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시선] 식약처 현명한 불순물 조치 기대한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지난해 9월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항궤양제 ‘라니티딘’ 전 제품의 판매중지를 결정했을 때 제약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식약처는 “라니티딘이 불안정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생성 위험에 상시 노출돼있다”라고 사실상 퇴출을 결정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완제의약품의 유해성 여부도 결론나지 않았을뿐더러 NDMA가 초과 검출된 문제의 제품만 회수하는게 타당하다”라며 국내에서의 강경한 조치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당시 미국과 EU에서는 NDMA 초과 제품의 제조번호에 한해서만 회수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NDMA 검사를 했다”며 조치 타당성을 자신했다. 그로부터 6개월 쯤 흐른 지난 1일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은 라니티딘제제의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일부 라니티딘제제에 함유된 불순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허용치 이상 검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시장철수가 타당하다고 FDA는 결론내렸다. 6개월 전 식약처가 내린 결정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미국의 조치가 우리 정부의 결정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식약처는 미국보다도 6개월 빨리 선제적으로 과학적인 조치를 내렸다는 점을 인정받게 됐다. 충분히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식약처의 라니티딘 후속조치가 지나치게 성급했다는 불만은 머쓱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최근에는 제약업계가 당뇨치료제 ‘메트포르민’의 NDMA 후속조치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현지 판매 중인 메트포르민제제 46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일일허용치 이상의 NDMA가 검출됐다는 이유로 3개 제품을 회수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2월부터 한 달 간 3개 제약사의 메트포르민제제가 NDMA 검출로 자진 회수가 진행됐다. 미국과 EU에서는 아직 메트포르민의 NDMA 위험성에 대한 공방이 진행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품국(FDA)는 지난 2월 미국 내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 10개 제품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2개 제품에서 NDMA가 극미량 검출됐지만 회수를 권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 밸리슈어(Valisure)는 지난달 초 미국 내 유통중인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 일부 제품에서 일일허용치를 초과하는 NDMA가 검출됐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신속한 회수를 FDA 건의하기도 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달 3일 공식 성명서를 통해 “가능한 빨리 조사 결과를 공개하겠다.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은 추가 발표가 있을 때까지 메트포르민 복용을 지속해야 한다"고 메트포르민의 불순물 조사결과 발표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싱가포르에서 메트포르민 NDMA 위험성이 불거진 이후 4개월 가량 지났지만 식약처는 공식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지난해 식약처는 미국에서 잔탁 NDMA 검출 정보를 접한 이후 3일만에 국내 유통 제품에서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중간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 때와 비교하면 메트포르민 사례는 신속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제약사들로부터 메트포르민제제의 사용내역 자료를 제출받았다. 지난 1월 15일 메트포르민의 NDMA 시험법도 공개했다. 올해 초 메트포르민 원료의약품의 수거 검사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제약사들을 방문해 완제의약품도 수거해갔다. 메트포르민 점검 결과 발표가 임박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식약처 입장에서도 고민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메트포르민이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 가장 먼저 사용될 뿐더러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발사르탄, 라니티딘 때처럼 과감한 조치를 내리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자칫 후속조치에 따라 의료진과 환자들의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약물에 따라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한 후속조치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수거 검사가 끝났다면 후속조치를 마냥 미뤄서는 안된다.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식약처의 현명한 후속조치를 기대해본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투명성도 뒤따라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2020-04-20 06:10:30천승현 -
