조절되는 환자는 30% 미만으로 나타나는데, 비단 국내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치료영역에서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

레너드 박사(이하 레너드): 동의한다. 당뇨병 환자의 높은 유병률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10%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 A1c 평균 수치가 약 7.2%다. 최근에는 표준편차가 많이 줄면서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가 평균에 가까운 A1c값을 나타내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우수한 당뇨병 치료제들이 계속해서 도입된 덕분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환자들의 주사제 선호도가 낮기 때문에 당뇨병 관리가 잘 안된다는 견해가 나온다.

임: 일정 부분 일리 있는 얘기다. 장기 합병증을 막기 위해선 당뇨병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초기 당뇨병 환자들은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고, 대부분 인슐린을 포함한 주사제에 거부감을 보인다.주사제에 대한 오해가 있기 때문인데, 임상에서 만나는 많은 환자가 '주사제를 맞으면 당뇨병 치료의 마지막 단계'라던지, '다리를 절단하기 직전에 주사제를 맞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게 된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 흔히 '불주사'라고 불리는 두꺼운 주사바늘로 예방접종을 맞았던 환자들이 주사제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 같다.

해외 환자들은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가?

레너드: 물론 서양 환자들도 주사제를 선호하진 않는다. 다만 '인슐린이 당뇨병 마지막 단계의 치료제'라는 인식은 아시아계 국가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이는 듯 하다. 그에 대해서는 의료진들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여겨진다. 대부분 주사제를 초기 단계에 사용하지 않고 끝까지 미루다보니 하지절단, 실명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기 직전에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지 않나. 인슐린 치료를 권유받은 환자는 자신의 질환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오해하게 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가 크다.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인슐린을 조기에 사용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인슐린 외에 새로운 주사제형이 많이 등장하는 추세인데, 이처럼 초기에 주사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혈당조절률을 높이고 합병증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2016년 국제당뇨병학회(ICDM) 발표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의 80%가 경구용 혈당강하제(OHA)로 치료하고 있다. 경구제만으로 혈당조절이 어려운 환자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임: 우리나라는 제 1형 당뇨병 환자 비율이 낮다. 유럽에서 전체 당뇨병 환자 가운데 제 1형 당뇨병 환자의 비율이 20~30%라면 국내는 3%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인슐린이 필요한 환자수가 적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주사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이 있다. 당뇨병 환자의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경구용 혈당강하제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약도 10~15년 정도 쓰다보면 췌장 기능이 떨어져 주사제가 필요해진다. 경구제만으로 혈당 조절이 어려운 환자는 전체 당뇨병 환자의 약 30%로 예상되는데,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레너드: 참고로 미국은 전체 당뇨병 환자 중 제 1형 비율이 5%다. 제형별로 비교하자면 경구제 사용비율이 50%, 인슐린이 15%, 나머지 약물이 15% 정도를 차지한다. 이 같은 차이는 주사제에 대한 두려움을 포함해 문화적, 유전적 차이와 신약 출시 시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주 1회 투여하는 GLP-1 유사체가 출시되면서 국내 처방률도 늘어나는 듯 한데?

임: 새롭게 출시된 주 1회 GLP-1 유사체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는 임상현장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사제라고 하면 인슐린을 먼저 떠올리지 않나. 하지만 인슐린은 체중증가와 저혈당 위험을 동반하고, 하루 1~4번까지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다. 환자들의 순응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주 1회 GLP-1 유사체는 이러한 어려움을 한번에 해소하는 약이다. 체중이 늘기는 커녕 오히려 감소하고, 주사 횟수도 주 1회로 줄었다. 예를 들어 하루 4번 인슐린을 맞았던 환자는 일주일 기준 주사횟수가 28회→1회로 줄어든 셈이다. 하루 1번 인슐린을 맞는다고 가정해도 일주일간 7→1회로 줄였다는 점은 편의성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슐린 글라진 대비 저혈당 위험을 줄인 덕분에 처방의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어졌다.

