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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견실한 제약사 영점 맞춰 제네릭 잔혹사 끝내자[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약가제도 개편안을 둘러싼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 갈등은 왜 매번 비슷한 양상을 띠며 반복될까. 복지부가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네릭 약가인하와 혁신 제약사·수급 불안정약 기여 제약사 약가우대를 골자로 한 약가 개편안을 확정했지만 양자(복지부-제약업계) 간 입장 차이는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은 분위기다. 복지부는 국회와 언론, 제약업계를 향해 제약산업과 상생할 수 있는 개편안 설계를 위한 쌍방향 소통·의견수렴을 여러차례 약속했지만 부족하고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연히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수 있는 행정이나 정책 설계는 불가능하다. 신기루에 가깝다. 다만 이번 약가 개편안 의결 과정에서 복지부가 보인 태도는 아쉬움이 크다. 물론 복지부 고충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건정심 위원장인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제네릭 약가인하를 골자로 한 약가 개편안 수립 과정에서 건강보험 효율성과 제약산업 육성이란 상충 과제를 동시 달성하기 녹록지 않다는 고민어린 표정을 드러냈다. 이형훈 차관 얼굴에 스민 복잡다단한 표정은 기자가 행정부 정책 운영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일부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매개가 됐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향후 약가 개편안 설계 때 제약산업과 한층 깊숙히 호흡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 간 소모적인 충돌과 뒤 이은 부작용으로 인한 진통을 최소화하고 정책 연착륙 확률 향상을 위해서다. 보건경제학자들은 복지부가 국내 제약업계와 다국적 외자 제약업계 간 형평성을 어느정도 고려한 약가제도 설계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또 국민건강보험재정을 운용하는 복지부 철학과 구체적인 방향성이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꼬집는다. 행정 목표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뭉툭하고 모호하다고 했다. 차라리 복지부 속내를 투명하게 드러내면 제대로 된 협의가 가능할 것이란 비판이다. 복지부는 혁신신약 체질 개선을 이번 약가 개편 명분이자, 기등재 제네릭 약가인하 불가피성을 어필하기 위한 장치로 내세웠다. 틀린 방향성은 아닐지 몰라도, 그 기울기가 너무 가팔랐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여전히 제네릭 중심이다. 제네릭 품질과 자급률도 높다. 1개 성분 당 많게는 수 백여개 품목이 허가돼 처방·유통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방증한다. 반면 품목허가를 획득한 국산신약은 41개에 불과하다. 첫 번째 국산신약은 1999년 7월 허가된 선플라주(SK제약), 가장 최근 허가된 국산신약은 2025년 11월 품목을 획득한 엑스코프리정(동아에스티)으로 41번째다. 이들 중 블록버스터급 매출을 기록한 신약은 아직 없다. 25년 간 41개 신약을 탄생시키며 아직 고등학생 수준 내지는 갓 미성년자 꼬리표를 뗀 스무살 평가를 받는 국내 제약산업을 향해 제네릭 제조·판매를 멈추고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 성과를 단박에 요구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다. 복지부는 국내 제약사들이 이번 약가 개편으로 신약 연구개발(R&D)는 얼마나 위축되는지, 수급 안정 의약품 공급엔 얼마나 부정적인지, 고용 안정성과는 어떤 인과성이 있는지 어필하고 호소한 내용을 개편안에 더 반영했어야 한다. 복지부가 제시한 약가 개편안 방향성 자료에서 눈에 띄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바로 '견실한 제약사'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을 분기점으로 제네릭 판촉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은 신약 개발과 필수약 안정 공급에 진심인 견실한 제약사를 길러내고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이 포부를 달성하려면 복지부는 견실한 제약사의 기준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설정하고, 평가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당연히 민관협의체를 꾸려 협의와 합의를 거치는 절차가 필요하다. 제약사들과 '견실함'에 대한 영점을 함께 맞추는 적극 행정, 쌍방향 소통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번 약가 개편안 수립 과정에서 R&D 비율을 확보한 '견실한' 제약사 다수는 "복지부나 식약처가 혁신적인 제약사, 산업 발전과 국민 건강에 진심인 제약사를 가려낼 기준은 있는지, 평가 자료는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위수탁 제네릭을 핵심 매출 요인으로 한 속칭 페이퍼 컴퍼니, 종이 제약사와 진짜 제약사 간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정부 행정이 지금까지는 제대로, 세밀하게, 거칠게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옥석을 가려 낼 섬세한 기준과 철학이 정부 머릿속에 있는지, 행정력은 갖췄는지에 대한 산업 신뢰가 전무한 상황에서 복지부가 당장 제네릭 약가를 40%까지 깎고 혁신성을 입증한 제약사를 우대하겠다는 개편안을 일방적으로 들이 밀며 도장을 찍으라니, 답답함과 공포감이 컸다는 토로마저 나왔었다. 복지부는 개편안 추진과 동시에 견실한 제약사를 제대로 구분하고 맞춤형 지원할 채점표를 다양하고 세밀하게 만드는 후속 행정에 나서야 한다. 복지부는 이번을 기회로 고품질 제네릭이 'K-파마슈티컬' 심장이자 산업과 고용의 미래를 지탱할 두 다리란 점을 각인하고, 제네릭 다품목 구조 해소를 위한 정부 행정의 맹점을 찾아내 해결하기 위해 제약업계와 긴밀히 소통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제네릭 가격만 깎아서 건보재정 절감과 신약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방향의 정책 반복을 멈추고 합리적인 제약산업 육성, 약가제도 선진화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실마리를 현장에서 찾는 복지부 행정을 기대한다.2026-04-01 06:00:40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바이오기업 궁여지책 사업 확장과 숙제[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세차장, 폐타이어 수집업, 암모니아 터미널 개발업, 휴게음식점, 가상자산 투자업.