[데스크 시선] 젤잔즈 허가변경에 대한 단상화이자 JAK 억제제 젤잔즈(토파시티닙시트르산염) 적응증 중 하나인 궤양성대장염에 대한 10mg 고용량 처방에 주의사항이 추가됐다. 이는 미래의 잠재적 부작용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방어한 중대한 결단으로 평가된다. 궤양성대장염을 포함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혈전증을 포함한 심혈관 리스크가 정상인보다 2배 가량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조치는 처방의와 환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다. 화이자는 최근 허가변경을 통해 사용상 주의사항 경고에 '혈전증의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는 이 약의 사용을 피하고, 효능효과·용법용량에 관계없이 혈전증의 징후·증상이 있는 환자는 긴급히 평가, 혈전증이 의심되면 이 약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화이자의 이번 허가 변경은 지난해 발표된 TNF 억제제와 젤잔즈의 허가 후 안전성감시 연구 중간분석 자료 결과에 기인한다. 분석 자료를 보면 젤잔즈 1일 2회 10mg 투여군 3884인년당(patient-years) 폐색전증 19례, 사망 45례인 반면 TNF 억제제 투여군은 3982인년당 폐색전증 3례, 사망 25례로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미국 FDA는 해당 조사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7월경 젤잔즈 적응증 중 하나인 궤양성대장염에 대해 1차 치료제에서 2차 치료제로 허가 사항을 변경했다. 유럽CHMP는 같은 해 11월, 대안이 없을 경우를 제외하고, 혈전 위험성이 높은 궤양성대장염 환자들에게 젤잔즈 1일 2회 10mg 유지요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으며, 지난 2020년 1월 31일자로 유럽의 허가사항(SmPC)이 변경됐다. 초기 8주 동안 고용량을 사용해야 하는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경우, 혈전증 위험이 있는 환자는 투여를 시작하지 말고, 위험군 환자의 경우 타 약제로 바꾸라고 권고한 것이다. 국내 식약처도 미국·유럽에 이어, 지난 2월 말 허가사항을 변경했다. 미국 당국의 허가후 안전성감시 연구였던 해당 연구 내용을 검토하고, 식약처의 안전관리 절차 및 안전성 유효성 검토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 궤양성대장염 적응증으로 젤잔즈를 처방받는 환자는 3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다행히 그 기간동안 심각한 부작용 발생례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진과 환자 입장에서는 고용량 처방·복용에 대한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중대한 부작용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좌고우면치 않고 신속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허가변경 사항은 외국 정부 조치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허가당국의 리뷰 절차에 따라 별도 검토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안전성 유효성 심사에 기인한 금번 허가사항 변경 내용에 따른 올바른 처방과 복용이 더욱 중요하다. 무조건 고용량에 대한 처방을 금기하는 것이 아니고, 혈전증 고위험 환자에서는 사용을 피하고 보다 주의를 기울여 처방하라는 것이 이번 허가사항 변경의 요지다. 류마티스관절염·건선성관절염·궤양성대장염 등 모든 적응증에 쓰이는 전체 TNF 억제제의 연간 외형은 2400억 수준이다. 해당 시장에서 TNF 억제제가 아닌 새로운 기전의 신약으로 등장한 젤잔즈의 매출은 류마티스관절염과 궤양성대장염을 포함해 대략 200억원으로 추산된다. 궤양성대장염 치료에서 젤잔즈의 연간 약제비는 약 950만원(10mg정당 1만9488원/5mg 정당 1만1836원/1년 기준/induction 8주 10mg*2T, maintain 44주 5mg*2T)으로 다른 TNF 억제제와 비슷한 수준이다. 보험급여 혜택으로 실제 환자의 약제 부담은 10% 정도다.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의 경구용 약물인 JAK 억제제 젤잔즈는 지난 십 수년간 주사제 중심의 TNF 억제제가 주를 이루던 궤양성대장염 시장에 주목받는 신약으로 출시됐다. 많은 의료진과 환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약물인 만큼, 폐색전증 부작용 이슈는 민감한 이슈다. 관련해 리얼월드 데이터 및 장기간의 임상 데이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젤잔즈의 투약편의성-안정적 효과를 믿고 약을 처방·복용한 의사·환자들에게 허가사항 변경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발빠르게 전달돼, 환자들로 하여금 부작용 위험은 최소화하고, 최선의 치료효과를 받을 수 있도록 보건당국과 화이자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2020-04-02 06:24:59노병철 -
[데스크 시선] 주민센터가 마스크 팔면 줄서지 않을까?[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주민센터에서 마스크 판매한다고 줄 서지 않을까요?" 미래통합당의 마스크 총선 공약을 접한 뒤 약사가 한 말이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야당의 공적마스크 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공적마스크 대책은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며 주민센터와 통-반장을 통해 마스크를 공급하겠다는 총선 공약도 내걸었다. 과연 공적 마스크 유통이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했을까? 뉴스1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의 마스크 5부제 도입에 대해서는 '매우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22.7%, '잘하고 있는 편이다'는 응답이 41.4%로, 긍정평가가 64.1%였다. 반면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15.7%, '잘못하고 있는 편이다'는 18.2%로 부정평가는 33.9%였다. 충분한 공급량은 아니지만 '적어도 1주일에 2장씩은 살 수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마스크 5부제 시행, 한 달을 맞는 시점에서 줄을 서는 구매자들도 확연하게 줄었고,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는 약국이 나오자 약국별 공급량 조절도 들어갔다. 시행 초기 혼란기를 겪다, 이제야 안정기에 접어든 약국 공적마스크 5부제에 대한 야당의 박한 평가는 왜 나올까? 마스크 5부제는 문재인 정부가 마스크 수급 대란을 잠재우기 위해 내놓은 승부수였다. 폭발적인 가수요를 억제할 수단이 필요했는데 궁여지책으로 나온게 바로 약국을 통한 5부제였다. 대만 방식을 그대로 차용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시행초기, 약사들은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 몰려드는 구매자들과 줄을서다 마스크가 매진이라도 되면 욕설과 항의는 모두 약사 몫이었다. 마스크 있냐는 전화문의만 하루 200통이 넘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약사들을 격려한다는 글을 올렸을까? 야당은 약사나 약국이 싫은 게 아니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5부제가 시행됐어도 마스크 대란이 이어져야 총선에서 유리한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선이 더 급하기 때문이다. 신분증 확인을 통해 1주일에 2장만 살 수 있는 5부제는 불편한 제도다. 개선해야 할 점도 분명히 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야당 역할이다. 그러나 공적마스크 판매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마스크 판매에 녹초가 된 약사들에게 주민센터나 통반장을 통해 마스크를 판매하자는 공약은 어떤 의미일까?2020-03-29 22:58:13강신국 -