레너드: 부연하자면 혈당강하 효과와 안전성 외에도 환자 친화적인 디바이스를 트루리시티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릴리는 환자들이 주사바늘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바늘이 보이지 않도록 디바이스 안에 내장된 형태로 설계했다. 용량 조절이 필요 없기 때문에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실제 투약하는 과정에서도 환자들이 바늘에 대한 공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어떤 환자에게 GLP-1 유사체를 처방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임: 개인적으로는 초기 사용을 권하고 싶다. 당뇨병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디프론조(Defronzo) 박사는 미국당뇨병학회 중 가장 영예로운 자리로 꼽히는 반팅강의(Banting Lecture)에서 초기 당뇨병 환자에게 권고되는 약물로 메트포르민과 치아졸리딘(TZD), GLP-1 유사체를 추천했다. 이들 약제를 투여받은 환자들이 1년 뒤 정상에 가까운 혈당 수치에 도달했고, 만족도 역시 매우 높았다는 연구가 근거였다.

기존에는 순응도 때문에 초기 단계에 GLP-1 주사제를 처방하기 어려웠다면, 트루리시티는 주 1회 용법 덕분에 그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최근 메트포르민, 설폰요소제와 GLP-1 유사체 병용 또는 3제요법으로 현저한 혈당개선이 이뤄진 경우 메트포르민과 GLP-1 유사체 2제요법이 보험급여를 인정받게 됨에 따라 초기부터 처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특히 과체중이나 비만 환자에게는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ACE) 가이드라인은 메트포르민을 기본으로 처방하고, 이후에 GLP-1 유사체를 최우선적으로 권고했다.

레너드: 제 2형 당뇨병은 신체 내 여러 경로가 망가지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GLP-1 유사체는 그러한 여러 경로를 타겟으로 작용하는데, 특히 당뇨병 환자에서 과분비되는 글루카곤을 억제하고 위 배출을 지연시켜 장에서 포도당이 흡수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기전 덕분에 다양한 환자군에게 효과적인 치료 옵션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경구제로 혈당 조절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인슐린 사용 전 단계에 고려될 수 있고, 당뇨병 초기 환자라면 트루리시티와 경구제의 병용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비만율이 높아 GLP-1 유사체를 필요로 하는 환자군이 많겠지만, 우리나라는 미국만큼 비만율이 높지 않다. GLP-1 유사체 수요에 차이가 있을 듯 한데?

임: GLP-1 유사체가 서양 환자들에게만 더 좋은 약은 아니다. 우리나라 환자들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가령 110년 전 만에도 한국인의 당뇨병 특징은 비(非)-비만형이라고 했는데,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비만형 당뇨병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그런 말들이 전부 사라졌다. 전체 당뇨병환자의 75% 이상이 과체중, 50% 이상이 비만으로 보고된다. 비만율 기준으로는 미국의 당뇨병 유병률이 훨씬 높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10%지 않나. 즉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당뇨병 발생에 취약하다는 것도 중요한 고려요소다. BMI 기준이 미국과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렵겠지만, 서양인과 동양인의 허리둘레가 같다면 동양인의 복부비만이 훨씬 심하다.

GLP-1 유사체와 인슐린 병용이 필요한 환자는 어떤 유형인가?

임: 인슐린 치료를 하다 보면 인슐린 용량을 증가해도 혈당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시점이 있다. 무한정 인슐린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인슐린을 쓰고도 기대한 만큼의 혈당조절이 이뤄지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GLP-1 유사체 병용을 통해 인슐린 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레너드: 당뇨병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하나 이상의 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슐린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충분한 혈당 조절이 이뤄지지 않는 환자들에게 GLP-1 유사체 병용을 고려할 수 있고, 반대로 GLP-1 유사체를 먼저 사용하던 환자가 추가적인 혈당 감소효과를 위해 인슐린을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GLP-1 유사체 외에도 매우 다양한 신약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향후 당뇨병 치료전망에 대해 말씀 부탁 드린다.

임: 목표혈당에 도달한 환자 비율을 60~70%까지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 1회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 등 새로운 무기들이 많아졌고, 약물 부작용이 줄었기에 가능하리라고 본다.

레너드: 혈당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약제들은 이미 많이 갖춰졌다. 이들 약제를 어떤 순서와 조합으로 사용해 더 나은 혈당조절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의료진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혈당 조절 외에도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과 비만, 간질환 같은 동반질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약들을 개발, 활용한다면 사회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고 환자들의 삶을 더욱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