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새로 추가한 사업목적 면면이다. 부동산업은 거의 모든 기업이 포함하는 기본 항목이 된 지 오래다.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진 시대라지만 이들 기업의 행보는 문어발식 확장이라 보는 게 더 맞을 듯하다. 사업 간 시너지가 명확하거나 자본이 충분하다면 이러한 사업 확장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핵심 역량에 기반한 신사업 진출은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오히려 유연한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작동하며 본업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사업 다각화는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추기 위한 궁여지책인 경우가 상당수다. 코스닥 상장사는 개별 기준 연매출 30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당장 뚜렷한 매출원이 없는 바이오 기업으로선 본업과 무관한 영역에서라도 '숫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인 셈이다. 문제는 임시방편적 대응이 본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신약개발은 빅파마조차 10년 이상, 1조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하고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분야다. 강점을 지닌 기술에 역량을 집중해도 성과 도출이 쉽지 않은 사업인데 한정된 인력과 재원이 분산된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을 무조건 비판하기는 어렵다. 매출이 없으면 상장을 유지할 수 없고 자금이 끊기면 연구개발도 멈춘다.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 단기 매출 확보는 생존의 문제다. 톱티어 바이오텍으로 자리 잡은 리가켐바이오 역시 상장 초기 이종 산업 진출을 시도하며 매출 요건을 맞추려 애썼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이오 기업에만 무한정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공적 자본을 조달받는 상장사가 최소한의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신약의 꿈'만 내세워 인내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이미 기업공개(IPO)·상장폐지 제도 개선을 통해 시가총액 6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매출 30억원 요건을 면제하는 등 제도를 완화한 상태다. 다른 산업군과 형평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본질은 상장사 지위가 아니라 혁신을 지속할 체력이다. 상장 유지를 위한 무리한 확장은 당장의 퇴출은 막아줄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 만약 연구개발 성과가 지연되고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추기 버거운 상황이라면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뒤 다시 시장 재진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상장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간을 버는 전략이 아니라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다.2026-03-27 06:00:32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의료기기 업체들이 던진 정책 과제[데일리팜=황병우 기자]'제41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26)' 전시장 곳곳에서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변화 흐름이 드러났다. 이제는 필수로 떠오른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이 늘어난 것은 물론, 무게중심이 기술을 넘어 '어떻게 활용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전시회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기술 이후의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 제시다. 주요 기업들은 단순히 AI의 정확도를 강조하기보다 병원 시스템(PACS/EMR)과의 연동성, 축적된 데이터의 재활용, 그리고 구독형 서비스(SaaS) 기반의 수익 구조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는 의료 AI 산업이 '도입 여부'를 논하던 초기 단계를 지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성과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고민하는 성숙기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고도화가 곧바로 시장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현장에서 확인된 냉정한 현실이다. 현장에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비용 부담과 제도적 한계로 인해 실제 적용까지 이어지는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산업 현장의 흐름은 최근 출범한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 2기'의 방향성과 궤를 같이한다. 1기 사업이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산 의료기기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면, 2기 사업은 해당 기술들이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임상, 인허가, 사업화 등 '시장 진입 중심'의 지원 구조를 명확히 하고 있다. 정부 정책과 산업의 흐름이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기 사업은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검증 단계'로서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현장의 실무자들은 여전히 각 단계의 단절을 우려하고 있다. 