[데스크시선] 제약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대한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은 막막함에 많은 국민들이 깊은 우울감에 빠져 있다. 코로나와 우울감이 합쳐진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권고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길어지면서 국민들의 피로감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매일 쏟아지는 코로나 관련 소식에서 빠지지 않는 뉴스가 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동향이다. 코로나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기대감에서다. 많은 사람들이 단기간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는 현실을 알면서도 새로운 소식에 촉각을 기울이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 관련 약물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희망적인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셀트리온은 6개월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에 돌입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녹십자는 정부의 국책 과제 공모를 통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돌입한다고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와 같은 변종 바이러스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백신제조 플랫폼 기술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일양약품은 현재 시판 중인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이 크다는 실험결과를 내놓았다. 이와 함께 상당수 바이오기업들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계획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자체 조사 결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5개사가 코로나19 예방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거나 준비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참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단 하나의 기업이라도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해낸다면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학계에서 칭송받을 게 마땅하다. 다만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다소 찜찜한 인상도 지울 수 없다. 과거 감염병 확산시 겪었던 ‘데자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공포가 확산됐을 당시에도 일부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앞다퉈 치료제 개발 계획과 가능성을 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이 메르스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가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제약사 10여곳은 앞다퉈 제네릭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타미플루 제네릭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마치고 허가 단계까지 도달한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사태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최근 뒤늦게 회자되는 영화가 있다. 2011년 개봉한 ‘컨테이전’이라는 영화에서는 박쥐가 옮긴 신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대혼란으로 이어지는 비극을 담았다. 이 영화에서 한 유명 프리랜서 블로거는 “개나리액이 바이러스의 치료제”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린다. 그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개나리액을 먹고 완치됐다는 거짓말로 대중을 선동한다. 그러자 불안에 떨던 많은 사람들은 개나리액을 구하기 위한 소동이 벌어진다. 그는 개나리액을 팔아서 큰 돈을 벌었다.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는 허황된 기대감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국이 불안할 때에도 한탕하려는 나쁜 세력은 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일부 기업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나치게 희망적인 소식을 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국내 의약품 산업의 규모는 전체 제조업의 2%도 못 미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국민들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때 제약기업들이 부진에 빠진 한국 제조업의 새로운 희망으로 기대를 모은 적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아쉬움을 많이 노출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신약은 아직 1개도 없다. 불법 리베이트와 같은 구설수로 망신을 당한 적이 더 많다. 제약기업의 가치는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의 크기와 비례한다. 제약기업들이 시름에 빠진 국민들에게 진정한 희망을 줄 수 있길 기대해본다.2020-03-16 06:10:06천승현 -
[데스크시선] 감염병 위기속 빛나는 약사 가치[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코로나19' 때문에 전국 요양기관이 난리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겉으로 보기에 그렇다. 외신을 보더라도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초긴장 상태가 없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나라처럼 출입국 또는 발원지 때문에 확산됐다기보다, 신천지 신도 확진자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번진 탓에 다른 양상으로 악화된 특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또 있다. 감염병사태에 이번 만큼 정부 전체가 정보의 벽을 허물고 신속하게 움직인 때가 없었다. 불과 5년 전 메르스사태 때 벌어졌던 국가 대응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당시 사태는 국가 대응이 형식에 그치거나 보여주기식 같았고 오로지 민간병원들의 대응에 의존하는 것마냥 엉망이었다. 정부의 정보공개는 거북이처럼 느린 데다가 투명하지 않았고, 국가 고위 관료들은 신문에 나올 사진에 찍히느라 바빴으니, 통계도 지금처럼 하루 수번씩 실시간으로 집계, 공개될 턱이 없었다. 정보가 투명하지 않았으니 대응이 느렸고, 대응이 느렸으니 요양기관도 실제 진료에 나선 의료진 외엔 감염병 확산과 대응 모두에 무지했던 게 사실이다. 난리통을 TV 화면에서나 보고 수다거리로 치부한 국민이 적지 않았었던 건 메르스사태 때가 '안전'해서가 아니었다는 의미다(치사율만 보더라도 그렇다). 지금은 정보를 가장 먼저 접하는 기자가 아닌, 국민에게까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기관으로부터 동네 확진자 현황과 대응요령, 마스크 구매 안내 문자메시지가 하루 수통, 실시간으로 오고 있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엉망진창이었던 메르스사태 이후 지금에 와서 본격적으로 창궐한 감염병에, 정부는 마치 집을 새로 짓듯 대응체계를 하나하나 새롭게 만들어가는 중이다. 정부가 잘한다고 무작정 말하는 게 아니다. 총선용 정치적 비난을 배제하고, 큰 그림에서 나라 전체가, 이 사회가 일사불란하게 하나로 움직이는 모양을 보자는 것이다. 그 일선에서 요양기관이, 여기에 문턱낮은 약국까지 혼란스러운 건 필연적이라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닌 요즘이다. 환자 격리와 진단, 치료제 개발, 확진자 혹은 의심자의 협조를 구한 감염 경로 추적까지, 의료 영역에 집중돼 온 그간의 '코로나19' 대응 초점은 이제 예방으로 확대됐다. 즉, 일반인에게 가장 문턱 낮은 동네약국들이 감염병 위기 속에 예방 단계 최전선에 서게 된 것이다. 정부가 9일부터 공적마스크 5부제와 대리구매 대상자 확대를 발표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국가 대응조치에 약국 현장은 머리가 지끈거린다. 약국은 그간 사용해본적도 없는 중복구매확인 시스템을 컴퓨터에 깔고 이것으로 사재기를 걸러내야 한다. 휴일 동안 바뀐 대응책으로 장애인뿐만 아니라 어린이, 노약자 등 대리구매자도 가려서 판매해야 한다. 약국 행정과 일손이 고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비과세 의약품을 조제하는 게 아닌, 의약외품을 판매해야 하니 추후 과세 부분도 혼란스럽다. 국가 면허증을 보유한 보건의료인이란 이유만으로 마치 '통보'식으로 강요되고 있는 현장의 현실을 어디가서 하소연 할 수도 없으니 암담하고 서럽기까지 하다. '코로나19' 사태에 최일선의 약사들에게 무작정 의협심과 공명심을 바랄 순 없을 것이다. 해마다 하는 정례사업처럼 '근육'이 붙은 것이 아니니 상황 대처에 보통 에너지가 소요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는 가장 최고 수위인 심각 단계란 사실이다. 이는 국가 비상사태로서, 약사회는 이를 두고 '국가재난 사태'로 명명했다. 약사회가 정부와 긴밀히 접촉하며 공적마스크 면세 추진 등 약사들이 국가 비상사태에 슬기롭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 비상사태에 활약하는 약사직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그간의 감염병 사태 때 보여주지 않았던 면모임에는 분명하다. 정부가 그렇듯, 약사회가 그렇듯 일선 약국 또한 국가 감염병에 대처하는 새 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끝나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질병 퇴치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대응 매뉴얼 개선, 정부 보상책과 관련 연구 등 과제가 산적하다. 약국도, 병원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 사태에 우리나라보다 신속하고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는 나라가 없으니 우리의 백서, 즉 약국을 포함한 요양기관의 대응은 추후 국제적인 참고 사례로 연구될 것이 분명하다. 감염병 국가 위기 속에 우리사회가, 더 나아가 국제사회가 보내는 기대와 열망에 부응하도록 정부는 약국에 아낌없는 지원책을 강구해 그 가치와 기능을 더 확대해야 할 것이다. 약사회 또한 현장과 정책 사이에 긴밀한 가교와 사기진작을 위해 더 노력하길 기대한다. 그래야만 현재와 미래에까지 약사직능이 공동체 안에서 진가를 최대한 발휘하고 그것이 국민 뼛속 깊이 각인될 것이기 때문이다.2020-03-09 06:14:42김정주 -
[데스크시선] 마이크로바이옴, 민관 마스터플랜 시급[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세컨드 게놈(Second Genome)' '제2의 장기'로 일컬어지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의약품 개발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존재하며 우리 몸을 함께 공유하며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들의 총합이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진단 등 모든 헬스케어산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확장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을 리딩하고 있는 북미와 EU에서는 10년 전부터 정부 주도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빅파마들도 전략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에 투자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술의 발달로 인한 질병 연관성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전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속도와 특성, 작동기전 분석 기술을 지원하면서 이를 활용한 의약품과 건기식 개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7조원 정도로 예상되며, 180여 개의 신약 파이프라인 중 5개가 임상3상 진행 중이다. J&J와 다케다를 필두로 한 글로벌 빅파마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기, 호흡기, 구강, 피부, 생식기 등 인체 모든 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종류로 구성돼 존재한다. 