기술 개발 이후 병원 도입, 수가 적용, 시장 확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개별 단계에서 멈춰 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 그 이유다. 결국 향후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성패는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그 기술이 실제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는 '연결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장에서는 기술의 안착을 온전히 시장에만 맡기는 것은 시간이 오래걸리고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아직 관련 시장이 글로벌 차원에서도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키메스 전시장에서 강조된 플랫폼 전략이나 구독형 모델 역시 수가 체계나 제도적 뒷받침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확산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KIMES 2026에서 확인된 산업의 지향점과 범부처 2기 사업의 정책 방향은 일치한다. 그러나 두 흐름 사이에는 여전히 속도와 실행력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 정책적·실무적 간극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을지가 향후 K-의료기기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장 성장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D의 성과가 전시장 부스에 머물지 않고 실제 진료실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2026-03-26 06:00:36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진행성 암환자에 대한 치료 간극[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암 치료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그 흐름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진행성 암환자들은 치료 옵션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접근성에서는 오히려 뒤로 밀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유방암 치료만 보더라도 구조는 분명하다. 국가암검진 확대 영향으로 조기 유방암 환자는 전체의 약 70% 수준까지 늘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치료 이후 장기 생존이 가능한 건강한 생존자로 관리되고 있다. 조기 진단과 치료 성과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단계에 동일하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이성(4기) 환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재발 위험이 높은 진행성 단계부터 이미 치료 접근성의 한계가 시작되고 있다. 그 출발점은 보조요법 단계다. 최근 일부 치료제는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됐지만, 정작 급여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허가는 이뤄졌지만 실제 사용은 제한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조요법은 재발을 억제하기 위한 치료다. 수술로 눈에 보이는 병변을 제거한 이후에도 남아 있을 수 있는 미세 전이를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단계에서의 치료 여부가 장기 예후를 좌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부담으로 인해 실제 적용은 쉽지 않은 구조다. 결국 이 공백은 재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재발은 단순한 질병의 진행이 아니라 환자의 삶 전반을 다시 흔드는 사건이다. 치료가 재개되면서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고 장기간 치료로 인한 경제활동 제약도 불가피하다. 가족 돌봄 부담 역시 다시 커진다. 특히 일부 암종에 40~50대 환자가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구조는 재발을 줄이는 단계보다 재발 이후를 감당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쓰는 방향에 가깝다. 예방적 치료는 비용을 이유로 제한되지만 재발 이후의 치료 비용과 사회적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 고려되는 모습이다. 현장에서는 그 이유를 단순하게 짚는다.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환자 규모가 커질수록 재정 부담이 커지고 그 부담이 결국 급여 문턱을 높이는 구조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환자 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치료 접근을 제한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환자와 사회 전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특정 암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방암뿐만 아니라 위암 등 주요 고형암에서도 보조요법 적응증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재발을 줄이기 위한 치료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실제 접근성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치료제의 유무가 아니다. 치료가 가장 필요한 시점 모두에서 접근성이 제때 열리지 않는 구조에 있다. 재발을 줄일 수 있는 단계에서의 개입을 비용이 아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는 보다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2026-03-25 08:03:46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돌봄통합 시대 개막, 약사는 어디에 서 있나[데일리팜=김지은 기자] 3월 27일 ‘돌봄통합 지원법’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의료와 돌봄을 하나로 엮겠다는 이 제도는 보건의료 환경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 축에는 분명 ‘약사’가 있다. 