특히 정복이 어려웠던 치매와 암 등 난치성질병에 대한 예방과 치료를 마이크로바이옴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은 일부 의약품과 건기식을 포함한 임상시험에서 그 근거를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은 비이상적 면역·대사반응을 일으킬 소지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관련 논문에 따르면 장내 세균 불균형은 염증성 장질환, 과민성대장증후군뿐만 아니라 비만, 당뇨병, 파킨슨병, 자폐증 등 질병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지난 2007년부터 10년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마이크로바이옴 참조 유전체를 인체 다양한 곳의 미생물 구조·유전체 서열을 통해 구축하고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기술 및 분석 방법을 개발·공개해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함은 물론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변화에 따른 질병과의 연관성을 찾아 인간 질병과 건강에 대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것이다. 1기 프로젝트를 통해 미 보건원은 구·비강, 소화기, 생식기, 피부 등에 서식하는 미생물 집단의 참조 유전체 서열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했다. EU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인간 장내 메타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영국·프랑스·독일·덴마크·네덜란드 8개국 정부·기업이 참가한 이 프로젝트에는 280억원의 예산이 투자됐다. 장내 메타게놈 프로젝트는 인간의 건강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주안점을 두었는데, 연구 결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구성 미생물 유전자의 참조 카탈로그를 제작하고, 개인별 유전자 비율 차를 알아 볼 수 있는 분석법을 만들어 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만성 질환의 조기 진단, 개인 맞춤형과 생애 주기별 약품 개발, 특정 질환 치료 대상 영양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2017년 마이크로바이옴을 바이오경제 혁신전략 2025-미래유망기술로 선정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이와 관련한 체계적인 투자·연구와 인& 8729;허가 제도는 미흡해 보인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포함한 신약개발은 국가 주도 민관협력이 중요한 분야 중 하나다. 정부가 주축이 된 백년지대계를 위한 마스터플랜이 마련돼야 함은 해외 선진국 실례만 봐도 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기술& 8729;자본집약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을 리딩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수립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2020-03-02 06:12:26노병철 -
[데스크 시선] 마스크에 대한 정부와 약국의 괴리감[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생산량 확대, 매점매석 단속, 국민들께서 보다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공영홈쇼핑, 농협판매망, 우체국쇼핑몰 등 공적 유통망을 통한 공급 확대 노력을 지속 추진해온 결과 마스크 품절률이 감소하고 구매 가능한 약국, 마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 21일 마스크 등 시장교란행위 방지 추진상황 관계부처 점검회의에서 분석한 시장상황이다. 마스크 수급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인데 약국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없다. 대부분의 약국 상황을 보면 약사는 커녕 의심환자에게 씌워 줄 마스크조차 구비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약국들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가 유통업체와 식약처 등의 협조로 150만장을 수급한다고 하지만 한시적이 미봉책에 불과하다. 연예인이나 관련 단체가 지자체 등에 기부하는 마스크를 보면 수만장인데 도대체 어디서 구하는지 모르겠는다는 게 약사들의 생각이다. 경기도약사회의 한 임원은 "모 은행은 의사협회에 2만장의 마스크를 기부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은행이 2만장의 마스크를 어디서 구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단 정부가 보는 시각을 보면 약국은 공적 유통망이 아닌 사적 유통망이다. 이른바 공영홈쇼핑 등 공적 유통망을 통하면 사실상 노마진에 유통이 가능한데 약국을 통하면 마진이 붙게 되고 더 싼 가격에 소비자 공급이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에 약국에 마스크를 공급할 경우 편의점 등 다른 유통망의 반대도 부담이다. 그러나 정부도 공영홈쇼핑 등을 통해 마스크를 공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몇 분만에 제품이 매진되고, 방송을 접하지 못하는 계층은 마스크를 주문조차 할 수 없다. 결국 접급성이 좋다는 약국을 활용하는 방안인데, 폭리가 아닌 적정 마진에 대만처럼 판매 개수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면 정부 주도 마스크 유통의 최적지가 될 수 있다. 공영 홈쇼핑을 통해 600원대 제품을 유통을 하고 싶다면, 거점약국을 이용해, 유통하는 것도 방법이다. 약국을 지정해 제품을 유통하고 판매 수수료 일정 부분을 약국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대만은 일반 편의점에서의 마스크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대신 건강보험 시스템을 활용한 약국에서만 판매하도록 했다. 대만 정부는 전국 6500여개의 건강보험 지정 약국에 매일 성인용 마스크 200개와 어린이용 마스크 50개를 각각 배정할 예정이다. 대만 정부는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할 때 집적회로(IC)칩이 내재된 건강보험카드가 있어야 만 가능하도록 했다. 환자 1인당 한 주에 2장만 판매할 수 있다. 지금 약국의 불만은 마스크 유통을 통한 마진이 아니라, 환자들이 계속해서 발길을 돌린다는데 있다. 최소한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약국에서 마스크 구매가능 비율이 80%를 넘어섰다고 하는데 약사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코로나 19 대응을 심각 수준으로 격상했고, 한시적으로 전화상담을 통한 원격진료로 허용된다. 이제 1차 방역물품에 대한 원활한 약국 공급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말 그대로 약국의 상황은 '심각' 하기 때문이다.2020-02-23 22:22:16강신국 -
[데스크 시선] 제약·바이오기업이 자초한 불신[데일리팜=천승현 기자] 금융당국이 또 다시 제약·바이오기업의 공시실태에 칼을 들이댔다. 한국거래소는 ‘제약·바이오 업종 기업을 위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산업 특성에 맞춰 구체적인 공시사례를 제시하고 준수하도록 권고했다.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을 위해 중요 경영사항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세부 내용을 보면 상장기업은 임상시험 계획을 신청한 사실과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기존에 승인받은 임상시험 계획이 변경됐더라도 해당 사실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임상시험이 중지됐거나 종료됐을 때에도 기업들은 상세하게 안내해야 한다. 기업들이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 사실과 결과도 중요정보에 포함되기 때문에 공시해야 한다.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인 의약품의 허가취소 등 처분 사실도 공개 대상이다. 금융당국의 제약·바이오기업의 공시 기준 제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기업의 사업보고서 점검결과 중요 정보와 위험에 대한 공시내용이 불충분하다고 공시 개선을 추진했다. 당시 금감원은 경영상 주요계약, 연구개발활동을 상세하게 공개할 것을 권고했고 이후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기술이전 과제별 진행현황, 연구개발 인력 현황, 정부보조금 등을 통일된 양식에 따라 공개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연이어 제약·바이오기업의 공시 실태를 문제삼는 이유는 투자자 보호다. 기업활동 내용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주가 부양에 유리한 정보만 제한적으로 공시한다는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매년 수백건의 임상시험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고 착수되지만 좀처럼 임상시험 중단이나 실패 사실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신약개발 성공률이 10%에도 못 미친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제약사들이 주가에 불리한 정보를 은폐한다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 해외에서는 빅파마를 중심으로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임상 중단이나 허가신청 포기와 같은 불리한 사례를 공개하는 경우가 빈번했는데도 국내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최근 바이오기업들을 중심으로 모호한 임상시험 결과 발표를 두고서도 뒷말이 무성했다. 핵심 임상시험 결과를 두고 실패라고 발표했다가, 조건을 붙여서 ‘사실상 성공’이라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상시험 결과를 소개하면서 ‘유용성’, ‘무용성’ 등 생소한 단어도 공시되는 사례도 빈번했다. “1차 목표는 실패했지만 2차 목표는 달성했다”라는 식의 모호한 설명도 반복됐다. 임상시험 성공이나 시판허가와 무관한 규제당국 담당자와 미팅이 잡혔다는 내용도 대단한 결실인 것처럼 포장됐다. 같은 임상시험의 결과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리면서 주가는 춤을 추기 일쑤였다. 하한가를 기록하다가도 며칠 뒤 상한가로 돌아서는 등 들쭉날쭉한 행보가 계속됐다. 이쯤에서 기업들의 신약개발 목표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기존에 등장하지 않은 획기적인 의약품을 개발해서 환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신약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해외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더라도 실제로 어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할지도 장담할 수 없다. 허가 신청 단계에도 진입하지 않았는데도 임상시험 한 두 개의 지표만으로 성공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얘기다. 금융당국도 이번에 공시 기준을 내놓으면서 “신약 개발의 성패는 임상시험 결과 등을 토대로 규제기관의 시판 허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중간단계인 임상시험 결과를 ‘임상시험 성공’으로 공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 사례를 단 한번도 배출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확률적으로 성공보다는 실패 사례가 더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사실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신약 개발에 대한 상세한 공시 기준과 모범 사례까지 제시하는 것 자체가 큰 불신이 깔려 있다는 방증이다. 어떤 기업은 정부가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마저 개입하려 한다는 불평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불신은 스스로 초래했다.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신약개발을 한다면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투자자들을 현혹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면 애초부터 투자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2020-02-17 06:10:44천승현 -