지난 주말 열린 전국여약사대회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국민건강을 위한 약(藥)속, 약료에서 돌봄까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16개 시도지부와 대한약사회가 준비한 특별 전시가 눈길을 끌었다. 각 지역과 중앙이 그간 돌봄통합 제도 시행을 대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온도는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제도 시행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약사들의 관심과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변화의 방향은 제시됐지만 그 안에서 약사의 위치는 아직 또렷하게 자리 잡지 못한 모습이다. 이 같은 괴리는 이미 여러 지점에서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다제약물관리 사업은 10년 가까이 시범사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령 환자의 약물 안전관리라는 측면에서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돼 왔지만 제도화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제한적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단위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지자체의 돌봄 관련 조례에는 여전히 약사의 약물관리나 복약지도 역할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방문간호, 요양, 복지 서비스는 설계되면서도 정작 약물관리의 전문가는 빠져 있는 구조다. 돌봄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제도 설계에서 배제되고 있는 셈이다. 돌봄통합은 단순히 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끝나지 않는다. 고령 환자의 복합질환, 다제약물 복용, 부작용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약물관리는 돌봄의 핵심 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 가장 전문성을 갖춘 직역이 바로 약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사의 역할은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직역 내부의 준비와 참여 부족이라는 자성도 필요해 보인다. 변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리를 만들어갈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약사사회는 돌봄통합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 약물관리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구체화하고, 단순 참여를 넘어 ‘필수 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약물 오남용과 부작용 관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돌봄의 지속가능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약사의 전문성을 제도 안에 적극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돌봄통합 지원법 시행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각 직역의 역할이 명확히 정립돼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약사가 어떤 위치에 설 것인지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돌봄통합 시대 속 약사는 더 이상 약국 안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2026-03-24 08:50:32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GMP 처분 수정이 약가개편에 남긴 질문[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국회와 정부가 의약품 GMP(제조‧품질관리기준) 적합 판정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전면 개선키로 했다. GMP 위반에 ‘지정 취소’라는 무관용 철퇴를 내리는 제도를 도입한 지 4년 만이다. 이번 개정안은 ‘효력 정지’ 처분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시 취소 이전에 중간 단계 처분을 신설하는 방식이다. 2022년 12월 약사법 개정으로 도입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반복적 허위기록이나 허가사항 미준수 등이 단 한 번만 적발되더라도 해당 공장을 퇴출할 수 있도록 했다. 품질 관리 강화라는 명분은 확실해쓰나, 공장 단위의 일괄 지정 취소가 가져온 산업적 타격은 예상보다 컸다. 의약품 공급 차질과 행정 소송 남발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제약업계는 제도 도입 당시부터 과도한 규제 강도를 우려했지만, 정부는 무관용 정책을 강행했다. 지난 4년간 정부 역시 제도 운영 과정에서의 적잖은 부담을 안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4년 만에 현실 부적합을 인정하며 뒷걸음질 친 셈이다. 문제는 비슷한 우려가 최근 약가제도 개편 논의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를 40%대 초중반까지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제약업계는 약가인하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R&D 위축과 고용 불안을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48% 수준으로 낮추는 정도라면 수용 가능하다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정부 기조는 완강하다. 현재로선 40% 초중반으로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의 궤도 수정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정책의 목적이 옳다고 해서, 수단의 과격함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4년 전의 ‘강행’이 오늘의 ‘후퇴’로 돌아왔듯, 충분한 검증 없는 약가인하 역시 훗날 제약주권 상실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신뢰는 단순히 강한 규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정교한 설계와 예측 가능성에서 나온다. 일단 지르고 나서 고치는 식의 ‘아니면 말고’ 행정은 기업의 회복 불가능한 매몰 비용을 강요할 뿐이다. 