[데스크시선] 등재약 사후평가, 약제 특수성 반영해야[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정부가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안'의 세부방안을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말 제약업계와의 간담회 외에 공청회에서 발표했던 일정이 다소 지연되는 모습이지만, 정부를 둘러싼 여러 현안과 감염병 사태 등 우선 대처할 문제들을 고려해볼 때 현재의 행보에서 추진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최근 있었던 2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사후평가 가이드라인(안)을 보고하고 일부 변화와 시범사업 대상 선정 등에 대해서 추가로 언급했다. 과거 기등재약 재평가를 준용하고 큰 골격은 계획했던대로 진행하되 JADAD(자다드 척도) 질평가와 같은 제약계 반발이 거센 부분은 당초 거론됐었던 것보다 유연하게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사업 대상은 예상대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로 가닥잡혔다. 그간 제약사들은 약제 사후평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쳐왔다. 현재 보험권 안에서 진행되는 사용량-약가연동제도나 사전약가인하제도 등 사후관리제도와 중복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과 제외국 가격비교 시 실거래가 파악의 어려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그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평가 부문 중 효과(efficacy)와 보건복지부가 하려는 평가 중 효과성(effectiveness) 부문의 차이에 대해서도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희귀질환 치료제처럼 RCT(무작위 임상)가 힘든 약제들을 보편타당하게, 예측가능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를 나타낸다. 업계는 이미 임상적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정부로부터 확인받은 약제를 또 다시 일관된 기준으로 재평가하겠다는 시작점부터 우려한다. 종착지엔 약가인하가 자리한다고 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목적에 부합하는 기준만 바꿔 다른 재평가 방안을 채택할 것이란 인식이 크다. 이번에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가닥잡은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제 특성상 RCT가 어렵기 때문에 일괄 기준으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방법론을 채택할 지 관건이다. 식약처 허가를 유지하더라도 급여기준 재설정으로 일부 적응증에 급여가 제한될 수 있는 데다가, 최악에는 급여권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것은 이 제제가 넘어야 할 허들이 얼마나 복합적인 지 방증한다. 업계는 출시된 지 5년 이상 지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품의 경우 식약처가 주관하는 품목허가갱신제에 의해 최근까지 유효성 검증을 재입증을 했지만, 이를 복지부와 심평원에 '효과성' 입증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나친 규제라고 주장한다. 당국의 입장에선 뚜렷한 한 가지 규제이지만, 피평가자 입장에선 하나의 제제에 부처별로 제각각 평가를 하는 것으로 체감하는 게 당연하다. 약제 환자 접근성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진입장벽의 무게추가 사후관리 강화로 옮겨가는 경향은 세계적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제약 현장 즉, 피평가자 입장에서 우려하는 이 같은 사안을 간과해선 안 된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똑 부러지는 명쾌한 제도는 애초에 만들기 어렵다. 더욱이 기업 생존과 업계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제도는 그만큼 정교하고 예외를 포용할 수 있는 원칙 설계가 중요하다. 이미 시작점을 찍은 이번 제도의 남은 설계에 업계 이목이 쏠린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2020-02-10 06:15:23김정주 -
[데스크시선] 바이러스, 공포와 공존의 두 얼굴[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은 창조가 아닌 환경과 필요에 의한 변이를 거듭하며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인류의 역사는 300만년 전으로 추정되지만 현생 인류는 4만년 전 불(火)과 도구와 문자를 사용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크로마뇽인)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불의 사용인데, 날것을 익혀 먹으면서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1차원적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대와 근대에 이르러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항생제·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일명 '우한폐렴'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중국 내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판데믹(대유행) 발생도 우려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원인 바이러스로, 인체 감염 7개 코로나바이러스 중 하나다. 이는 2019년 말 처음 인체 감염이 확인됐다는 의미에서 '2019-nCoV'로 명명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1월 중국 우한에서 집단 발병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인됐다고 밝힌 데 이어, 해당 질환이 인간 대 인간으로 전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중국이 학계를 통해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염기서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박쥐 유래 유사 코로나바이러스와 가장 높은 상동성(89.1%)이 있음을 확인했다. 