정부는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 사례를 단순한 제도 보완의 기록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정책이 치러야 할 ‘비싼 수업료’로 기억해야 한다. 약가 개편이라는 또 다른 시험대 위에서 정부가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기 전 설계의 균형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2026-03-20 06:00:32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약가제도 개편[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작년 11월 발표된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이 이달 수정안으로 돌아왔다. 정부는 현장 우려를 반영해 제도 보완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본 제약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수정된 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조항이다. 정부는 기등재 약가인하 시 혁신형 기업에 차등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겉보기엔 R&D에 투자하는 기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다. 기등재 약가인하에 방어막을 쳐주는 대신, 신규 등재 품목에 대한 약가 가산율은 68%에서 60%로 깎아버렸기 때문이다. 왼쪽 주머니를 털어서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주는 모양새다. 또 앞서 정부는 2012년 일괄인하 후 약가조정이 없는 품목을 타깃한 약가인하라고 밝혔으나, 최근에는 등재시점 기준으로 그룹을 나눠 인하하겠다며 전 품목 대상 확대라는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사전에 정해놨던 약제비 절감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조삼모사식 제도 수정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준 혁신형 기업’ 약가 우대 신설도 촌극이다. 혁신형 기업을 상-하위권으로 구분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차등을 없애고 준 혁신형 기업을 신설했다. 혁신형 인증제 기준 중 정량평가 일부 기준을 근거로 준 혁신형 기업 50% 가산을 얼렁뚱땅 만들었다. 제약사가 R&D 투자 비율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한다. 인증을 못 받은 제약사도 '준 혁신형' 약가 우대를 위해 투자액을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로 인해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모양새가 됐다. 인증 받은 제약사만 우대해주겠다는 정부의 방향성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동시에 훼손됐다. 물론 정부의 고충도 이해가 된다. R&D 개발을 독려해 국내 제약산업의 체질 개선을 하고 싶지만, 약가제도 개편안을 급박하게 손봐서 만들 수 있는 정책이란 ‘준 혁신형 기업’ 신설 정도밖에 없지 않았을까. 제네릭 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다등재 품목 관리를 위한 정책적 고민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약가제도 수정 개편안 곳곳에서 여러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정말 글로벌 수준의 국내 제약기업 육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 신약 개발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장기적인 정책 지원과 약가를 보상해주는 제도 개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신약개발 강국 도약이 진심이었다면 업계 목소리를 다방면으로 들을 수 있는 제도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2026-03-19 06:00:35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플랫폼의 전문약 처방 부추기기 조장 안된다[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오는 12월 24일이면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을 전전하던 비대면 진료가 마침내 의료법 개정과 함께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다. 공공플랫폼 구축 근거와 중개 플랫폼 신고제가 도입되며 무법지대에 가깝던 시장에 최소한의 규격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제도화라는 외피 뒤에서 전문의약품 처방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플랫폼들의 상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16일 한 비대면 플랫폼이 이용자들에게 보낸 '탈모약 최저가 찾으세요?', '다이어트 주사 최저가 확인', '새로나온 인공눈물 6통 이상 처방 필터를 지금 사용해 보세요'라는 3건의 푸쉬 알림을 보면 이것이 의료 서비스인지, 이커머스 쇼핑몰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싼 값'에 '대량구매'를 부추기는 창고형 약국과 동일한 포인트다. 전문약인 인데놀을 MZ들이 복용하는 면접 대비용 상비약처럼 홍보했던 행위에 대한 일침은 잊은 듯 한 모습이다. 바쁜 직장인에게, 아이를 데리고 병의원·약국 뺑뺑이를 돌기 쉽지 않은 육아맘들에게 비대면 진료는 편리한 수단에 틀림없다. 하지만 보건의료의 핵심인 안전과 적정 진료는 사라지고 탈모, 다이어트, 인공눈물 처방의 편의성과 가격을 강조하는 푸쉬알림은 국민을 소비자로 전락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다. 더 큰 문제는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업까지 겸업하며 발생하는 이해충돌이다. 닥터나우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는 사이 플랫폼은 처방 중개와 약품 유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플랫폼은 언제까지나 중개자여야 한다. 하지만 중개자가 약국에 탈모, 다이어트약을 유통·공급하면서 처방 부추기기에 나서는 것은 환자 편의가 아닌 업체 배 불리기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정보제공과 광고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는 전문약 처방·복용 조장은 불 보듯 뻔한 수순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실패와 도전은 숭고한 가치다. 하지만 보건의료는 절대적으로 'To Do No Harm'이 적용되는 분야다. 편리함이라는 가치가 안전이라는 원칙을 압도해서는 안된다. 약물 운전, 약물 사망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현대사회에서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 향상과 플랫폼의 건전한 성장·역할을 위해 약 먹는 사회를 방관할 수는 없다. 정부는 신고제 도입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상업적 일탈을 막는 강력한 가이드라인과 징벌적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제도화의 목적은 플랫폼 육성이 아닌 안전한 비대면 진료 환경에 조성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2026-03-18 06:00:38강혜경 기자 -
[기자의 눈] 귀닫은 복지부, 약가제도 개편안 충돌 이유[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보건복지부가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는 약가제도 개편안의 가장 큰 명분은 '국산신약 중심의 국내 제약산업 체질 개선'이다. 신약 혁신가치를 창출하는 제약사와 국민 건강·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수익성이 낮아 만들지 않는 약을 선뜻 만들겠다고 나서는 제약사가 제대로 우대받는 약가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정은경 장관과 이형훈 제2차관이 내놓은 포부다. 복지부는 1개 의약품 성분 당 백여개가 넘는 제약사들이 산발적이고 개별적으로 제네릭을 허가받으면서 과도한 판매촉진 경쟁에 매몰된 우리나라 제약 생태계를 한시바삐 손질해야 한다는 긴급성도 제시했다. 국내 제약업계는 복지부 개편안의 실효성을 문제삼아 강하게 반발한다. 지금까지 신약과 개량신약 임상 성과를 쌓아오며 국산 신약 개발에 기여한 제약사들은 정작 복지부의 기등재 제네릭 약가인하와 혁신제약사 약가우대를 골자로 한 약가제도 개편안이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적잖은 퇴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복지부가 지난해 11월 28일 처음으로 꺼내놓은 개편안과 이달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 소위원회에서 일부 손질 수정안 모두 국내 제약산업 발전, 국민 건강 향상에 실질적 성과를 입증한 '진짜 제약사'들이 혜택을 받는 정책과 상당히 거리가 멀다고 꼬집는다. 국내 제약업계 주장을 한층 깊숙이 들여다 보면, 신약 연구개발(R&D) 성과를 낸 제약사, 수급 불안정약 제조에 기여한 제약사는 약가를 크게 우대하고, 그렇지 않은 제약사는 약가를 대폭 깎아 신약 창출과 필수약 안정공급으로 유인하는 큰 틀의 정책적 방향성엔 이견이 없다. 문제는 복지부 개편안이 '디테일은 악마에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복지부 개편안에 대해 제약사들이 가장 크게 비판하는 포인트는 '기등재 제네릭 약가인하'다. 복지부는 기등재 제네릭의 약가를 혁신성을 꾸준히 지키며 재정 투자를 이어 온 제약사와 위탁 제네릭을 통한 수익창출에 매달려 온 견실한 제약사를 큰 차등없이 일괄적으로 깎는 정책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28일 복지부가 처음으로 공개한 개편안에서 현행 제네릭 산정률 53.55%를 '40%대'로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조항이 그것이다. 이후 복지부는 지난 11일 건정심 소위에서 제시 수정안에서 제네릭 산정률을 40%대에서 '40%초중반'으로 손질하는 동시에, 혁신형 인증 제약사와 혁신형 제약사에 준하는 제약사의 경우 일정 기간 기등재 제네릭 약가인하를 유예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21개 품목 이상' 허가된 성분은 인하 유예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단서조항을 달고서다. 제약사들은 혁신형 제약사의 약가인하 유예 자체가 그다지 큰 메리트나 베네핏으로 작용하지 않는데다, 21개 품목 이상 미적용이란 단서조항 대로라면 사실상 실질적 이익은 0에 수렴한다고 말한다. 혁신 제약사에 대한 약가인하 유예 조항은 겉보기엔 마치 멀쩡하고 달콤한 과일처럼 보이지만, 잘라 내 속을 들여다 보면 곪아 터져 실상 발라먹을 게 없는 규정이란 얘기다. 복지부가 설계한 약가 우대 규정에 대해서도 제약사들은 단편적인 가산 형식에 얽매여 아무리 애를 써도 별달리 큰 폭 약가 이익을 누릴 수 없다는 불만을 내놓는다. 정말 혁신 제약 생태계를 설계한다면, 약가 가산 차원을 뛰어 넘어 범부처 협의를 통해 진짜 제약사에 대한 세제 혜택을 드라마틱하게 강화하고, 고품질 의약품 생산에 기여한 제약사들에 대한 규제 면제로 실질적인 이익을 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신약 R&D에 쓸 수 있는 기업 이익이 창출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왜 똑같은 약가제도 개편안과 동일한 정책 목표를 놓고 복지부와 제약업계가 이렇게까지 정 반대되는 입장을 내며 충돌하게 되는 걸까. 결국 지난 11월 28일 개편안 초안 공개 이전에 정부와 산업 간 충분한 민관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용두사미식 약가제도가 설계됐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초안 공개 직후 제약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는데도 수정안 마련때까지 제약사들과 이렇다 할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20여개 제약사 약가 실무진을 모아놓고 분절된 의견을 제출받은 단 한 차례 실무 협의가 복지부와 제약사가 얼굴을 맞댄 유일한 사례다. 복수 제약사 약가담당자들은 "10년, 15년 넘게 MA(의약품 마켓억세스, 약가정책) 업무를 담당해 왔지만, 이번처럼 복지부가 전격적이고 일방적으로 중폭 이상의 약가개편안을 내놓고 상호협의에도 힘을 쏟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고 토로한다. "복지부가 귀를 닫고 일방 행정을 계속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대로라면 국내 제약사 제네릭 약가를 깎아 글로벌 제약사 신약에 퍼주는 구조의 약가제도가 확립된다. 국내 제약산업 육성, 신약 기반 제약환경 구축이란 복지부 정책 목표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뒤따른다. 심지어는 복지부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상호관세 압박으로부터 선제적으로 눈치보기에 급급해 속칭 '알아서 기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만든 뒤, 수정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는 행정을 이어가는 게 아니냐는 비난마저 들리는 형국이다. 국내 제약업계가 복지부에 호소하는 단 한가지는 상호협의 없이 급하게 추진된 약가제도 개편안의 '일단정지'다. 