아울러 사람 코로나바이러스 4종과의 상동성은 39~43%로 낮았으며, 메르스와는 50%, 사스와는 77.5%의 상동성이 나타났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데노·리노바이러스와 함께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3대 바이러스 중 하나다. 이는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감염될 수 있는데, 인간 활동 영역이 광범위해지면서 동물 사이에서만 유행하던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로 넘어오기도 한다. 예컨대 사스(박쥐와 사향고양이)와 메르스(박쥐와 낙타)가 이에 해당한다. 통상적 계절독감 사망률은 0.1% 정도며, 세계적으로 매년 약 25만~50만명이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국내에서도 연간 3000명 정도가 독감에 걸려 목숨을 잃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는 낮지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는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비 R0 추정치를 1.4~2.5로 밝혔는데, R0가 1보다 크면 전염병이 감염자 1명에게서 다른 사람 1명 이상으로 전파된다는 뜻이다. 사스의 경우 R0이 4였고, 메르스는 0.4~0.9로 알려져 있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정부의 치밀한 방역 시스템과 개인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과도한 포비아(공포심) 유발의 저변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신종'이라는 '처음 접하는 미지'로 귀결된다. 바이러스는 보통 두가지 변이를 일으키는데 항원표류와 항원변천이 그것이다. 이중 가장 염려되는 것은 항원변천인데, 감염자의 면역기능을 크게 무력화시키고, 전이가 빨라 대유행인 판데믹을 유발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신종플루에 의한 치사율은 계절독감 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차분 대처의 역사적 역설이기도 하다. 바이러스 판데믹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례가 스페인 독감이다. 1918년 3월 미국 시카고에서 창궐한 스페인독감은 3000여만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수보다 세 배나 많다. 스페인이 바이러스의 발원지는 아니었지만 스페인 언론이 이 사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한국에서도 무오년 독감(戊午年 毒感)이라고 불렸고, 국내에서는 740만명이 감염됐고 14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의 방역시스템과 대증요법의 발전을 적극 감안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난항인 이유는 뭘까. 바이러스는 크기도 작고 복제 주기가 짧아 빠른 속도로 변한다. 또 다른 살아있는 세포가 있어야만 그것을 이용해 번식할 수 있고, 일반적 배지에서 바이러스만 단독으로 배양할 수 없어 연구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유전정보가 단순해 조작이 쉽고 효과가 높아 분자생물학 실험에서 중요한 도구로 쓰임이 많다. 암 용해 바이러스도 개발 중이며, 몇 개는 임상시험 중이다. 세균은 무생물, 공기, 육체 등에 존재하면서 번식하지만, 바이러스는 생물 간 이루어지는 병원체로 타액, 접촉에 의해서 번식한다. 즉, 동물을 포함한 인간도 바이러스의 숙주인 셈이다. 바이러스는 현미경의 발명과 함께 17세기 중반 그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여과성 병원체다. 크기는 0.01~0.2μm 정도며, 세균과는 달리 너무 작아서 19세기 말에 와서야 작아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았고, 20세기 들어 전자현미경이 개발된 뒤에야 드디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인간 DNA 중 정크 DNA에 고대 바이러스의 DNA가 섞여 있는 점이다. 파리와 인간의 DNA만 해도 60% 정도가 동일하다. 또 이런 바이러스 때문에 인간이 생존할 수 있기도 하다. 특히 HERV-FRD란 내생 레트로바이러스는 산모와 태아 간에 단백질 막을 형성해 산모의 면역반응으로부터 태아를 보호한다. 후천적으로 바이러스의 DNA가 숙주의 핵에 영구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물론 개체 전체의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국지적인 부분에 한정된다. 증식을 위해 끼워 넣은 DNA가 어떤 이유에서 전부 혹은 일부가 계속 남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숙주의 몸에서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는 서열로 남아 이리저리 섞이다가 돌연변이원으로 작용해 암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생식세포를 감염시키고 그것이 이롭게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탯줄이 이런 경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잠복기(2~14일·추정)가 길고, 무증상 감염 유발·치사율에 대한 통계가 없다. 백신·치료약이 없다는 점도 막연한 공포심을 일으킨다. 감염 증상은 기침·발열·폐렴 등 감기의 재증상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1500만명의 인플루엔자 환자가 발생해 14만명이 입원, 8200명이 숨졌다. 신종플루의 경우 74만835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263명이 사망했다. 독감 바이러스도 완벽한 백신·치료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독감에 걸렸다고 유난을 떨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호들갑과 무서움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슬기롭게 이번 사태를 대처하는 길 뿐이다.2020-02-03 06:15:00노병철
오늘의 TOP 10
- 1혁신형제약 기등재 약가인하 유예 만지작...막판 조율 촉각
- 2CSO 영업소 소재지 입증 의무화 추진…리베이트 근절 목표
- 3품절약 성분명 처방 의무화법 법안 심사 개시...여당 속도전
- 4GMP 취소 처분 완화 예고에도 동일 위반 중복 처벌은 여전
- 5약사-한약사 교차고용 금지법안 복지부 또 "신중 검토"
- 6대웅바이오, 10년새 매출·영업익 4배↑…쑥쑥 크는 완제약
- 7세계 최초 허가 줄기세포치료제 효능·효과 변경
- 8성분명처방 입법 논의 시작되자 의사단체 장외투쟁 예고
- 9담즙성 담관염 신약 '리브델지', 국내 상용화 예고
- 10[기자의 눈] 질환보다 약이 먼저 알려지는 시대