복지부가 진짜 제약산업 혁신을 목표로 개편안을 설계·운영할 의지가 있다면,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개편안을 고수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최종 시한을 설정하고 '민관 합동 약가제도 개편안 거버넌스'를 조속히 가동해 전면 수정안을 도출하자는 게 제약사들의 외침이다.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국산 신약 창출, 필수 의약품·수급 불안정 의약품 사태 해소, 제네릭 난립 문제 해결, 위탁 제네릭 매몰 제약사로 인한 리베이트 경쟁 근절 등 건강한 국내 제약환경과 국민 건강권 수호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복지부가 마련한 개편안과 수정안만으론 절대적으로 역부족이란 게 혁신성에 진력한 견실한 국내 제약사들의 흔들림 없는 입장이다. 개편안 취재 과정에서 들었던 약가 담당자의 목소리가 연일 귓가를 멤돈다. "차라리 건강보험재정 약제비 절감이 이번 약가인하 목표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혁신 제약사 우대와 신약 생태계 구축이 복지부 행정 명분이란 점엔 전혀 공감할 수 없습니다. 제약산업을 육성하고 진짜 제약사를 우대하는데 왜 약가를 일괄적으로 깎아 내리나요? 글로벌 빅파마 제약사들만 웃고 국내 제약사는 손해율 계산에 진땀흘리는 현실을 왜 기어이 외면하나요? 언론플레이 할 시간에 산업 실무진들과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된 제도를 설계하는 게 올바른 행정가의 태도 아닐까요?"2026-03-17 06:00:42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정부-제약사 약가 인하 줄다리기 해법은[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최근 제약업계에서 '약가제도 개편'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업체를 중심으로 약가 인하 시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급감하며 신약 개발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 수준으로 책정된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40%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최소 48% 수준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인하 폭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약가 인하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제약 산업을 혁신 중심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제네릭 수익이 연구개발(R&D) 재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급격한 약가 인하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가 정면 대치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약가인하 개편안 시행시기를 오는 7월에서 내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단순히 시점을 늦추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떠올랐다. 국내 대형 제약사들 마저도 약가 인하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속도와 방식에 대한 조절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한정된 재정 속에서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춰야 하고, 제약업계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있어야 신약 개발과 글로벌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양측 모두 틀린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강보험 재정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업계도 공감한다. 실제로 국내 제네릭 시장은 동일 성분 제품이 과도하게 난립하면서 가격 경쟁 중심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구조를 혁신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방향성 자체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방식이 문제다. 제네릭 약가를 단기간에 큰 폭으로 낮출 경우 중견·중소 제약사들의 수익 구조는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특히 국내 제약사 상당수는 제네릭 판매 수익을 기반으로 개량신약이나 신약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구조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약가 인하가 추진될 경우 산업 생태계 전체의 투자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더욱이 글로벌 제약 산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줄일 경우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약가 제도 개편이 산업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라면, 오히려 연구개발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결국 해법은 ‘속도 조절’과 ‘차등 접근’에 있다. 단순히 제네릭 약가를 일괄적으로 낮추기보다는 품질 경쟁력이나 연구개발 투자 수준 등을 고려한 차별화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동시에 약가 인하로 절감되는 재정 일부를 혁신 신약 개발 지원이나 연구개발 인센티브로 다시 산업에 환류하는 장치도 고민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과 제약 산업 발전은 서로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다. 두 목표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국민 건강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양보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제약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현실적인 정책 설계다.2026-03-13 06:00:38최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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